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산이 피서객들로 활기를 띠고 있다. 부안을 찾는 이들이 먼저 만나게 되는 이정표다. 차량 네비게이션이 일반화된 요즘 사람에게 길을 물을 일도, 목을 빼고 애써 이정표를 찾을 일도 거의 없지만 이정표 또는 관광안내판은 ‘이동’과 관련한 약자들에게 유용한 정보가 되고 그러한 시설은 다름아닌 이러한 약자들에게 맞춰져야 한다.

그러나 군은 부안군 관광 산업 활성화와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지만 정작 관광객이 부안을 찾았을 때 얼마나 편안함을 느낄 지에 대한 ‘인간적’인 고려는 부족해 보인다. 군도 인정했지만 이정표가 부족하거나 틀린 경우도 제법 된다. 이정표는 사람에게 일일이 길을 물어 찾아가는 것을 대신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다. 사람 간의 직접적인 대화가 아니라 ‘이정표와의 대화’ 속에서 이정표 이면의 사람의 숨결을 느낀다. 감동은 커다란 숙박시설이 아니라 그러한 작고 세심한 배려에서 느끼는 법이다.

이정표와 관련해 최근 한 가지 눈에 띄는 것은 얼마 전 개장한 대명리조트로 가는 길을 알려주는 이정표가 부쩍 늘었다는 것이다. 행안삼거리에서 세워진 이정표엔 위에 대명리조트, 그 아래 채석강, 이렇게 적혀 있다. 대명리조트 가는 길을 알려주는 것도 필요할 테지만 달랑 채석강 하나에 그것도 대명리조트를 머리 위에 이고 있는 그 이정표를 보는 마음이 그다지 편하지 않다.

이젠 부안의 모든 관광 이정표가 대명리조트로 향해야 하는 것인가. 이건 자존심의 문제이기도 하다. 부안의 소중한 자연·문화 자원인 채석강, 적벽강, 수성당, 그 외의 해변 곳곳에 늘어선 아름다운 곳들보다 대명리조트가 우위에 있어야 할 이유는 없다. 안으로 당당하고 밖으로 친절한 이정표가 아쉽다.

저작권자 © 부안독립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