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규태 부안예총 회장

전북을 일컬어 예도라 합니다. 그 예도의 중심에 부안이 있습니다. 그리해도 좋을 것이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예컨대, 고려시대 대문호이며 대정략가로 칭송을 받아왔던 김구(金坵)선생은 부안이 고향입니다. 선생은 삼조실록을 썼고 고종실록을 집필했습니다. 그 뒤를 이어서 조선조에 동국통감을 쓴 손비장(孫比長)이 부안입니다. 또한 실학의 비조로 불리고 있는 유형원(柳馨遠) 선생이 부안의 우동에서 기거하면서 ‘반계수록’을 저술했다 합니다. 그뿐만이 아닙니다. 이조 중엽 시기에 명성을 떨쳤던 매창이 부안에 살았고 근세에 와서 목가시인으로 추앙을 받고 있는 석정 선생이 부안의 선은마을에 살면서 시를 썼습니다.

이러한 걸출한 문인들이 가꾸어온 문맥 속에서 그 후학을 다지고자 조직된 것이 ‘예총’입니다. 이를 풀어서 말하면 ‘한국예술문화단체총연합회 부안지부’입니다. 예총은 지역의 예술을 창출해내고 보존하고 그리고 지역주민과 시대의 예술을 함께 호흡케 하는 일을 해내고 있습니다. 예총과 함께하고 있는 단체로는 그림을 좋아하는 ‘미협’, 전통국악을 보존하고 전승시키는 일을 하고 있는 ‘국협’, 내 고장의 시와 가사를 아름다운 음률로 엮어내고 있는 ‘음협’, 서민대중과 어울려 즐겨왔던 예능의 재주꾼들의 모임체인 ‘연협’, 글을 쓰는 향토문인들의 모임인 ‘문협’이 함께 어깨동무를 짜고서 선조들이 가꾸어 온 문향의 텃밭을 일구기에 나름대로의 고민을 하면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물론 만족함은 없습니다. 늘 부족하고 아쉽습니다. 고향에 남아서 뭔가를 해보겠다고 열의와 성의를 다해보지만 생각뿐이지 넘어야 할 산이 너무나 많은 것이 사실입니다. 여기에서 제일 큰 문제는 턱없이 부족한 예산입니다마는 그러한 물질적 부족은 이겨낼 수 있습니다. 그러나 함께 맞들어 주어야 할 분들의 무관심은 예술활동의 기를 꺽어 놓고 있습니다.

어려운 여건 속에서 티브이 드라마를 한곳에서 촬영할 수 있는 세트장이 해안을 중심으로 조성된 것을 비롯해서 청자문화의 메카로 이름을 떨치고 있는 유천에 청자유물관이 들어선다는 소식이 있습니다. 근래에는 석정 선생의 문학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문학관 건립도 추진 중에 있다 합니다. 이런 사업들은 예향으로서의 자존심입니다. 다행스런 일입니다. 이런 사업들이 원만하게 이루어 질 수 있도록 하는 데는 출향 향우들의 관심을 필요로 합니다.

지난 두어 해 동안 우리들은 뜻하지 않은 지역의 일로 무척이나 힘이 들었습니다. 하나의 시책을 가운데 놓고 찬반이라는 소용돌이 속에서 활발하게 움직여야 할 예술의 활동을 수면 아래로 잠재우지 않으면 안 되는 고통을 겪어가면서 지냈습니다. 그러나 면면이 이어왔던 예향이라는 맥에 손상을 주어서는 안된다는 사명감 하나로 미술전시회, 문학지발간, 청소년 예술제, 청소년 트롯트 가요제, 매창시 가곡의 밤, 군민 열린 음악회, 송년 길거리 음악회 등을 숨을 죽여가면서 부족하나마 성의를 다하여 치러냈습니다.

부안은 여러 가지의 측면에서 다시 거듭나는 숨고르기의 수순을 밟아나가고 있습니다. 문화와 예술에 있어서도 다시 큰 기지개를 펴고 일어날 것입니다. 예향을 가꾸어 나가는 데는 특정인 또는 특정단체만이 일으켜 나가기에는 너무나 벅찬 일이 많습니다. 출향 향우 여러분들의 애정 어린 깊은 관심이 절실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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