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세화 / 한겨레신문 정책위원

부안에서 새로 태어나는 독립신문의 창간을 축하하며 무궁한 발전을 기원한다. 한겨레신문이 "87년 6월항쟁에 따른 역사적 산물이었다면, 부안의 독립신문 창간은 핵폐기장 반대운동, 새만금 반대운동 등 그 동안 지역에서 펼쳐온 운동의 중요한 결실이라 할 것이다.

신문은 사회의 거울이다. '조중동(조선,중앙, 동아)'같은 수구신문들이 전국 신문 시장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것은 한국사회 구성원들의 시민의식이 아직 낮은 단계에 머물러 있음을 반영하는 것이다. 또한 대부분의 지역신문들이 독립성을 견지하지 못한 채, 중앙지에 눌려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는 현실도 그만큼 서울과 지방 사이의 격차를 반영하는 것이며, "지역균형발전"이라는 말이 아직 말에 그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부안독립신문의 창간은 부안주민운동의 산물이라는 점에서 독립성을 담보할 것미며, 이를 통해 풀뿌리 민주주의의 성숙과 지역사회의 진보를 이끌어내는 견인차 역할을 할 것이다.

한국사회의 시민의식 수준은 아직 아동기에 머물러 있다. 수구보수언론은 종종 시민운동을 "시민없는 시민"운동이라고 폄하하기도 하지만 그들은 애당초 비판적 시민의식의 형성이나 고양을 바라지 않는다. 우리는 역사과정이나 교육과정 속에서도 비판적 시민의식을 형성하지 못했다. 대부분의 사회구성원들은 색깔론이나 지역주의의 함정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토론과 설득과 비판의 장을 통한 사회적 합의를 이루어가지 못하고 있다. 공권력은 중앙이든 지방이든 지금까지 해온 관성대로 사회구성원들을 지배, 관리, 통제의 대상으로 보는 경향이 아직 남아 있고, 주 민들은 자발적 복속 또는 비자발적 복속의 차원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과거에 비해 공권력의 강제성이 줄어든 것은 사실이지만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나 비판 능력은 아직 성장하지 못한 것이다. 요컨대, 우리 사회는 아직 시민의식의 부재 또는 결핍상태에 있다. 따라서 사회를 올바르게 비추는 거울이어야 할 정론 지는 비판적 시민의식의 고양을 그 첫번째 목표로 해야 한다.

시민의식이란 우리가 바라는 사회, 우리가 바라는 교육환경, 자연환경, 언론환경 , 정치환경을 누군가 남이 대신 마련해 주지 않는다는 인식에서 출발한다. 즉 시 민의식의 출발점은 우리가 바라는 사회를 우리 자신이 만들어 간다는 인식에 있 는 것이다. 서울시민, 대전시민, 전주시민 등 모두 시민이지만 그것은 행정단위로 구분해 놓은 것일 뿐, 근대적 의미의 시민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그런 점에서 부안군민들이 지금까지 벌인 운동과 그 열매로 창간하게된 부안독립신문은 부안군 민들이 스스로 형성해온 시민의식의 증거이기도 하다.

우리 사회는 오랜 권위주의 독재 시기를 지나 민주화되었다고 하나 아직 절차적 민주주의 수준에 머물러 있다. 진정한 민주화는 아직 우리 앞에 놓여 있는 것이다 . 그것은 비판적 시민의식을 가진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비판할 때에만 한 발자국 한 발자국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부안독립신문은 부안주민들의 참여와 비판의 공간이며 연대와 소통의 장이 되어야 한다.

한국사회 구성원이며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나는 부안독립신문이 비판적 시민의식을 비추는 횃불이 될 것과 지역독립신문의 본보기가 될 것을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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