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업자라도 불러와서 대를 잇고 싶다”

본보는 지난 4일 저녁 곰소 염전에서 소금 걷이에 여념이 없는 염부 윤판철씨(57세, 진서면 진서리)를 찾아 35년간의 염부생활에 대해 들어 보았다.

윤판철씨 ⓒ 염기동 기자
- 여러 직업 중에서 염부 일을 택하게 된 계기는?

배 곯던 시절에 염전은 밥 만큼은 굶기지 않았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염부를 직업으로 택했다. 이런 직장이 없었다. 그 때는 여기 아니면 못 사는 줄 알았다. 공장도 무엇도 없던 때였고 부안에서는 최고 일등 직장이 바로 여기였다.

- 일이 가장 힘든 때는 언제인가?

장마철 소나기 내릴 때다. 비가 내리면 소금을 빨리 걷어내거나 저장고에 물을 들여야 하기 때문에 가족들까지 다 나와야 한다. 일기 예보가 꼭 맞는 것도 아니고 하늘에 신경을 붙들어 매고 판단을 빨리 내려야 하기 때문에 밤잠을 자주 설치기도 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소금을 망치게 된다.

- 35년 염전 일에 가장 보람된 점은?

우리 소금의 품질에 자부심을 느낀다. 꼭 다른 염전에 비해 낫다는 뜻은 아니지만 소비자들의 입으로 좋다는 얘기를 들어왔다. 그리고 아직까지는 그 수준이 유지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 앞으로 바램이 있다면?

염전이 사라질 때까지는 계속 여기를 떠나지 않을 것이다. 또 이미 일을 바꿀 수 있는 처지도 아니다. (골프장 소문에 대해) 다만 여기를 두고 소문이 많은데 염전이 없어지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소문 보다 더 큰 문제는 여기 사람들이 늙어 후계자가 없어지게 되면 자연스럽게 문을 닫는 것이다. 지금 염부 18명 중에서 제일 젊은 층이 50대 그 다음이 60대 그리고 70대까지 있다. 힘들어 나가고, 나이 들어 병들면 누가 이곳에 올지 걱정 된다. 그래서 실업자들이라도 불러와서 기술을 가르치고 싶은 심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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