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권의 시작인 인수위원회 활동 시부터 영어교육에 대한 이런저런 발언들이 나오면서 영어에 대한 온 국민의 관심이 더욱 커 졌다. 일반 매체의 교육 섹션에도 영어에 관련된 기사가 매우 자주 등장한다. 그런데 한편으로 이렇게 영어를 강조하는 것은 우리의 영어실력에 문제가 있어서 그런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농담으로, 베이징 올림픽이 한창일 때, 이렇게 영어를 열심히 하고서도 영어를 못하는 것도 우리나라가 금메달감이라는 이야기도 들렸다. 또 쇠고기 협상 때 어떤 부분을 잘못 해석하여 협상을 잘못 했다는 것을 보면 전문가도 문제가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요즈음 계속해서 이야기 되고 있는 것들을 보면, 영어를 어린아이 때부터 해야만 잘할 수 있다, 싱가폴처럼 온 국민이 영어를 제1 또는 제2 언어로 쓰면 되지 않느냐, 그리고 몰입교육을 하면 영어가 금방 잘될 것 아니냐 등의 이야기가 많은 것 같다.

영어는 반드시 아주 어릴 때 시작해야만 잘 할 수 있을까? 예전엔 어느 연령대를 지나면 외국어를 마스터할 수 없다는 이론이 주류였는데, 요즈음은 ‘그렇지 않다’라는 쪽이 우세하다. 물론 영어를 학생시절이 다 지난다음에 시작해도 원어민처럼 할 수 있다는 말은 아니다. 중학교 때 시작해도 원어민처럼 잘 할 수 있다는 게 본인의 확신이다. 오히려 너무 일찍 시작하다보니 중학교에 입학해서는 영어가 가장 싫다는 학생 수가 많아졌다는 일선교사들의 하소연도 있다.

모든 언어가 그렇듯 단어를 많이 알아도 어법을 모르면 한 언어를 잘 할 수 없고, 문법만 잘 알고 단어를 모르면 아무것도 아니 것이 된다. 그런데 단어를 외우는 속도나 문법을 체득하는 속도는 사람의 인지 능력이 늘어남과 정비례한다. 따라서 이 부분은 천천히 해도 본인의 의지나 주위의 도움만 있으면 중학교 때 해도 별 문제없다. 그러나 문제는 발음이다. 언어의 발음은 순전히 우리 몸의 근육운동이므로 나이가 들면 듣는 대로 발음이 안 된다. 이미 입안의 근육이 한국어 발음체계로 굳어졌기 때문이다. 따라서 초등학교 때는 말하고 듣는 것을 강조하고 그렇게 하면 된다.

그러면 ‘영어를 잘 한다’는 것은 무엇을 잘 한다는 것인가? 말만 잘 한다고 영어를 잘한다고 할 수 없다. 잘 읽고 잘 쓰고 해야 한다. 이것은 결국 인지 능력이 발달 되어감에 따라서, 개인의 능력에 따라서, 좋은 글을 읽고 쓰고 하는 훈련을 계속해서 해 나가야 한다.

한편, 싱가폴처럼 우리는 두개의 언어를 할 수 있는 준비가 되어있지 않다. 물론 싱가폴처럼 상당한 시간을 두고 차근차근 해보자는 주장은 일리가 있다. 그러나 당장 실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학생들이 학교에서는 영어를 배우지만 그 시간만 지나면 영어를 전혀 쓸 기회가 없기 때문에 영어가 제2 언어로 자리 잡지 못하는 것이다. 또한 학교에서 몰입교육으로 영어를 영어로 가르쳐도 그것을 써 먹을 일이 없으므로 어려운 것은 마찬가지이다. 영어로 영어를 가르칠 선생님들을 먼저 양성하고, 영어를 쓸 수 있는 환경을 제한적으로나마 만들고, 그것을 확대 한다면 언젠가는 가능할 수 있다. 다만 비용과 교육 평등의 문제를 해결해야하니 중지를 모아야겠다.

그런데 꼭 우리가 생각해 보야 하는 것이 있다. 대한민국에 살면서 한국어는 못하면서 영어는 잘 할 수 있겠는가? 읽기와 쓰기를 즐겨하고 외국문화를 이해하고 존중하는 것이 전제되지 않으면 우리아이들이 글로벌시대에 꼭 필요한 인재가 될 수 없음을 부모들이 인식해야 할 것이다.
저작권자 © 부안독립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