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모두가 기억하고 경축해왔던 ‘광복절 63주년’ 행사가 올해는 두 동강으로 분열되었다. 정부는 민족해방과 정부수립의 의미를 담고 있던 광복절을 느닷없이 건국절로 바꿔 ‘건국60년’ 행사를 성대하게 치렀다. 8월 15일이라는 같은 날짜를 놓고 일제 강점에서 벗어난 1945년이 아닌 이승만 정부가 수립된 1948년을 강조한 것이다.

야당은 명분상 ‘광복절’ 행사를 앞세우며 광복보다 건국을 기념하는 정부의 행사에 참여하지 않고 대한민국임시정부 주석인 백범 김구 선생 묘역을 찾아 참배식을 가졌다. 시민사회 단체들과 보수우익단체들도 각기 ‘광복절’과 ‘건국60년’ 행사를 따로 가졌다.

사태가 이지경이 된 것은 이명박 정부가 자초한 일이다. 뉴라이트 단체 및 보수언론들의 왜곡된 역사인식에 따라 ‘건국절’ 행사를 밀어붙인 결과다.

대한민국의 건국은 3·1독립운동에서 이어진 대한민국임시정부가 수립된 1919년 4월 11일에 이뤄졌다고 봐야 한다. 대한민국 건국의 정통성은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우리 대한국민은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과 불의에 항거한 4·19 민주 이념을 계승하고”라는 대한민국 헌법 전문이 명쾌하게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뉴라이트 단체의 학자들과 일부 보수언론들은 2004년부터 1948년 8월 15일을 광복이 아닌 건국일로 기념하는 행사를 추진해왔다. 그들은 일제식민지 시대가 조국의 근대화를 이룬 시기며 친일파들을 득세케 한 이승만을 건국의 국부로, 만주군 장교 출신 박정희를 산업화의 영웅으로 추앙하는 역사인식을 가지고 있다. 결코 친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그들은 민족해방의 광복절 보다는 남한 단독정부인 대한민국 ‘건국절’이 자신들의 이념과 가치 즉 기득권을 지켜줄 수 있는 보루라고 믿고 있다. 따라서 그들과 같은 이념과 역사인식을 가진 한나라당 의원들은 광복절을 건국절로 바꾸는 관련 법안을 발의했고, 정부는 ‘건국60년 기념위원회’를 출범시킨 것이다.

그래서 민족해방의 광복보다는 대한민국(엄밀하게는 ‘남한’) 건국에 초점을 맞춘 ‘건국60년’ 기념행사는 반역사적·반민주적이며 대한민국의 정통성과 정체성이 변질되는 심각한 문제를 낳는다. 이러한 역사관은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한다”라고 되어 있는 현 헌법 정신을 무시하는 것이다. 또한 임시정부의 정통성을 폄하하고 항일독립운동을 부정하며 일제식민지배와 친일행위에 면죄부를 주게 되는 결과가 된다.

김구, 여운형 선생 등 분단정부 수립을 반대한 독립운동가들을 역사에서 배제함은 물론 북한을 적대시함으로써 분단체제를 영속화하려는 의도가 있다. 이는 자기들 이념에 맞는 잣대로 역사를 재단하고 조작함으로써 역사와 민족 앞에 범죄를 저지르는 결과로 귀착된다.
알제리 출신의 프랑스 작가 알베르 까뮈는 ‘과거의 잘못을 단죄하지 않는 것, 그것은 바로 미래의 범죄에 용기를 주는 것’이라고 했다. 우리 민족의 암적인 존재인 친일파를 청산하지 못한 결과로 오늘의 반역사적·반민주적인 불행한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지금은 올바른 기억을 위한 역사 투쟁이 절실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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