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미희 / 생태경제연구소장

작년 한 해 동안 이른바 부안사태로 불리는 ‘핵 폐기장 건설 반대’투쟁은 우리 사회에서 지역운동의 새로운 시작을 낳았다. 장기간의 싸움으로 지역민들의 경제적 문제는 피폐할 대로 피폐되었는데도 그 기나긴 싸움을 가능하게 한 동인은 무엇인가? 한마디로 말하는 것은 어렵겠지만 중요한 요인 중 하나는 공동체 문화일 것이다. 외부지원보다는 부안 농어촌 공동체가 스스로 힘을 모아 진행하는 지역 자치 투쟁은 타지역의 모범이 되었기 때문이다.

그런 투쟁의 성과로 지역신문인 부안 독립신문을 창간한다는 이야기에 “역시 부안이야” 하는 생각이 든다. 그 지난한 투쟁의 과정에서 의사소통을 가능하게 하는 매체의 필요성이 어찌 절실하지 않았겠는가? 이제 부안 독립신문은 지역 공동체를 복원하고 활성화하기 위해 산파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 보며, 또 하나의 새로운 길을 만들어 가고 있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벅차오른다.

어느 학자는 지역 공동체가 살아 숨쉬려면 세 가지 기본적인 사항이 필요하다고 하였다. “생명의 순환성, 다양성, 사회적 관계성”이다. 즉 순환이 정체하고 있지 않을까, 다양한 활동이 해체되지는 않을까, 그리고 사회관계가 일방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이러한 물음들을 구체적인 지역의 특수성에 따라 검토해 보아야 할 것이다”라고 하였다.

만물인 자연이 함께 어울러 질 때 순환은 가능할 것이다. 만약 자연이 서로 어긋나 순환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우리의 생명도 더 이상 지속 가능하지 못하다. 이런 점에서 ‘핵 폐기장 건설 반대’ 투쟁은 생명을 지속하기 위한 몸부림이었다.

두 번째로 다양성이다. 자연은 만물이라고 말하듯이 어느 한 개체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지역 내의 다양한 개체들이 어떻게 하면 상생을 할 수 있는가를 고민하는 것은 공생의 중요한 바탕이다. 이런 점에서 지역의 또 다른 현안인 새만금 간척사업은 시사하는 바가 많다.

마지막으로 사회적 관계성이다. 더불어 사는 지역 사회이다. 지역 내의 계층만 보더라도 농민도 있고, 어민도 있고, 그 밖의 많은 사람들이 삶을 지속하기 위해 경제적인 활동을 하고 있다. 어느 한계층이 자신의 이익이 주장이 되면 다른 계층은 손해를 보게 된다. 지역 내의 각 계층의 다양한 갈등을 풀어 낼 체계가 필요하다. 이를 토대로 공동체 문화를 엮어가고, 그 문화 속에서 더불어 사는 사회를 이룰 수 있다.

부안은 경제적으로 낙후되어 있어서 먹고 살 것이 없다고 야단이다. 그래서 먹거리를 위하여 개발이 필요하다고도 한다. 우리가 산업사회에 살면서 농경사회의 모습만 강조하는 것은 시대에 뒤떨어진 말이다.

부안 독립신문의 탄생은 생명의 순환성, 다양성, 사회적 관계성을 어우르는 해법을 제시하고 가야할 길에 대하여 고민하는 첫걸음이다. 중앙언론이 추구하는 상품적 가치를 지양하고, 지역공동체의 의사소통 기구로서의 상생하는 지역, 더불어 사는 지역사회를 만들어 가는 새로운 길을 열어 가리라 믿는다. 지난한 투쟁의 산물인 부안독립신문의 창간을 진정으로 축하드리며 아무도 가지 않은 새로운 길의 대 장정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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