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화…또 하나의 언어

손으로 하는 아름다운 언어라는 대명사가 붙은 수화!
많은 사람들이 수화로 하는 노래나 공연을 보고 수화가 언어가 아니라 율동이나 예쁜 동작정도로 호감을 느끼곤 한다.
하지만, 분명 수화는 또 하나의 언어다. 우리가 영어를 배우고 제2외국어로 다른 나라 언어를 배우 듯 수화는 청각장애인들의 국어인 셈이다. “수화(手話)”라는 용어도 하나의 언어를 나타내는 “수어(手語)”로 고쳐야한다는 일부의 노력에 지금은 수어라는 용어로 많이 통용되고 있다.
수화통역센터에서 근무하면서부터 하루에 2/3를 음성언어가 아니라 수화로만 사용하게 되었다. 입보다 손이 더 귀하고 귀한만큼 혹사도 많이 당한다.
하루 종일 직장에서 목소리를 잠근 채 수화만 사용하다보면 어느새 오랜만에 수다 떠는 내 친구와의 말속에 언어가 꼬일 때가 있다. 아! 내가 왜 이러지? 앞뒤 어순이 바뀌면서 말의 앞뒤가 맞지 않게 내뱉어지는 내 말을 나 스스로도 의아하게 여기게 된다.
예를 들어 한글로 “비가 온다고 해서 우산을 가져왔는데 잃어버렸다”라는 표현을 수화로 하면 “비 있다고 듣다 때문에 우산 준비 끝 그러나 잃다 끝” 이렇게 표현될 수 있다. 그래서인지 수화체계와 한글체계를 혼돈하여 나도 모르게 ‘비 안오네’를 ‘비 없네’라고 표현하는 등 가끔 언어의 혼돈이 오기도 한다.
많은 사람들이 수화는 국제공용어인걸로 착각한다. 분명 말하건대 수화는 나라마다 다르다. 물론 같은 아시아권은 유사할 수 있지만 정확히 수화는 다르다. 또한 한국 수화 안에서도 지방사투리가 많아 한동안 표준화 작업을 실시하는 등 수화연구가 한창이었다.
수화를 접해보지 않는 비장애인들은 수화하는 농아인들의 모습을 보며 놀라는 경우가 많다. 얼굴표정이 연극배우처럼 확연하고 풍부할 뿐만 아니라 찡그러지고 화내고 웃고 다양한 표현들이 오버가 심할 만큼 강하게 나타나서 한국정서에 적응이 안 되는 모양이다. 하지만 수화라는 언어로 100% 감정을 표현하기에는 한계가 있기에 농아인들은 부수적인 감정표현으로 비수지기호인 얼굴표정을 적극 활용한다. 이 글을 읽는 독자들만이라도 농아인들이 하는 강하고 쎈 감정표현에 놀라거나 무서워하지 않았으면 한다.
모든 사람들에게 감히 권유하고 싶다.
수화의 매력에 빠져보라고!
선진국이 영어를 사용하기에 앞 다투어 영어공부에 열을 올리고 있지 않는가!
우리는 장애인을 사랑하기에 그 사랑을 수화로 실천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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