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과잉, 중국산 공세에 포기당 6~7백원밭떼기 안돼 농민들 한숨 “갈아 엎어야”

본격적인 김장철을 앞두고 2천여 배추재배 농가들이 깊은 시름에 잠겼다.
배추농가들에 따르면 올해 작황이 좋아 지난해에 비해 20%이상 생산량이 증가했지만 강원도 고랭지 배추의 소진이 안된데다 값싼 중국산 김치의 물량공세 등으로 시세가 작년의 절반에도 못미치는 것으로 전해졌다.

농가들은 예년에 비해 작황은 좋지만 생산비 등을 감안할 때 출하할 곳이 마땅치 않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특히 강원지역 배추의 풍작으로 물량이 크게 쌓이면서 지난 해 포기당 2500원이상 호가하던 가격이 그 절반에도 못미치는 600원~700원으로 형성될 전망이다.

보안면에서 배추농사를 짓고 있는 김태균씨는 “지난 해 5톤 트럭 한 대 물량(약 8톤)을 출하할 경우 200만원 이상의 순소득을 올릴 수 있었는데 올해는 70만원에도 거래가 성사되지 않고 있다”며 “농가의 경우 생산비도 건지기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더욱 큰 문제는 부안군의 경우 전체재배면적이 170여 헥타르에 이르지만 농협과 계약재배를 맺은 곳은 전체 농가의 46%에 불과하다는 것. 계약재배를 못한 농가들은 최소한의 생산비라도 보전할 수 있는 정부의 산지폐기 정책의 혜택에서도 소외돼 있어 앞이 더욱 캄캄한 상황이다.

보안면 남포리에서 9900제곱미터의 배추농사를 짓고 있는 이진기씨는 지난해 작황이 올해에도 이어질 것으로 믿고 농협과 계약재배를 포기한 경우이다.

이씨는 지난 5일 “예년같으면 포전매매업자가 들락거릴 시기인데도 한 사람도 찾아보기 힘들다”며 “생산비도 안나오면 결국 갈아 엎을 수 밖에 없지 않느냐”며 한숨을 지었다. 남부안농협 관계자도 “작업비와 운임료, 수수료 등 각종 부대비용을 감안할 때 포기당 800원은 받아야 겨우 본전을 찾는데 시세가 잡히지 않을 정도로 심각한 수준”이라고 밝혔다.

결국 낮은 가격에 팔아치우려고 해도 사가려는 중간상인들이 나타나지 않고 있는 상황이 지속되면서 배추농가들의 농심에는 더욱 그늘이 드리워지고 있다.

신명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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