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상징물 재선정 무위 유감이지만
부안 정체성과 자부심 위한 상징물 고민 필요


지난해 본보는 군 상징물에 대한 기사를 내보냈었다. 요지는 현재의 군 상징물인 은행나무(군목), 철쭉(군화), 비둘기(군조)가 부안의 고유성과 특색, 정체성을 반영하지 않는 무미건조한 상징으로서 부적절하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것들이 선정된 배경과 현재의 의미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무엇보다 군 상징물을 아는 군민들이 거의 없다는 사실은 군 상징물을 재고해야만 할 일차적인 필요성을 낳았다.

군에서도 이에 대한 고민을 했는지 재선정 여부와 선정 대상에 대한 설문조사를 했지만 그 결과 반대가 많아 결국 ‘없던 일’이 돼버렸다. 다만 군충(누에)과 군어(부안종개)는 응답자들의 호응을 얻어 군 상징물에 추가되는 ‘성과(?)’를 얻었다. 이제 부안은 은행나무, 철쭉, 비둘기, 누에, 부안종개라는 군 상징 5종 세트를 갖게 됐지만 기존의 세 개와 추가 선정 두 개의 이질감이 커 보인다. 앞의 것들과 어울리는 것은 차라리 곤충의 대명사인 나비나 일반적으로 좋은 이미지를 갖고 있는 잉어 등이다.

지금처럼 은행나무는 “긴 생명력과 웅장한 자태는 부안의 무한한 발전 잠재력과 성장 가능성을 상징”, 철쭉은 “적응력과 번식력이 강하여 군민의 진취적인 기상과 번영을 상징”, 비둘기는 “인정많고 온후한 군민이 모여 사는 고장으로 평화와 화합을 상징”이라는 식의 누구나 갖다 붙일 수 있는 일반적이고 모호한 설명대로라면 나비도 얼마든지 “따뜻하고 정감있어 부안군의 성격에 딱 맞다”라거나 잉어도 “신성하고 기품있는 물고기로 부안군의 성격에 딱 맞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누에와 부안종개라는 부안 정체성을 반영한 상징을 정한다면 그 외 나머지 것들도 사실 그와 같은 성격을 갖고 있는 것이어야 마땅하다. 아무튼, 이번 결과는 어색하게 됐다.

군이 상징물 재선정과 관련한 설문조사를 한 것까지는 좋았으나 꼼꼼한 기획력이 부족해 보인다. 그냥 한번 조사해본 것 정도로 넘길 것이 아니었다면 처음부터 군 상징물이 갖는 사회·문화적 의미에 대해 깊게 고찰하고 제대로 된 군 상징물이 절실하다는 판단이 들었을 경우 그에 맞는 정교하고 치밀한 작업에 들어갔어야 한다. 군 상징물이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이라면, 또 어떤 것이라도 상관없다면 뭣하러 재선정 관련한 설문조사를 하는가.

실용성 측면에서만 보더라도 군 대표 브랜드에 들이는 공력을 조금만 할애해도 제대로 된 군 상징물을 만들어냄으로써 부안의 가치를 높이는데 큰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이다. 군청 책상 서랍과 홈페이지 한 구석에 있으나 마나 한 모양으로 자리잡고 있는 무용지물의 구시대적 상징물을 살아있게 만들고, 더 나아가 부안의 이름을 드높이는데 유용한 자원으로 활용하도록 하는 게 필요하다.

우리 스스로 긍지와 자부심을 가질 수 있는, 그리고 대외적으로도 다양한 활용 가치가 있는 군 상징물이 좋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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