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성(반핵대책위 집행위원장)

행정에 의존하는 생활에서 벗어나야
인구 7만이 채 안되는 소도시 부안에서 2만의 주민이 모여 데모를 했다. 아니 그이상의 목소리가 모여 공권력에 항거하는 촛불이 되었다. 부안 항쟁의 상징인 촛불, 정부에서 언론에서 불법이다 폭력이다 아무리 호도했어도 부안항쟁을 승리로 이끌었던 생명평화의 밑거름이 되었다. 민주와 자치가 무엇인가 배웠고 지역의 진정한 발전이 어떤 것인가를 깨달았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내가 이 사회의 주인이라는 것을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무엇보다 중요한 변화는 주민들의 가치관에서 찾을 수 있다. 부안항쟁을 통해 생명의 가치를 중요한 판단의 기준으로 삼게 됐다. 여기에 주인의식과 자주성이 함양됐다. 행정에 의존적이고 내 맡기는 생활에서 벗어나 스스로의 운명을 개척해 나갈 고민을 시작하고 있다.
이제 부안에서 핵폐기장이 끝난 이 시점에서 여유를 갖고 넓게 보되 앞으로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해 치열한 고민이 필요한 때이다. 또한 승자의 아량과 배짱 그리고 자신감을 가지고 상생의 길을 모색하여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다음의 과제를 실천해 나가야 할 것이다.
책임 규명하고 갈등 치유와 상생의 길 가야
우선 부안문제의 원흉에 대해서는 반드시 책임이 뒤따라야 한다. 책임자에 대한 문제를 분명히 짚지 않는다면 지금까지 표류하고 있는 핵폐기장 추진정책이 문제는 있되 책임자는 없는 상태에서 넘어가버릴 것이며 또 다른 지역에서 제2의 부안사태가 일어날 것이 명백하다. 부안에서는 핵폐기장은 종료되었으나 부안군민들을 고통속으로 몰아넣은 김종규 군수에 대한 책임을 묻는 일이 여전히 남아있다. 김종규를 임기 내에 사법처리하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며 이는 감사원 등의 감사, 내부고발자에 의한 비리 추적 등을 통해 가능할 것이다. 이것이 가능하지 않다면 2006년 선거시기에 김종규는 권좌에서 물러나야 할 것이며 김종규가 권좌에 있는 시간은 길어야 앞으로 1년 6개월이다. 기간이 짧아지든 선거까지 가든 김종규를 압박하여 발목을 죄는 활동은 여전히 유효하다 할 수 있겠다.
둘째, 갈등을 치유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부안의 지역공동체가 갈갈이 찢겨져 있다. 핵폐기장에 대한 찬반의 대립으로 인하여 정신적으로 매우 피폐해져 있는 상황이다. 분노와 증오심이 마음 깊숙한 곳으로부터 자리잡고 있다. 안면도의 경우 18년이 지난 현재에도 갈등해소가 되지 않고 있다고 하니 부안도 여간 쉽지 않으리라 예상된다. 하지만 성숙한 주민의식을 바탕으로 싸워온 부안군민들은 안면도나 기타 지역에서보다 더욱 더 스스로의 노력을 통해 극복하리라 믿는다.
정부도 부안문제 책임에 있어 자유롭지 못하다. 부안문제의 책임선상에 있는 한 축으로서 정부는 부안의 갈등치유 나아가 지역공동체 회복을 위해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그 출발점으로 핵폐기장 부지 후보군에 있어서 부안 배제를 발표하는 결단이 요구된다 할 수 있다.
셋째, 지역발전의 밑그림을 그려 나가야 한다. 지역의 발전은 특출난 인물이나 행정에 의해서만은 안 된다는 것을 지난 경험은 우리에게 말해준다. 주민들의 자발적 참여를 바탕으로 지역의 특수성을 고려한 지역발전의 내생적 토대를 형성할 때만이 진정한 지역발전의 중장기적 전략을 수립할 수 있는 것이다. 또한 자본의 유입을 통한 외적 지원이 곧 지역발전이 아니라는 것이다. 현재 강현욱이나 김종규는 거액을 투자하여 개발하는 것이 발전이라고 고집하고 있다. 핵폐기장은 그 한 예일 뿐이다. 돈이 몇 조 투자되어 지역이 발전한다고 하면 13조 이상이 투자된 영광은 왜 그 모양인가. 따라서 지역발전에 관한 구체적 내용을 가장 잘 파악하고 있는 지역 주민들의 토론과 논의를 토대로 해서 부안의 미래상을 종합적으로 그려내야 한다.
수평적 네트워크 통한 일상적 자치운동 고려
핵폐기장 반대투쟁 시기는 그 성격상 비상 국면이었기에 대책위는 중앙집중적 투쟁조직이 됐다. 따라서 대책위를 중심으로 단일한 지침을 가지고 일사분란하게 움직여야 했으며 이를 통해 핵폐기장 백지화라는 승리를 가져온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이러한 집중과 통일적 조직에서 무게중심을 읍·면단위 지역으로 옮기는 분권의 형태로 조직이 전환되어야 한다. 이를 통해 지역에서 일상적 생활속에서 지역의 발전을 고민하고 주민들의 실천을 이끌어내는, 나아가 자치운동을 실현하는 조직체로 전환하여야 한다.
군 대책위는 중앙집권적인 조직에서 그물망 조직의 수평적 조직으로 전환해야 한다. 이 속에서 위와 같은 지역조직 그리고 다양한 형태의 분야별 모임과 조직 활동을 활성화시키는 분위기를 형성하고 조율하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다양한 분야와 부문에 있어 특화된 모임과 조직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고 이를 의식적으로 준비하고 조직하여야 한다.(예:학교급식조례 제정을 위한 연대회의(가칭))
현재의 면별 대책위는 비상시기의 한시적 투쟁체로써 향후 부안운동을 담보할 수 있는 틀이 되기에는 한계가 있다. 따라서 읍면단위 지역의 특수성과 상황에 맞게 새로운 틀을 짜야 한다. 주민들의 다양한 관심사와 지역문제를 풀면서 지역발전의 장기적 밑그림까지 그릴 수 있는 조직구성을 해야 한다.
사회단체들의 변화도 중요하다. 부안에 존재하는 각종 사회단체는 관변단체 혹은 군행정에 의존적인 단체가 아닌 자립적 기반 위에 스스로의 활동방향과 내용을 재정립하여 거듭나야 한다. 부안투쟁을 거치면서 사회단체 대표자들의 연석회의를 통해서 이러한 문제의식은 많은 단체장을 통해서 확인되었고 이후 각 부문별 역할을 위해 노력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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