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정부가 들어선 후 6개월간의 ‘입덧기간’이 끝났다며 본격적인 규제풀기에 나섰다. 사업하기 좋은 여건을 만들어 경제가 활성화되고 국민이 배고프지 않은 나라를 만든다면 대통령은 훌륭한 나랏님이 될 것이다. 그러나 최근 사업하기 좋은 나라를 만든다며 규제풀기에 급급해 하는 정부의 태도는 먼산 불보듯 하기 어렵다. 규제를 만들 때는 나름대로 이유가 있었던 것이고, 신의성실의 원칙에 의거 누군가 관련 규제 해제로 피해를 본다면 성급하게 풀 일이 아니다. 특히 경제와 관련된 규제는 경제활동에 의해 영향을 받는 사업자뿐만이 아니라 전 국민, 즉 생활자인 소비자 입장을 생각해야 한다.

지금의 MB노믹스처럼 IMF사태 때 경제하기 좋은 나라를 만든다면서 소비자와 관련한 많은 규제를 풀었다. 당시 식품을 보면 상품에 표시된 일자는 제조일자였다. 소비자들이 제조일로부터 신선한 식품을 구매하고자 하는 권리는 당연함에도 불구하고 사업자들 입장에서는 재고품으로 인해 손해가 많다는 이유로 현재는 유효기간이 되어버렸다. 또한 유효기간 역시 일부는 사업자 재량권에 맡겨져 유효기간 결정에 대한 정보도 소비자에게는 없다. 최근에 불량식품 파동이나 중국산 멜라민 사건을 볼 때 느슨해진 식품정책이 원인이라고 본다.

또한 유선방송에 대한 규제도 어이없이 해제되었다. 당시 유선방송사에서 요금을 인상하거나 채널을 변경 할 때는 지역별 통신위원회가 구성되어 논의를 통해 통과해야 가능했었다. 그러나 지금은 방송위원회에 신고하는 것만으로 규정이 바뀌자 유선방송사 임의대로 요금인상과 채널 변경을 하고 있다. 두 해 전 내가 일하는 단체의 전주 지역에서만 한 회사의 유선방송 소비자 피해가 500여건이 달한 적도 있었다.

또한 이마트나 홈플러스 등 대형마트 진입으로 지역마다 재래시장과 동네슈퍼의 붕괴로 한 동안 진통이 있었다. 지금은 중소도시의 대형마트 입점에도 포기상태이지만, 민주주의 국가에서 정당하게 경제행위를 하고 허가를 반대할 관련법규가 없다면 이마트 본사 앞에 가서 아무리 상인 대표가, 시민단체 활동가들이 단식을 하여도 방법이 없다. 당시 도·소매진흥법에 의하면 지역에 백화점이나 대형 도소매점이 입점할 때는 지역별 도소매심의위원회를 거쳐 허가를 받아야만 가능했다. 지금처럼 교통영향평가만 통과하면 되는 것이 아니었다. 지금도 생각하면 당시 위원회가 존속되었다면 그렇게 쉽게 대형마트 입점이 가능할까 생각해본다. 아니면 공룡처럼 밀려오는 대형마트에 대항하여 지역 상권을 살릴 수 있는 방법을 만들어 놓고 규제를 풀던지 했어야 한다.

결국 사업하기 좋은 나라를 만든다며 규제를 해제하였지만 소비자 또는 지역 영세사업자들에게는 좋은 해제가 아니었다. 며칠 전에는 미국발 금융위기에서 비롯한 세계금융시장의 불안에도 관계없이 금산분리 완화 방안을 금융위원회에서 발표한다고 했다. 이명박 대통령의 선거 공약에선 금산분리 완화 시 리스크부담에 따른 주의가 필요함을 제기하기도 했다.

몇 주 전에는 군사보호시설 주위에 개발 규제를 푼다고 하고, 백화점 셔틀버스가 부활한다고 하며, 지역방송이나 종교방송의 광고수주문제가 걸려있는 민영미디어랩에 도입을 강행한다고도 했다. 규제보다는 개방과 자율이 좋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 해제가 극히 소수의 당사자들에만 이득이 된다고 하면 박수 치며 구경만 할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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