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그런 걸 왜 물어봅니까?”
기자 뿐만 아니라 동료 기자들 역시 취재 과정 중에 흔히 듣는 얘기다. 취재처 중에서도 특히 군청 공무들로부터 이런 얘기를 많이 듣게 된다. 대부분은 짜증 섞인 말투다. 특별히 곤란한 질문을 던진 것도 아닌데 그럴 경우엔 당혹스럽기까지 하다.

지난 17일 오후에도 농업정책과의 한 공모 지정사업이 지연된 이유를 묻는 질문에 담당 계장으로부터 또다시 같은 발언을 들어야 했다. 지정될 마을에는 총 2억원 가량이 지원되기 때문에 전주민에 대한 투명한 공모과정이 보장돼야 하며 엄격한 선정기준이 제시돼야 할 사업이었다. 본래 1월 말로 예고했던 공모와 지정이 보름 가량 지연됐던 것이다. 필히 모종의 지연 사유가 있을 터였다.

이에 앞서 취재와 관련해 더욱 이해하기 힘든 일도 겪었다. 1월 중순께 군청 담당자들은 “이미 면 단위를 통해 충분한 사업 정보가 주민들에게 전달됐다”고 밝힌 바 있었다. 그러나 그로부터 보름 뒤인 2월 초에야 이장 회보를 통해 이장들에게 사업 공모 소식이 전달된 것으로 드러났다. 한 이장은 “공모 종료를 이틀 정도 앞두고 전달됐다”며 황당해 했다.

재차 지연 사유를 알아야 할 필요성을 전달하자 “내부 사정까지 일일이 밝혀야 됩니까?” 라며 “어떤 주민들이 그런 것까지 궁금해 합니까?”라며 강력한 항변이 돌아왔다. 순간 ‘공무원을 상대로 취재하고 있는 것 맞나’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공익을 위해 전념해야 할 공무원들의 편의적이고 비공개주의적 처신은 어디에서 비롯되는 것일까?

지난달 부안군 선거관리위원회 한 관계자는 “공무원들에게는 승진이 전부다. 따라서 공무원들은 책임 추궁 당할 어떤 일에 대해서도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며 공무원 사회 고유의 보수적 분위기를 기자에게 토로한 적이 있었다. 이해할 만하다. 하지만 자영업자나 사기업의 사장도 아닌 이상, 공무원이라고 한다면 업무 처리의 방향을 자기 이익으로 국한해서는 안될 일이다.

읍내 한 주민은 공무원 사회를 더욱 비판적으로 본다. 그는 가장 큰 문제로 몸에 배인 엘리트 의식과 권위주의를 꼽았다. 공무원 사회가 자신들에 비해 학력이 낮고 정보 접근 능력도 떨어지는 농어촌 지역의 주민들을 겁낼 리 없다는 해석이다.

공무원들이 주민들을 깔보는 이유가 무엇인지는 그리 중요한 문제가 아닐지도 모른다. 하지만 부안지역 공무원 사회는 지난 20개월 동안 민심을 분노케 한 핵폐기장 유치과정의 근본적인 문제점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최소한 주민 대상 업무 만이라도 기본적인 양식을 갖추고 수행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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