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동호:지방자치는 수직이 아닌 수평의 형태가 기본이다. 지난 시절 수직형 조직이 불가피했다면 향후 우리 조직은 수평조직이 돼야 하고 이를 위해선 면 대책위 차원으로 자기 지역 문제를 고민하고 향후 진로를 모색해야 한다는 얘기를 들었다. 나 역시 많은 고민이 든다. 왜냐면 현재 우리들이 안고 있는 현안이 많다. 우회도로 생기면서 시장 상인들이 타격을 받고 있다. 대형 마트의 출현으로 2·3차 산업 종사자들도 생존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 각 지역마다 안고 있는 문제점들이 달라 대책위 차원에서 해결하기에는 역부족이다. 또한 지방선거에서의 각 정당간의 이해관계가 다르고 군민들 내부에서는 지지자들 간에 분열이 발생할 수도 있다. 잘못하면 수평이 분열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우려가 있다. 어렵다면 차라리 기존 조직을 활용하며 자생력이 붙을 때까지 조직 전환을 유보할 수도 있을 것이다.
신상규:지역내 갈등 치유가 급선무다. 우리는 이장단들과 함께 술잔을 기울이며 앞으로 무엇을 할 것인지 고민도 해봤다. 현재 각 마을에 총회 개최가 많다. 그래서 오늘 오전 10시에 도 마포마을 총회를 갔었다. 현재 상황을 보면 반핵운동 과정에서 주민들과 이장 사이의 갈등이 굉장히 심화된 것이 사실이다. 이제 우리 지역은 우리 주민들이 지켜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난 17개월 동안 고생한 것보다 더 한 고생이 시작될 수 있으므로 열심히 하자.
임덕규: 갈등 치유가 제일 중요한 문제라고 본다. 핵폐기장 찬성은 소수였지만 그들과의 갈등의 골은 깊다. 강자의 입장에서 포용하고 나서야 한다.
또한 이후 선거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군수와 국회의원 등 주민 대표자를 제대로 뽑아야 한다. 이제는 정치권력의 문제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차기 지자체 선거에서 분열을 경계하며 운동의 성과를 모아 승리할 수 있는 길을 준비해 나가야 한다.
서동진: 핵폐기장 반대투쟁이 마무리되는 시점에서 새만금 문제가 거론되지 않는 것에 조금은 답답하고 의아한 심정이다. 다시 한번 새만금에 대해 우리가 중심이 돼서 풀지 않으면 우리의 운명을 결정하는 일에서 스스로 멀어지는 것이다.차라리 개발을 원한다면 어떤 개발이 필요한 지 등에 대해서까지 풀어 놓고 공론화해야 한다. 부안은 새만금 문제를 제대로 풀어야 개발이 아닌 생명의 도시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대책위 차원에서 어떤 일을 할 수는 없겠지만 부안새만금생명평화모임(부새평)에 전적으로 위임하는 것보다는 부안 사회 전체가 새만금 문제를 드러내서 논의해 보자. 새만금 반대운동에는 시일이 많지 않다. 방조제 완공에는 1.7km만이 남았을 뿐이다.
고영조: 사태를 발생시킨 원흉은 책임져야 한다. 공인이기 때문에 그런 것이다. 하지만 그런 대표자를 선출한 우리 스스로의 책임도 묻지 않을 수 없다. 민주주의를 말하기 위해서는 우리 스스로 민주적이어야 한다. 그래서 한편으로는 김군수에 대해 굉장히 원망스럽지만 민주주의의 가치관을 가질 수 있는 계기를 준 부분에 대해서는 고맙다는 생각도 든다. 다만 목민관의 자세를 못 갖춘 저런 사람이 계속 군수를 하고 있다는 파렴치함에 대해서는 증오를 느낀다.
하지만 저 군수를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아무도 얘기를 못하고 있다. 1인시위를 통해 압박하고 있고 지역 주민들이 행정을 방해하는 정도로 제약을 가하고 있다. 나도 구체적인 방법에 대해 쉽게 얘기를 못하고 있다. 함께 고민해야 한다.
그리고 대책위가 중앙집중적인 조직이었다는 평가에 대해서 동의하지 않는다. 작년 10월 중순까지 그런 면이 있었는 지 모르겠다. 그후에는 상임위원회를 통해서 모든 것을 결정해왔다. 일방적 지시 같은 것은 없었다. 반핵 싸움을 통해 농민회에서 자유총연맹까지 다양한 스펙트럼이 동일한 목표로 집결했다. 그 과정에서 자발적으로 결정하고 집행했을 따름이다. 수평적인 조직 전환은 좀 더 설명이 필요한 것 같다.
김효중:지역 대책위로의 분권화 방향에 공감하고 동의한다. 이것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자기성찰과 반성이 필요하다. 비상전시체제 형태의 대책위에 대한 불가피성은 인정한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반드시 변명으로 끝날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중앙집중적인 힘과 권력을 원했고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그것을 유지하고 휘두르지 않았는 지 반성해 봐야 한다. 우리 아이들의 경우 내 목소리가 조금 높아지면 큰 녀석은 눈치를 본다. 유사한 상황이 내부에도 있었다. 굉장히 많은 자기성찰과 반성의 시간이 요구될 것이다. 지역대책위에서도 마찬가지다. 함께 이 문제를 풀어가야 한다.서복원기자 bwsuh@ibu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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