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 1
김종규 군수는 2003년 7월, 부안주민들의 바람을 저버리고 핵폐기장 유치 신청을 단독으로 결행했다. 이것은 격렬한 저항으로 이어졌고, 부안발 민중항쟁으로 달아올랐다. 수백명에 달하는 부상자와 수십명의 구속자를 낳았고 지역경제를 파탄으로 몰아갔다. 하지만 부안항쟁은 결국 대한민국 민중운동사에 길이 남을 눈물겨운 사건과 값진 성과를 남기며 정부의 항복을 받아내고야 말았다. 그러나 그 분란의 주범인 군수는 여전히 군수자리에 있고, 사과의 변도 없다. 그는 2006년 재선을 위해 예산의 많은 부분을 이벤트와 행사로 편성해 두었고, 핵폐기장에서 새만금사업으로 발을 옮겨 개발 환상을 다시 부채질할 태세다.

#풍경 2
일개 군수의 분탕질치곤 도가 지나쳤던 그 배경엔 정부의 지지와 공작이 있었다. 본보의 취재에 따르면 한국수력원자력과 광고회사인 금강기획은 핵폐기장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부안에서 온갖 모략질을 일삼았다. 반대세력을 이간질하기 위한 갖은 음모가 동원됐고 숫제 검찰과 안기부까지 동원하며 정보수집에 열을 올렸다.
남해군수 시절 원자로가 제거된 채 고철로 수입된 러시아 핵 항공모함의 해체조차도 주민의 뜻에 반한다며 거부했던 김두관 당시 행정자치부 장관은 주민을 배신한 김종규 군수를 옹호했고, 노무현 대통령은 한 술 더 떠 “용기를 잃지 말고 국책 사업에 최선을 다해달라”, “행정과 치안 등을 정부 차원에서 확실히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그 지원이란 무엇이었던가. 인구 7만에 경찰 1만을 주둔시켰던 바로 ‘경찰계엄’의 도래였다. 국가인권위조차 부안군민에 대한 기본권 침해를 발표했지만 한수원도, 산자부도, 행자부도, 대통령도, 어느 누구도 사과하지 않았다.

#풍경 3
부안군은 ‘기획보도 수수료’란 항목의 예산을 편성해 언론에 보도의 대가를 제공하며 부안군의 사업과 김종규 군수의 홍보에 열을 올렸다. 한 지면 전체를 할애한 와이드 편집으로 김군수의 치적을 홍보했다. 그것도 한 두 언론사가 아니라 지난 한 해 동안 도내 일간지와 부안군 지역신문 등 13개 신문사에 각 3회에 걸쳐 모두 1억원 가까운 돈을 제공했던 사건이었다.

그런데 선관위의 대응은 종이호랑이에 다름 아니다. 본보의 보도가 있기 전까지 문제의식조차 없었던 선관위는 김종규 군수의 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해 ‘주의’ 정도로 종결짓겠다고 확인했다. 선거관리의 핵심이 선거의 부정을 막고 공정한 기회를 관리하는 것이라면, 선관위의 이번 조치는 자신의 무능을 스스로 입증한 셈이다.
이 사건은 오랜 시간 동안 지속적으로 진행됐고 신문 지면을 통해 명백한 증거를 남겼기 때문에 조사만 제대로 했다면 선거법 위반 사실을 충분히 입증할 수 있는 사례였다. 전국적인 이슈로 떠올랐던 대규모 관언유착 사건이 ‘주의’로 그친 것에 대해, 사람들은 그래서 담합 의혹을 제기하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선관위는 37건의 명백한 사례 중 4건 만을 문제 삼았고, 이것을 안 부안군에서 그 ‘4건 만’을 회수 조치했다. 이것을 두고 선관위는 “정상 참작했다”고 밝혔다. 부안군은 37건 중 4건 만이 문제될 것을 어떻게 알았을까. 처벌 규정이 없는 ‘주의’로 끼어 맞춘 흔적도 역력하다. 이것은 결국 둘 사이의 커넥션을 반증한다.

#풍경 4
특히 언론의 권력과 자본에 대한 굴종은 역겨울 정도였다. 전북과 부안지역의 신문들은 한수원으로부터 광고비, 기사 대가 등을 수시로 챙기며 콩고물 주워 먹기에 바빴다. 대신 국가권력의 폭력에 항거했던 주민들을 폭도로 몰아갔다. 최근 새만금 조정권고안을 두고 ‘도민 봉기’라고 제목을 뽑은 그들의 파시즘적인 선동은 끔찍할 정도다. 언론이 영혼을 지배하는 도구이고 보면, 돈으로 맞바꾼 기사는 독자들에게 잘못된 정보를 줘 영혼을 병들게 할 것이 분명하다. 다른 어떤 공공재의 부정보다 더 많이 문제 삼아야 하는 이유다.

부안판 ‘공공의 적들’. 자신의 이익만을 좇아 공익을 돌보지 않고 강자의 편에 서서 사회적 약자를 위하지 않는 이들에게 과연 어떤 미래가 기다리고 있을까. “인간의 진정한 가치는 빈곤과 비참 속에서 싹 튼다”고 했던 한 혁명가의 말처럼 부안주민이 몸소 깨우친 ‘진정한 가치’는 위력적이다. 부안항쟁을 통해 비참과 가난을 겪은 부안에서 그들이 어떤 단죄를 받을지 두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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