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융위기가 내수부진으로 이어지면서 서민 가계에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특히 국제유가의 상승과 각종 공공요금의 인상으로 경제상황이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가운데 농민들도 쌀 값 폭락에 대한 정부대책을 요구하며 벼 야적 시위를 벌이는 등 지역경제가 요동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일부 국회의원을 비롯 고위공직자와 전문직 종사자 등 사회지도층 인사들이 쌀 소득보전 직불금을 부당 수령하고 도시 거주자 등이 땅 투기를 통한 시세차익을 위해 농지를 사서는 양도세를 감면받기 위해 스스로 농사를 짓는 것처럼 위장하는 수단으로 직불금을 신청, 세금을 탈루하는 범법행위를 자행했다는 소식이 우리를 참담하게 하고 있다.

쌀 소득보전 직불금 제도는 쌀 값 하락으로부터 농업인의 소득안정을 위해 마련된 보조금으로 지난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5년7월에 만들어져 집행되어 왔다. 특히 쌀 직불금은 FTA 등 쌀 수입의 개방에 대비하고 국내 쌀 생산자의 도산을 막기 위해 만들어 진 제도이고 당해 연도의 쌀값과 기준가격 차이의 85%를 보전하는 것이 핵심적인 요소이다. 농민에게 도움을 주기위해 마련된 제도가 관리규정의 미비와 어설픈 집행으로 어려운 농민들에게 직접적인 혜택을 주지 못한 채 오히려 사회적 갈등만을 양산하고 있는 셈인 것이다.

이번 사태의 직접적인 문제는 단지 부당수령에만 한정된 것은 아니다. 정치인과 고위 공직자등은 사회 지도층 인사로, 보다 높은 수준의 도덕성을 지녀야 한다는 것은 두말할 나위도 없는 주지의 사실이다. 이들이 바로 우리 사회의 ‘윗물’이기 때문이다.

최근 한국투명성 기구가 전국 중고생 1,1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반부패의식 조사 결과 청소년들의 반부패 인식지수는 10점 만점에 6.1점에 불과했다고 한다.

이번 조사에서는 특히 ‘부자가 되는 것보다 정직을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대답이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으며 돈이 모든 것에 우선한다는 황금만능주의가 짙게 깔려 있었다고 한다. ‘학생회장에 당선되기 위해 간식이나 선물을 주는 것은 안 된다’는 응답률도 40%에 불과해 뇌물이 횡행하고 탈법과 불법도 마다않는 우리 정치판이나 선거판의 닮음꼴 모습이었다. 농지를 직접 경작하지도 않으면서 직불금을 부당수령한 우리 사회의 ‘윗물’들이 아랫물 마저 혼탁하게 만들어 버린 것이다.

‘노블리스 오블리제’란 말이있다. 지배층의 도덕적 의무를 뜻하는 프랑스 격언으로 사회 지도층의 책임의식 즉, 사회적인 지위가 있는 사람들은 그만큼 사회에 대한 의무를 다해야 한다는 뜻이다. 이런 전통적 모럴(morale)은 면면히 이어져 내려와 영국의 지도층 자제가 입학하는 이튼 칼리지 졸업생 가운데 무려 2,000여명이 1,2차 세계대전에서 목숨을 잃었다고 한다. 철강왕 카네기, 석유재벌 록펠러에서부터 현존하는 세계 최대의 갑부 빌 게이츠에 이르기까지 미국 부자들의 자선 기부문화도 이런 전통을 물려받은 것이다.

지금이야 말로 우리사회의 지도층 인사들이 노블레스 오블리제를 다시 한번 되새기고 고금에 나와 있는 사회 지도층 인사들의 행동을 본받아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아울러 투명하고 깨끗한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 이번 쌀 직불금 부당수령자들에 대한 엄정한 법적처리와 함께 전면적인 제도개선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다만 쌀 직불금 제도의 개선이 실경작자인 농민들에게 불이익이 되어서는 안되며 직불금 제도의 폐지나 농업관련 예산의 삭감은 더더욱 안된다. 경자유전의 원칙이 무너지고 농지의 불법소유를 막기 위해 직불금을 현금 대신 비료나 농기계 등 영농자재로 지급하는 방안도 검토해 봐야 할것이다. 아울러 쌀 직불금을 부당 수령한 공직자와 정치인 등의 명단을 국민앞에 낱낱이 공개하고, 부당 수령금을 회수해 실 경작자에게 재분배 해야하며 양도세를 부정한 방법으로 면제받은 경우에는, 추징을 통해 국가의 도덕성을 높여야만 법과 원칙이 바로서는 희망의 대한민국이 펼쳐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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