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데없는 ‘생거(生居)’ 논란이 일고 있다. 충북 진천군이 ‘생거’란 말 자체를 상표등록해버려 오랫동안 생거부안이란 표현을 사용해왔던 부안에 ‘잠재적인’ 족쇄가 생겼기 때문이다.

생거란 말의 역사적 기원이나 학술적 근거를 떠나 향토적으로 지역 주민들의 입을 오르내리며 자신의 고장에 대한 자부심을 갖게 하는 말로 사용돼왔다. 설령 ‘생거진천 사거용인’이란 말이 ‘생거’의 분명한 역사적 근거라고 하더라도, 또 일부 지역에서 옛날 언젠가부터 그 용어를 빌려 쓰게 된 것이 확실하다고 하더라도 이미 생거란 말은 스스로 원하기만 한다면 자신의 고장에 붙여 쓸 수 있는 일반 명사가 됐다. ‘살기 좋은 곳’이라는 수식어 수준으로 희석됐다는 말이다. 이러한 용어를 특허낸다는 것은 조금 과장하면 마치 ‘살기좋은’이란 말을 특허내는 것과 마찬가지다.

이번 일을 보고 있자니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브랜드 개발에 사활을 거는 지자체들의 욕심과 영악함이 씁쓸하다. 또한 이를 용인해줌으로써 결과적으로 ‘지저분한’ 경쟁을 부추기는 상업 자본주의 법률 제도의 비인간성도 비판받아 마땅하다. ‘독점’·‘배타’적인 권리를 행사할 수 있게 된 것은 진천 입장에서 보면 자신들의 이익을 한껏 챙길 수 있는 안정적인 장치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기뻐할 일일지 모르겠으나, ‘독점’과 ‘배타’는 결코 사회적으로 바람직한 관념이 아니다. 가능하면 ‘분점’과 ‘상생’, 그리고 ‘화합’이 전 사회가 추구할 목표이어야 한다.

진천군의 조치에 대한 군의 입장은 그다지 예민하지 않다. 생거란 말에 그다지 애착을 갖고 있지 않다면 모를까 앞으로 어떤 형태로든(영리적 목적이든 비영리적 목적이든) 생거란 말을 계속 사용할 수밖에 없는 군으로서는 자칫 치명적인 제약을 받게 됐는데도 별 문제의식이 없어 보인다.

‘우리가 먼저 했어야 할 일을 넋놓고 있다가 당했으니 안타까워 하자’는 것이 아니다. 진천이 생거란 말을 특허낸 것은 그만큼 그 용어가 가치가 있기 때문이다. 그들은 그 가치를 ‘돈’으로 계산했다. 우리도 그러자는 것이 아니라 우리에게 의미있게 사용되어온 그 용어의 지역적 가치를 다시 한번 생각하자는 것이다. 독점과 배타를 고집하는 진천과 사회적 흐름에 대해 엄중하게 발언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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