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별 거주지별 조직 만들어 단결력 높이고 김군사 사는 아파트 단지서 수시로 항의 집회
부안읍 반핵대책위(대책위)의 공식적인 결성은 다른 지역에 비해 다소 늦었다. 대표단 구성과 조직 체계의 정비는 핵폐기장 유치가 지역의 첨예한 쟁점으로 부각된 한 달 뒤인 2003년 8월에야 완료됐다. 이같은 초기 결성과정의 지연은 부안읍의 지역 특성으로부터 비롯된 것으로 풀이된다.공동체 특성 미약, 지역·직업별 조직으로 단점 보완
수협 앞 반핵민주광장에서 출범식을 가진 대책위는 위원장에 장석종 군의원, 총무에 표경식씨, 재무에 이정곤 씨 등이 선임됐다. 지난해 7월 장의원의 군의회 의장 취임에 따라 위원장은 최동호 씨로 교체됐다.
최동호 위원장은 그동안의 어려움에 대해 “농업 등 1차산업이 주를 이루는 다른 면별 지역들과는 달리 부안읍은 2 · 3차 산업 종사자와 공무원 등이 주민의 대다수를 구성하고 있어 공동체적인 전통과 특성을 찾기 힘들었다”고 설명했다.
이런 조직 결성의 약점은 대책위 지도부의 활동력에까지 지장을 초래한 것이 사실이었다. 하지만 일사분란한 단결력의 미비는 새로운 형태의 조직들을 만들어 내기 시작했다. 상설시장을 중심으로 시장 상인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던 것이다. 250여 회원들로 구성된 상가번영회(회장 한정희)가 주축이 돼 반핵여론이 확산되기 시작했고 마침내 시장 대책위가 결성됐다.
택시운전사들도 커다란 일익을 담당했다. 부안군개인택시조합(조합장 백종대) 소속 120여 회원들은 개별 차량에 반핵·반(反)김종규를 상징하는 스티커와 깃발을 부착하기 시작했고 대책위 활동에 적극적으로 결합했다.
이 같이 공동체의 전통이 사라져 이웃하고도 알고 지내기 힘든 도회적인 문화는 직업·직능별 조직화로 보완돼 나갔다. 여기에 의약업 및 요식업 종사자들 또한 해당 협회 차원에서 핵폐기장 유치 반대 입장을 확고히 굳혀 갔다. 이에 따라 군청 직원들과 경찰 등 공무원 사회를 뺀 여론 형성의 진원지 및 전파지는 대부분 반핵 여론이 장악해 들어갔고 빠른 속도로 군 대책위와 공조체제를 형성했던 것이다.
김군수 거주 아파트서 새로운 반핵 주거문화 만들기도
직업·직능별 움직임 외에 특이한 것이 바로 대림아파트 대책위(대림대책위, 위원장 안길호)라고 할 수 있다. 김군수 거주지이기도 한 이 아파트의 490여 세대 주민들은 단지 내에서 수시로 김군수를 향한 항의집회를 벌였고 주민 자치회를 토대로 대책위를 만들었다.
안길호 위원장은 당시 아파트 내부 분위기에 대해 “주민들 사이에서는 이웃에 거주하는 김군수에 대한 수치감이 돌기 시작했다”고 회상했다. 이 아파트의 압도적인 반핵 흐름으로 인해 최근까지도 김군수는 주거가 쉽지 않은 상황에 처해 있다. 단지 내 대부분의 베란다에는 반핵 깃발이 내걸렸고 외양상으로도 그 상징성 때문에 언론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읍내 아파트 단지 내에서의 반핵운동은 자치회가 앞장 선 현대아파트를 제외하면 더 이상 확장되지는 못했다. 안위원장은 그 이유에 대해 “고향도 직업도 다양한 아파트 주민 구성의 특성 때문”이라고 답했다. 그로 인해 자치회장이 운동에 반대하거나 공무원들이 다수 거주하는 아파트 단지의 경우 반핵운동이 파고들 수 있는 여지가 좁았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그렇지만 읍 대책위 내부의 직업 · 직능 · 거주별 대책위들은 제 몫을 충분히 소화했다는 평도 뒤따른다. 행정 및 경제 중심지로서의 읍이 갖고 있는 대내외적인 상징성에 어울리는 역할을 무리 없이 소화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평가는 전통적으로 부안군 전체의 여론선도 세력이라고 불리워 온 공무원 사회의 찬핵 여론이 확산되는 것을 초기부터 방지시켰기 때문에 가능했다.
지난 14일 군 대책위의 해산 선언에 이어 읍 대책위 역시 새로운 조직 전환을 준비하고 있다. 하지만 상황은 그리 녹녹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최위원장은 이에 대해 “읍에는 이미 기존의 사회단체들이 촘촘히 자리잡고 있다”면서 “대안 조직은 대책위와 다른 틀을 가지고 출발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완전한 전환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본다”며 그 이유에 대해 “대표성을 새롭게 만들어 가야 하고 그 과정에 제기될 수 있는 여러 비판과 오해도 극복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서복원기자 bwsuh@ibu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