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0일 부안성당에서 열린 부안항쟁 대토론회 현장에서 57년생 닭띠인 천태수(49) 씨를 만났다. 백산중학교 과학교사로 재임중인 천씨와 그의 아내 김명자 씨는 동갑내기 닭띠 부부인 셈. 백산을 제2의 고향으로 삼고 살아가던 천씨는 동료 교사의 소개로 아내를 만났다고 했다. “아내는 강진이 고향이에요. 전남 강진은 부안과 비슷한 곳이에요. 바다를 끼고 있고, 실학자들의 유배지였지요”라고 말하며 부부의 ‘닮은꼴’을 이야기했다.
정전협정 후 4년뒤, 전주 완주군 구이면에서 태어난 천씨는 “어렵고 힘들 때 농촌에서 태어났지만 성장과정에서 그렇게 궁핍하게 살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77년에 대학에 들어가던 해에 익산에서 이리역 폭발사고가 있었고, 대학교 4학년 때인 80년에 광주항쟁을 겪었다. 그때 역시 25살 닭띠해였다고 한다. “대학시절에는 독재타도를 위해 학생들이 거의 시위에 참여했었죠. 10.26 사건 이후 전두환 정권이 들어설 무렵 학생들에게 엄청난 탄압을 했죠. 그리고 5.18 광주항쟁은 사회에 엄청난 반향을 일으켰고요. 5.18을 기록한 비디오를 끼리끼리 몰래 보면서 울분을 토하기도 했어요”라고 당시를 회고했다.
83년 3월11일 부안에 있는 학교로 발령이 났다. 그리고 올해로 부안에서 살아온 지 22년째를 맞는다. 천씨 부부는 “핵폐기장 문제가 터져서 내 고향을 지키기 위해서 싸웠다”고 말했다. 과학 전공자로서 “눈에 보이지도 않는 방사능에 피폭당했을지도 모르면서 ‘안전’을 이야기하는 것은 위험한 생각”이라고 잘라 말했다. 또한 “아름다운 부안에 핵폐기장을 들여와서 부안을 발전시키겠다는 논리는 전혀 맞지 않다”면서 “오히려 변산의 아름다운 자연을 활용해 관광도시로 발전시켜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의 새해 소망은 “부안싸움을 하면서 이웃들과 생긴 갈등이 하루빨리 치유됐으면 하는 것”이다. 천주교 신자인 그는 “가족들이 건강하고 항상 주님 편에서 살아갔으면 하는 게 바람”이라고 말했다.
이향미 기자 isonghm@ibu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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