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여덟 꽃띠들의 ‘새해 소망’을 듣는 자리를 마련하기 위해 고등학교 남녀 학생 2명을 초청해 대담을 나눴다. 방학이 무르익어갈 12월 말, 부안읍내 터미널 근처의 한 피자집에 모인 슬기와 노을이, 현민이와 철근이는 교복차림이었다. 고등학생들은 지난 22일부터 겨울방학에 들어갔다는 소식을 들었으나 막상 닷새 후인 27일 월요일부터 다시 등교를 하고 있다고 했다. 각 학교마다 예비 고3들의 보충수업을 진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좋은 대학 가고… 그리고 없어요.” -이노을(부안여고 2)
“3학년 올라가니까 성적 올랐으면 하고, 살빼야 하고, 가족들과 친구들이 행복했으면 해요” -이슬기 (부안여고 2)
“원하는 대학 가고, 가족들이 행복했으면 좋겠고, 친구들과 우애있게 지냈으면 좋겠어요” -이현민(부안고 2)
“돈을 많이 벌었으면 하고, 살이 쪘으면 하고, 행복했으면 해요” -김철근(부안고 2)
새해 소망이 있으면 ‘세 가지씩을 말해 보라’는 질문에 대한 학생들의 대답이다. 학생들의 공통적인 대답 1위는 바로 ‘진로’와 관련된 것이었다. 한창 꿈을 키워갈 나이지만 대학입학이라는 장애물(?)이 그들을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벌써부터 고3이라는 압박감을 느끼는 듯했다. 친구들 사이에서는 ‘로또 당첨’이 꿈이라는 친구들도 의외로 많다고 전했다.
2004년 한해를 보낸 소회에 대해서도 특별히 기억에 남는 일은 없어 보였다. “기숙사에서 쭉 지내서 특별히 기억에 남는 일은 없다”는 현민이의 말이 생활의 단조로움을 대변해 주고 있었다. 청소년들의 가장 큰 화젯거리는 아무래도 연예계 뉴스. 연예계뉴스 만큼은 아니지만 시사에도 관심이 많았다. 올해 뉴스들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으로 대입수능부정사건을 으뜸으로 꼽았고, 그 외에도 대통령 탄핵과 행정수도 이전 위헌 결정, 몸짱? 얼짱 신드롬, 연쇄살인사건, 부시 미대통령 재선 등을 꼽았다. 특히 노을양은 “정치경제 선생님의 재밌는 수업덕분에 뉴스를 볼 때 많이 도움이 되고, 정치에도 관심을 갖게 됐다”면서 “다른 아이들도 정치경제시간을 즐거워한다”고 말했다.
내년에는 좀 달아졌으면 하는 일로는 사회적으로 “정치인들이 국회에서 싸움을 그만 했으면”하는 것이었다. 학내에서는 “두발 등 학내 규제가 줄어들었으면” 하는 것과 겨울 교실 난방의 허점도 지적했다. 또한 지역사회에 대한 기대로 “문화공간이 늘어났으면” 하는 것과 “시 승격을 받았으면”하는 것도 있었다.
“정치에 관심이 많아서 정치와 관련된 일을 하고 싶어요.” -이슬기
“중학교때 볼링을 시작했는데 요즘은 자주 가지 못해서 아쉬워요. 볼링선수가 되고 싶어요.”
- 김철근
“국어 선생님이 되고 싶어요.” -이현민
“소믈리에(와인 감식 전문가)나 박물관 큐레이터처럼 전문적인 일을 하고 싶어요.”- 이슬기
단조로운 생활과 단조로운 새해 소망과는 달리 그들의 장래희망은 천차만별이다. 그러나 그런 꿈을 키워갈 나이임에도 그들의 2005년은 다시 ‘공부’라는 것으로 귀결돼 버린다. “대학 이야기 빼면 고민이 없어요”, “그것만 생각해도 머리가 아파요”라는 그들의 말이 그 지긋지긋했던 관문을 먼저 지나온 이로서 안타깝게만 느껴졌다.

이향미 기자 isonghm@ibu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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