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관계가 점점 더 꼬여간다. 해결의 실마리 조차 보이지 않고 있다. 남쪽에서 대북 강경파가 정권을 차지하면서 북에서도 강경파가 득세하고 있다. 현재 남북의 대치국면을 보면 마치 두 자동차가 서로 마주보며 달려오는 형국이다. 이른바 치킨게임이다.

인수위 시절 통일부를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한 인물을 통일부장관에 임명한 이명박대통령이 남쪽 강경파의 대표주자다. 이대통령은 과거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가 지난 10년 동안 공들여 쌓아올린 민족공존과 남북화해의 탑, 평화통일 기반 구축의 탑을 무너뜨리고 있다. 현 정부가 들어선지 1년 남짓 자났지만 금강산 관광, 남북이산가족 상봉, 개성관광, 경의선 기차운행, 국군포로와 납북자 문제 협상 등이 모두 중단되었다. 오로지 하나 남은 남북화해와 공동번영의 상징인 개성공단도 폐쇄될 위기에 처해 있다.

혹자는 북측이 계약을 위반했다고 비난하고 있으나, 1997년 김대중씨가 대통령에 당선된 이후 남쪽에서는 지금까지 12년 동안 세 명의 대통령이 거쳐 온 반면 북쪽의 실세는 김정일 위원장 그대로 인데 남쪽에서 정권이 바뀐지 1 년 만에 남북관계는 어느 하나 예외 없이 취소되거나 악화되었으니 그 원인이 어디에 있는 지 짐작하기에 어렵지 않을 것이다.

개성공단은 2000년 6월 15일 분단 이후 처음으로 남북 정상이 만나고 회담을 해서 남북 모두에게 이익이 되며 남북 교류 협력에 기여할 목적으로 추진한 사업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업적이자 김정일 위원장의 통 큰 결단이었다. 비무장지역에서 불과 10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70평방킬로미터(2,000만 평)의 땅을 남한의 기업에게 제공하는 마스터플랜 하에 2007년 12월 31일 1단계 사업이 준공되어 3.3평방킬로미터(백만평)의 부지에 남한의 기업들이 입주하여 가동되고 있다. 지금까지 토지 임대료는 무상에 가까웠고 북한 근로자의 임금은 월 평균 65달러로 중국의 절반에도 미치지 않는 수준이다.

그동안 우리 기업들은 중국이나 동남아 각국으로 생산거점을 옮겨 겨우 원가 측면에서 국제경쟁력을 유지해왔다. 남한의 기업에게는 마지막 남은 기회의 땅이 개성공단인 셈이다. 북한 주민 약 4만 명이 개성공단에서 일하고 있다. 이들에게 지급되는 임금이 연간 3천만 달러에 이른다. 북한의 경제 규모에 비해서 무시할 수 없는 금액이다.

그런데 북쪽에서는 그토록 어렵게 했던 결단을 왜 무효화하려 할까? 또한 적지 않은 달러 수입을 무슨 이유로 포기하려 할까? 북한은 자신의 경제적 이익을 포기하고 이명박 정부를 궁지에 몰아서 어떤 정치적 이득을 취하려는 것인가. 이유는 의외로 단순한 데 있다.

개성공단은 6.15 선언에 기초를 둔 사업으로서 남북정상이 분단 이후 처음으로 만나 추진할 것을 약속한 사업이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는 6.15 선언을 부인하고, 1992년 남북의 총리들끼리 서명한 남북기본합의서 만을 인정한다고 공언해왔다. 정상끼리 합의한 6.15 선언을 무시하고 총리끼리 합의한 남북기본합의서만 인정한다니 대단한 억지다. 북쪽의 입장에서 보면 6.15 선언을 부정하는 것은 그것을 모태로 하여 태어난 개성공단을 부정하는 것이며, 개성공단을 부정하는 남한 정부에게 특혜를 주어야 할 이유가 없어진 것이다. 그래서 지난 5월 15일 북한은 개성공단 무효화 선언을 한 것으로 보인다.

개성공단은 남북 각자의 이해가 맞아서 만들었기 때문에 양측에게 막대한 경제적 이익을 주고 있다. 하지만 개성공단은 남북의 경제적 이익보다 대내외적으로 정치적 의미와 상징성이 크기 때문에 어떠한 일이 있어도 꼭 존속되어야 한다. 지금부터라도 이명박 정부는 6.15 선언을 인정하기를 바란다. 부디 이명박 대통령이 잃어버린 10년 만 외칠 일이 아니고 민족적 차원에서 개성공단을 존속시키고, 6.15 선언을 계승 발전시켜 역사에 남을 훌륭한 대통령이 되길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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