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인춘(부안중학교 교사)
“엄마 정말 신나는 일이 뭔 줄 알아. 친구들이랑 농구할 때 나보다 키가 더 큰 친구들이랑 같이 떴는데 내가 그들보다 더 높이 뛰어서 공을 잡는 거야. 짜릿해. 그 기분은 느껴본 사람만이 알 걸? 그럴 때마다 ‘역시 촌놈의 힘이다’라는 생각이 들어.
엄마 진짜로, 촌놈의 힘이란 게 있어. 겉으론 약한 것 같거든. 그런데 뛰다보면 겉으로 객관적으로 힘도 더 세고 운동도 더 잘 하는 전주 애들은 따라오지 못하는 뭔가가 있어. 뭔가가.“부안에서 태어나서 자라고 방학 때면 늘 엄마보다 더 좋은 친구들과 놀면서 큰 우리 아들의 말이다. 정말 그런 것 같다. 우리 어른들의 세계에도 분명히 논두렁에서 자란 사람들은 뭔가가 있다. 강한 것 같지 않은데 결정적일 때 강하고, 잘 놀고 긍정적이고 따뜻하고 가족들끼리 어울리는 것 좋아하고 등등.
부안은 이런 논두렁이 있는 동네다. 게다가 거의 2년에 걸쳐 환경을 살리고 지역공동체를 살리기 위해 민주적으로 결정하며 주체적으로 행복을 추구한 역량이 축적된 저력 있는 교육 공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안에서 자녀들을 공부시키는 걸 불안해 한다. 그래서 부안의 면단위 학교는 한 학년이 한 학급을 넘지 못하고 그나마 그 한 학급의 학생수도 10명이 채 안 될 지경에 이르렀다. 이 부안에 사는 아이들 역시 현실적인 문제를 내세우는 부모들의 불안한 마음 때문에 공부에 내몰리고 있다.
그러나 2005년에는 우리 아이들이 좀더 행복하게 공부할 수 있는 부안이 되었으면 좋겠다.
그래서 소망해 본다. 우선은 학생이나 부모나 지식 쌓기와 상급학교 진학에 불과한 공부에는 너무 집착하지 말았으면 좋을 것 같다. 학부모들과 선생님들은 학생들이 자신의 꿈을 가꾸고 실현시키기 위해 스스로 공부할 수 있도록 생각을 북돋워줬으면 좋겠다. 아울러 학생들이 마음놓고 놀 수 있고 즐길 수 있는 안전한 공간도 만들어 주는 것이다. 현재 있는 부안 예술회관의 학생 동아리방을 실질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마련해 주면 될 것이고, 서림공원의 농구장도 기존의 시설을 보수하고 잘 관리한다면 학생들이 언제나 안전하게 활용할 수 있는 좋은 공간이 될 것 같다.
또한 풍부한 문화유산과 향토역사를 가르치고 배우는 공간이 학교 밖에서도 만들어져서 제도 교육이 다 가르칠 수 없는 부분을 채워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더불어 부안 사람들만의 특수한 핵폐기장 유치 반대투쟁의 소중한 경험도 살려 생명을 살리고 평화를 위하는 교육이 이어진다면 더할 나위 없겠는데…
학생은 미래를 준비하는 사람이 아니다. 학생들은 지금 그 자체로 충분한 하나의 인격체로 지금 이곳에서 진정 행복해야만 한다. 미래의 행복을 위해서 생동하는 지금을 희생해서는 안 된다고 본다. 활기찬 모습으로 맘껏 뛰놀 수 있는 이 좋은 산과 바다와 바람이 우리 아이들을 부드럽고 따뜻한 인간애를 지닌, 결정적일 때 강한 모습을 보이는 저력 있는 사람으로 만들지 않을까.
아이들이 맘껏 놀면서 스스로 강해지는 사람이 되는 새해의 부안 교육을 꿈꿔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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