4년간 시. 기행문 무료로 연재 누구에게라도 상처주지 않도록 최소한 양심 갖고 신문 발행을

33년간의 공직생활을 마감하고 지난 97년 월간 ‘한국시’를 통해 등단해 현재 향토시인으로 활동하고 있는 김형철(66) 씨. 그는 향토시인으로서 7년 동안 ‘한마디 사랑말 들은 적 없어도’과 ‘봉두뫼 억새꽃’이라는 2권의 시집을 잇달아 펴내는 등 활발한 문학 활동을 하고 있다.

그는 지난 2003년 핵폐기장 문제로 지역주민들이 고통을 당할 때 국가가 일방적으로 주도한 핵정책에 저항하고 지역주민들의 아픔을 시로 표현하기도 했다. 부안항쟁을 소재로 한 그의 시에는 ‘부안인의 함성’(부안문학 9집, 2003)과 ‘옮겨 다니는 촛불’(부안문학 10집,2004) 등이 대표적이다. 지난 14일 동진면에 있는 그의 자택에서 김시인을 만나 부안저널의 ‘명예훼손’과 관련한 그의 입장을 들어봤다.

△ 현재 심정은.

연초에 마을회관(동진면 익상마을) 준공식이 있었다. 그날 동료로부터 전화를 받고 부안저널을 처음 봤다. 너무 놀랐다. 인연이 가까울수록 서로 아끼고 돕는 것은 인지상정이고, 서로 생각이 다르더라도 자제를 하는 것이 도리인 줄 안다. 그 기사를 잊기 위해 서예도 하고 원불교 독경도 하면서 감정을 삭이는 데 힘들었다.

△ 부안저널 박재순 편집인과는 어떤 사이인가.

부안저널 박재순 사장과의 관계는 창간부터다. 98년도 6월에 정년 퇴임한 뒤 시집 출판기념행사를 했다. 무려 4년간 시작 노트나 기행문 등을 무료로 연재해 왔다. 주마다 시를 한 편씩 발표하는 것이 상당히 부담이었다. 그러다가 2003년 여름 부안사태가 촉발되기 직전에 5박6일 동안 일본 여행을 한 적이 있다. 아버지가 일제시대 때 강제 징집 당해 오사카의 한 비료회사에서 일했고 나 역시 일본에서 태어났기 때문에 그곳을 방문했던 것이다. 공교롭게도 그날 돌아오던 길에 무심코 한 일간지를 보고 부안사태가 심각한 것을 알게 됐다. 그런데 부안저널이 중립을 지키지 않고 한수원과 군청쪽의 찬성 발언만 중요시하고 반대측 의견을 무시하는 등 편파성을 보였다. 당시에 기행문을 연재하고 있었는데 지인들의 항의도 받던 차에 반핵시를 마지막으로 기고하고 연재를 중단했다.

△ 그 당시에 부안저널에 마지막으로 실은 시는 어떤 시인가.

부안사태가 일어날 당시의 지역의 정서를 표현한 ‘흐린 날 부안’이라는 시와 핵폐기장을 반대하는 뜻을 표현한 ‘후손에게 아름다운 부안땅을 물려주자’ 등의 시를 마지막으로 실었다.

△사회 참여적인 시는 처음인가.

농어촌지역의 향토 문학을 소개하는 향토시인으로 주로 활동해 왔다. 참여시를 써본 적은 없지만 내 고장에서 일어난 일이기 때문에 향토시인으로서 지역정서를 외면할 수 없다고 생각해서 여러 편의 시를 썼다.

△ 부안항쟁 당시 시인으로서 느낌이 남달랐을 것 같다.

당시 문인협회장을 맡고 있었는데, 회원들 중에도 반대?찬성하는 사람이 나뉘어 있었다. 그래서 앞에서 적극적으로 나서서 발언을 하지는 못했다. 동진면 반핵대책위 주최로 한 집회에서 ‘일방적인 핵폐기장 유치는 되고 일방적인 주민투표는 안된다는 ‘말도 안되는 소리’를 주민투표로 결판 내자’는 내용으로 연설을 한 적이 있었다.

△ 부안저널과는 오랫동안 인연을 맺어 온 셈인데 이번 일을 계기로 총평을 한다면.

지역에 뿌리를 두고 있는 지역의 언론이 지역의 정서를 잘 전달해야 한다. 지역의 언론문화가 바로 서려면 지역의 정서를 전달하는 기자의 양식이 바로 서야 한다. 그런데 그동안 부안저널의 논지를 보면, 남의 약점을 이용하고 남의 흠집을 내야 독자를 흥미롭게 하지 않을까 하는 일종의 ‘망상적인 언론관’을 갖고 있지 않나 생각한다. 부안저널 사시를 보면 ‘바르게...’ 라고 쓰고 있는데 그것은 모두 허구에 불과하다고 생각한다.

△ 부안저널이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한다고 생각하나.

언론의 양심은 남을 헐뜯는 것이 아니라 지역사회 발전을 위해 어떻게 입지를 넓히고 육성을 하느냐에 있다고 보는데, 나와 같은 피해주민이 나오지 않도록 최소한의 양심을 가지고 신문 발행을 해줬으면 한다. 앞으로 지역주민 누구에게라도 상처를 주지 말아야 할 것이다. 그러나 부안저널이 언론으로서의 이성을 찾는 데 시기를 놓친 것 같다.

이향미 기자 isonghm@ibuan.com
저작권자 © 부안독립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