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누고 사는 것이 남은 꿈

“새해에는 경제도 풀리고 해서 8?15 해방을 맞듯이 군민들이 활짝 웃었으면 좋겠습니다.”
해방둥이인 우종대 씨가 던진 덕담이다. 그에게 새해는 특별한 의미로 다가온다. 일본 제국주의 손아귀에서 벗어난 지 60년이자 우종대 씨에게는 환갑을 맞는 해다.
현대사의 굴곡을 겪었지만 기억은 그리 많지 않다. 또 그렇게 유쾌하지만도 않다. 전쟁이 나던 해 누이와 버섯을 따러 갔다가 산 옆으로 낮게 날아가는 전투기에 놀라 허겁지겁 내려오던 기억, 짚차가 지나가면서 물건을 던져 주면 줍기 위해 몰려 다니던 기억이 전부다.
다만 철이 들고 나서 먹을 것이 없어 고생했던 날이 생생하게 몸에 새겨졌다. 그래서 그의 꿈도 현실적이었다고 했다.
“큰 꿈을 가지고 살지는 않았어요. 하도 가난하다 보니까 방아를 하루 종일 찧을 정도로 농사를 지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바람을 가졌죠.”
꿈을 이루기 위해 눈물도 많이 흘렸다. 다른 집은 모두 자느라고 불이 꺼졌는데 논에 나가 괭이질을 하고 있으면 그렇게 서러울 수가 없었다. 그는 “먹고 싶은 거, 입고 싶은 거 참아가며 30년 동안 농사만 열심히 지었다”며 “그때 가진 꿈은 다 이뤘다”고 말했다. 지금은 남의 논까지 합해 35필지를 짓고 정미소도 운영하고 있다.
아이들은 고등학교밖에 못 가르칠 형편이었는데 모두 대학을 졸업시켰다. 그때는 “가르치는 재미에 아플 시간도 없이 일을 했다”고 한다.
하지만 가르치는 동안 진 빚으로 하고 싶은 일을 못하고 있다. “가르치면서 진 빚만 갚으면 농장 수익을 없는 분들과 나누고 싶어요. 앞으로 꿈이 있다면 그것 하나입니다. 근데 요즘엔 자꾸 조바심이 나요. 가르칠 때보다 빚이 없어질 줄 알았는데 결혼시켜야지 뭐 해야지 꼬리를 물고 들어가니까 빚이 안 갚아 지더라고요.”
그는 “아이들이 잘 커줘서 고맙다”며 “건강하면 하려는 일을 무엇이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함께 고생한 아내에게 고마움을 전했다./한계희 기자 ghh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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