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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가 만난 삶] 새벽 거리를 청소하다"우리가 쓸고간 거리엔 햇살과 더불어 희망이..."
ⓒ 염기동 기자

18일 새벽 3시. 묵직한 몸을 억지로 일으켜 부안읍 봉덕리 수도사업소 한 켠에 있는 부안읍 환경미화원 사무실로 향했다. 부안읍사무소 소속 15명의 환경미화원들이 오늘 하루도 부안읍 일대 가로변을 청소하기 위해 새벽부터 일하고 있다. 환경미화원들이 굳이 새벽시간을 틈타 거리 청소작업을 하는 이유는 아무래도 차량 운행이 많은 아침과 낮, 저녁시간에는 시가지 청소를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매일 새벽 남들이 버린 쓰레기를 치우는 그들이 보는 세상은 어떨까. 기대반 걱정반 이런저런 생각이 스친다.

“쓰레기 구분 잘 했으면”

3시 10분. 사무실 앞에는 네 명의 환경미화원들이 나와 있었다. 오늘 하루 기자의 사수가 되어줄 배상엽(57) 씨도 기다리고 있었다. 대부분 미화원들은 이미 자기 구역으로 나간 상태였다. 사무실을 둘러볼 겨를도 없이 각종 청소 용구들이 실린 노란색 손수레를 끌고 배씨를 뒤따라 출발했다.

손수레에는 거리를 쓸 때 사용하는 빗자루 2개와 쓰레기봉투를 씌운 밑빠진 쓰레기통, 쓰레받기용 삽, 플라스틱 몽당 빗자루 등 각종 청소용구들이 실려 있다. 첫 작업은 골목골목 내놓은 일반쓰레기들과 재활용쓰레기를 나누어 큰 도로변으로 내놓는 일이었다. 이렇게 대로에 내놓은 일반쓰레기들은 청소 차량이 싣고 지나간다. 그리고 재활용 쓰레기도 따로 집합시켜 놓으면 재활용쓰레기 수거반이 경운기로 운반해간다.

이 골목 저 골목 가정에서 내놓은 쓰레기들로 수레 안이 가득 찼다. 곳곳에 연탄재도 눈에 띄었다. 종량제 봉투에 담은 쓰레기들도 있지만 여전히 일반 비닐 봉투에 담은 것들도 있었다. 일반 봉투에 담은 쓰레기는 불법 쓰레기가 아니냐는 기자의 질문에 “다음날 거리가 지저분하면 안 되니까 어쩔 수 없이 쓰레기를 치울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그러나 일하는 환경미화원들 입장에서는 여간 성가신 게 아니었다.
ⓒ 염기동 기자

담배꽁초가 젤 골칫거리

봉덕리와 서외리 골목 안 곳곳의 쓰레기들을 큰 도로변으로 옮겨놓고 난 뒤 빗자루를 들었다. 그는 주산4거리에서 수협 앞 도로까지 왕복 구간을 매일 아침 혼자서 쓸고 있다. 배씨를 뒤따라 빗자루를 들고 맞은 편을 쓸기 시작했다. 깨진 병과 종이컵, 음료수캔, 담배꽁초들이 곳곳에서 튀어나왔다. 여기저기 널려 있는 쓰레기 중 가장 많은 것이 담배꽁초였다. 화단과 인도, 차로 주변, 벽 사이에 쑤셔박은 담배꽁초를 보이는대로 빗자루로 쓸어 한 곳으로 모았다.

ⓒ 염기동 기자
새벽 4시30분. 상설시장 앞으로 청소차량이 지나가면서 환경미화원들이 모아둔 일반쓰레기들을 깨끗이 수거해갔다. 청소차는 운전기사와 일반쓰레기를 싣는 환경미화원 두 명을 포함해 세 명이 움직인다. 뒤이어 재활용 쓰레기를 수거하는 환경미화원도 경운기로 실어갔다.빗자루 청소작업을 끝내고 배씨와 함께 상설시장 안에 있는 자판기에서 생강차를 한 잔씩 나눠 마셨다. 쌀쌀한 겨울 날씨 탓에 얼었던 몸이 스르르 녹았다.

배씨는 부안에서 환경미화원으로 근무한 지 21년째라고 했다. 그전에는 농사를 지었다. 새벽에 일하는 것이 힘들지 않냐는 질문에 “힘든 줄 모르것어요” “각종 쓰레기로 냄새가 코를 찌르는 여름보다는 겨울이 오히려 일하기에는 낫다”고 덧붙였다. 말수가 적은 그가 다시 수레를 끌고 나섰다.

“겨울이 여름보다는 일하기 편해”

여기저기 빗자루로 모아둔 쓰레기 무더기를 이번에는 쓸어 담는 일이 시작됐다. 그가 빗자루질을 하는 사이 수레 끄는 일을 맡아서 상설시장에서 출발해 터미널 사거리를 거쳐 수협 앞을 돌아서 오니 시간은 6시가 가까워 있었다. 다른 환경미화원들도 각자 구역을 끝내고 돌아가는 것이 눈에 띄었다. 돌아오는 길에도 길바닥에 나뒹구는 휴지조각을 연신 주워 담는 그의 모습에서 전형적인 서민의 성실함을 엿볼 수 있었다.

6시. 다시 봉덕리 사무실 앞에 도착했다. 일과를 끝낸 환경미화원들이 돌아가고 난 사무실 앞 마당에는 재활용 쓰레기를 모은 수거함이 덥개를 비집고 터져나갈 듯 놓여 있었다. 부안읍에서만 하루에 배출되는 쓰레기는 일반 쓰레기 수거함 4-5대와 재활용쓰레기 2대가 나온다고 했다. 이들 쓰레기들은 줄포 매립장으로 옮겨지기를 기다리고 있다.

ⓒ 염기동 기자

이향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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