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안의 전통문화에 대한 관심과 활성화를 위해 매창별곡 연작에 이어 반계 유형원에 관한 글 ‘우반동의 꿈’을 4 차례에 걸쳐 보내드립니다. <편집자 드림>

글 싣는 순서
1. 실학 사상의 새벽을 연 반계 유형원
2. 반계수록의 산실인 신비의 땅 우반동
3. 반계수록에 실린 개혁 사상 (상)
4. 반계수록에 실린 개혁 사상 (하)


반계수록(磻溪隨錄) 번역본은 북한사회과학원 민족고전연구소 간행본과 충남대학교 고전연역회총서(古典演譯會叢書)로 나온 한장경 박사의 번역본 등이 있는데 필자는 후자를 참고하였다.

<반계수록> 제1권 전제(田制) 상(上).

반계수록, 무슨 내용이 있을까

수록(隨錄)이란 의미는 그때 그때 생각나는 대로 자유롭게 기록한다는 뜻이다. 하지만 그 내용은 논리적이고 분석적이며 고증까지 붙인 매우 정제된 체제를 보이고 있다.

그러면 반계수록의 권차별(卷次別) 목록(目錄) 내용을 소개하면서 반계의 개혁안을 살펴보고자 한다.

전제(田制)에 대한 개혁안

권 1. 전제(田制) 상(上)
1) 토지 분배 및 세액을 정하는 요강(分田定稅節目) 2) 잡설(雜說)

권 2. 전제(田制) 하(下)
1) 측량, 병역, 납세에 관한 규정(打量出軍出稅式) 2) 전제에 관한 각종 문제(田制雜議) 3) 여러 책에 나와 있는 주척에 관한 고찰(諸本周尺)

권 3. 전제 후록(田制後錄) 상(上)
이 편에서는 전제(田制)를 논하면서, 향당(鄕黨), 호구(戶口) 및 국가 재정을 제정하고 백성들의 생활을 향상시키는데 관한 모든 조항을 덧붙여 언급한다.
1) 향리(鄕里) 2) 호적(戶籍) 3) 수상 운수(漕運) 4) 경상비(經費) 5) 회계(會計) 6) 특별 부과(別賦) 7) 상평창(常平倉)과 사창(社倉) 8) 흉년 대책(荒政) 9) 수리 사업(堤堰) 10) 유용 식수와 과수 재배(裁植)

권 4. 전제 후록(田制後錄) 하(下)
1) 전폐(錢幣) 2) 추포(굵은 베) 3) 사설 시장(空場) 4) 국조(國朝) 명신들의 정치 폐단에 관한 여러 가지 의견(國朝名臣論弊政諸條附)

권 5. 전제에 관한 역사적 고찰(田制攷說) 상(上)
1) 경전(經典)에 논술(論述)되어 있는 정전제(井田制) 2) 진(秦), 한(漢) 이후의 정전(井田)에 관한 이론들

권 6. 전제에 관한 역사적 고찰(田制攷說) 하(下)
1) 후위(後魏)·북제(北齊)·수(隋)나라·당(唐)의 전제 2) 고려(高麗)의 전제 3) 우리나라의 전제(國朝田制)

권 7. 전제 후록에 관한 역사적 고찰(田制後錄攷說) 상(上)
전제(田制)에서 고증할 만한 것들은 이미 앞에서 언급하였으므로 여기에 다시 향당(鄕黨), 호구(戶口) 제도와 농업 장려, 식수와 과수 재배, 상평창(常平), 의창(義倉) 및 흉년 구제(救荒) 사업에 관한 중요한 것들을 기록하여 참고토록 한다.
1) 향당(鄕黨) 2) 호구(戶口) 3) 농업 장려(務農) 4) 식수와 과수 재배(樹藝) 5) 부세(賦稅) 6) 수리(水利) 7) 조밀하게 사는 지방 인구의 이민(聽民去狹就寶) 8) 상평창·의창의 흉년 구제사업(常平義倉救荒)

권 8. 전제 후록에 관한 역사적 고찰(田制後錄攷說) 하(下)
1) 화폐에 관한 고찰(錢貨) 2) 저폐에 관한 고찰을 덧붙임(附楮幣) 3) 화폐에 관한 우리나라 논문들을 덧붙임(本國錢貨說附)

서문.
<반계수록> 표지.
토지 분배가 개혁의 기초

전제 상권의 서두(序頭) 내용을 소개하면, “옛적의 정전법(井田法)은 지극한 것이다. 토지의 경계(經界)가 한번 바로 잡히면 만사가 모두 바로 서서 백성은 항구한 생업을 튼튼히 가지게 되고 병정을 수색(搜索, 구석구석 뒤지어 찾음)하여 모으는 폐해가 없고, 백성의 귀천(貴賤) 상하(上下) 여러 계급이 각각 그 직분을 얻지 못함이 없으니, 이 까닭에 인심이 안정되고 풍속이 도타워지는 것이다. 옛적에 나라를 튼튼히 유지하기를 수백천년(數百千年)을 하고 예약(禮樂)이 흥한 까닭은 이 정전법에 근기(根基)가 있었던 까닭이며, 후세에는 토지제도가 허물어져서 사사로운 점유(占有)가 제한이 없게 되어, 만사가 흐트러져서 모든 것이 뒤틀어진 것이다.”

권지 1~8권 전제(田制)는 반계가 서두(序頭)에서 말한 것처럼 주로 토지 소유에 관한 내용이다. 그는 소수 권력 계층이 토지의 대부분을 차지한 것이 사회 혼란의 근원이라고 분석하고, 균전제(均田制)를 내세워 실제 경작자인 농민들에게 토지를 분배하여 그들의 기본생활을 보장하면서 그들이 국가 방위와 재정을 담당케 하자는 내용이다.

구체적으로 일체의 토지를 공전(公田)으로 하여 토지를 직접 농민들에게 나누어 주되 사회적 신분에 따라 차등을 주자는 것인데, 이를테면 경작자인 농민에게 1경(3천평)을 주고, 4경에서 1명의 군인을 내고 나머지 3명은 보(保)가 되는 격이다.

그리고 국왕 및 왕족, 관리, 선비에 이르기까지 그 품계에 따라 12경에서 2경까지 토지를 나누고, 이들에게는 농민들과 달리 토지의 상속권을 인정하고, 정2품 이상의 관리는 사후에도 6경이 상속되며, 공신과 청백리·전사한 자의 처에게는 그 전의 토지 전부를 상속하게 한다는 것이다. 전세(田稅) 징수는 토지등급을 정확하게 규정, 실지 수확의 10분의 1만 국가에게 바치고 그 외의 징수는 폐지하며, 전세 외의 세금은 대동법으로 통일한다.

이는 그가 전국의 토지를 공유로 하되 재분배 원칙은 관리·양반들과 일반 농민들의 분배량이 다르고, 토지 이용 성격이 다른 것으로, 공전제 원칙은 지키되 관료·양반 등의 신분적 지위를 유지하는 신분적 차별 속에서 사회적 분업을 통해 일반 농민들의 생활을 안정시키고자 했던 것 같다. 이는 조선 사회의 유교적 굴레를 벗어나지 못하고 토지와 당시 사회 제반 제도에 관한 비판은 하였으되 제도 자체를 개혁하지 못하는 한계점을 보여주고 있다.특이한 것은 이러한 전제(田制) 개혁안에 대해 대토지 소유자가 반발한 경우 ‘극형으로 다스린다’라는 것 외에 별다른 대책이 없어 실행하기에는 많은 허점이 있다.

반계 유형원은 전제(田制) 편에서 농업 이외에 상업과 수공업에도 언급하고 있는데, 수공업자들에게 세금을 감소시켜 그들이 부를 쌓아 자연스럽게 국가의 부를 창출하자는 것이다. 또한 백성을 착취하는 내수사와 환자법 폐지를 주장하는 한편 상평법을 실시할 것을 촉구했다.

상업에 대해서는 유교체제 하의 경시적인 입장이면서도 국가관리 통화제도와 농업 생산력 증가에 따른 상점 설치를 제시한다. 이밖에 목차에서도 보이듯이 세세한 부분까지 언급하고 실천적인 대안 제시를 하고 있다.

반계의 개혁안은 중국의 이상적인 정전(井田) 제도에 기반을 둔 토지 분배가 모든 개혁의 기초가 된다는 이론으로, 농업 부문은 이익(李翊), 정약용(丁若鏞) 등 중농주의 실학자(경세치용학파, 經世致用學派)로, 상업·수공업은 박지원·박제가 등 북학파(이용후생학파, 利用厚生學派)에게 전승되었다.

제2권 전제(田制) 하(下) 목록.
목록.
교육과 인재 선발(敎選)

권 9. 교육과 인재 선발 제도(敎選之制) 상(上)
1) 향약(鄕約) 2) 향약 세칙(鄕約事目) 3) 교육 강령(學規) 4) 학교 세칙(學敎事目)

권 10. 교육과 인재 선발 제도(敎選之制) 하(下)
1) 인재를 추천하는 세칙(貢擧事目) 2) 향음주례 세칙을 덧붙임(鄕飮酒禮節目附) 3) 향사례(鄕射禮, 향사례는 원문이 결본되었다) 4) 모든 학교들에서의 인재선발 제도를 덧붙임(諸學選制附)

권 11. 교육과 인재 선발에 관한 역사적 고찰(敎選攷說) 상(上)
1) 삼대 때의 백성을 교육하고 인재를 선발하던 방법(三代敎人取士之法) 2) 후세 학자들의 논술(後賢所論述) 3) 향음주례에 관한 역사적 고찰을 덧붙임(鄕飮酒禮攷附)

권 12. 교육과 인재 선발에 관한 역사적 고찰(敎選攷說) 하(下)
삼대(三代) 때의 사람을 가르치고 인재를 선발하던 법은 이미 전편에 기록하였으므로 여기에는 한(漢)나라 이후의 여러 조대(朝代)에서 실행한 추천, 선발 제도들을 기록한다.
1) 한나라 때부터 지금까지의 인재를 선발하는 방법 2) 우리나라의 인재 선발 제도에 관한 역사적 고찰을 덧붙임(本國選擧制附) 3) 인재 선발에 관한 이론의 역사적 고찰을 덧붙임(選擧議論附)

교선(敎選)은 인재 교육과 선발에 대한 것으로 반계는 기존의 과거제도가 원천적으로 문벌을 형성하여 당쟁의 원인을 만드는 것으로 보았다. 그래서 과거를 폐지하고 율곡 이이가 주창한 향약과 같은 사회조직을 통해 백성들을 교화시키는 한편 단계적 학교 교육을 시켜 능력있는 사람을 관리로 등용하는 공거제(貢擧制)를 개혁안으로 제시했다.

즉 군현의 읍학(邑學)과 서울의 사학(四學)을 1차 교육기관으로, 각 도에는 영학(營學)과 서울의 중학(中學)을 2차 교육기관으로, 중앙의 태학(太學)을 최고 학교로 두어, 이런 학업 과정을 거치면서 비용은 국가가 전액 부담하고, 태학을 마친 자들을 진사원(進士院)에 소속시켜 실무를 익히게 한 뒤, 재능과 인품을 시험하여 능력과 인격 면에서 우수한 인재를 관리로 등용시키는 개혁안이다.

글=김경민(본보 상임이사)

※ 용어설명
1) 균전(均田): 북위에서 처음 사용한 토지제도로 전국의 경지(耕地)를 일정한 표준에 의하여 백성들에게 골고루 나누어주는 제도.
2) 정전(井田): 맹자의 사상으로 토지를 우물 정(井)자 형으로 구획하여 백성에게 나누어주는 제도.
3) 경계(經界): 고대의 정전법으로써 토지의 구획을 나눔을 일컬음.
4) 경(頃), 묘(畝) : 토지면적의 명칭으로 경(頃)은 예전에 중국에서 쓰던 논밭 넓이의 단위. 1경은 100묘(畝)로, 그 넓이는 시대에 따라 달랐다. 1묘는 30평.
5) 삼대(三代): 하(夏), 은(殷), 주(周) 나라의 선치시대(善治時代)를 일컫는 말이다.
6) 향약(鄕約): 조선 시대에 권선징악과 상부상조를 목적으로 만든 향촌의 자치 규약.
7) 내수사(內需司): 조선시대 궁중에서 미곡, 포목, 잡화 및 노비 등에 관한 일과 왕실의 재산, 광대한 왕실 사유토지 등의 관리를 맡은 관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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