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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 그리고 쉼표] 그 누군가가
이곳저곳 사회적으로는 짜증나는 이야기만 잔뜩이요, 마음먹은 대로 되는 일은 별로 없을 때, 그래서 세상만사 다 접어두고 몸도 마음도 푹 쉬고 싶을 때가 누구나 한번쯤은 있었으리라 봅니다.

그런 때 저는 마음을 쉬어 갈수 있는 곳, 목욕탕에 간답니다. ‘찌뿌둥’ 심술로 똘똘 뭉친 내면의 때를 벗어 놓고 나올 수가 있기 때문이지요. 얼마 전 목욕탕에 가 때 밀어주시는 언니에게 몸을 맡겨 놓고 누워 그 언니와 도란도란 세상사 물레방아 돌리면서 이야기 나누었지요. 그런데 그 언니 갑자기 자기가 왜 사는지 모르겠다고, 요즘 너무 허망한 것 같다며 연신 한숨 비슷한 넋두리를 하면서 때를 밀어 주는 겁니다. 때 미는 손은 전 같지 않고 왠지 힘이 다 빠져 축 늘어진 느낌이요, 하는 이야기 가만히 듣고 있자니 공허한 마음을 베고 누워 허탈에 젖어 있는 듯 보였습니다.

전에는 싫다, 좋다, 달다, 쓰다, 힘들다 등등 한마디 없이 맡은 일에 정성과 사랑으로 최선을 다하여 오고 가시는 분들에게 행복함을 안겨 주더니만 이를 어쩝니까! 유난히 안쓰럽기도 하고… 살짝이 등을 내어 주고 누워 “언니야! 잠깐 우리 음료수 가지고 와서 하나씩 먹자” 하고는 언니가 음료수 가지러 간 동안 곰곰이 생각하다가 언니가 음료수 가지고 들어와 음료수 내밀자마자 한마디 하였습니다. “언니! 나 언니 때문에 무지 행복하다. 요즘 너무 마음이 힘들어 몸까지 아팠는데, 언니 손길에 몸과 마음이 싹 나아지네.” “정말?”하고 묻습니다. “응! 진짜, 너무 너무 감사해.” “언니, 그리고 그것 알아?” “다른 사람들도 또한 언니에게 와서 몸을 맡겨 놓고 얼마나 행복해 하는지.” “이곳에 누워 피로를 풀기 위하여 오신 분, 나이 드셔 혼자 목욕 못하셔서 오신 분, 부모가 바빠 혼자 온 어린 아이들을 언니에게 몸과 마음을 맡기는 모든 사람들, 열이면 열 다 모두에게 물어보면 아마도 그 시간 가장 행복하다 할 거다. 지금 나처럼…. 그러니, 언니 일에 자부심을 가지고 다른 이를 행복하게 해 주는 일이니 만큼 언니도 행복해 해라”하였더니, 그 언니 “정말? 다른 사람들도 그렇게 생각할까?”합니다. 저는 “언니야! 그건 물으나 마나 말 밥에 당근이다”하면서 언니의 정성에 감사한 마음을 입혀 내어 허무의 벽을 부서뜨리도록 일러 주었답니다.

목욕탕에서 나오는데 저 역시도 더덕더덕 마음의 때로 기워 입은 누더기 벗어 놓고 새 옷을 한 벌 얻어 입고 나오는 청정한 마음이었답니다. 돌이켜보면 우리는 살면서 우리에게 정당하게 얻어지는 것들은 아주 당연한 권리처럼 여기면서 누리고 그것을 해주는 분들에 대한 감사한 마음을 잘 내어 놓지 않고 살았던 것 같습니다.

누구나 중년의 나이가 되면 왜인지도 모르게 쏟아지는 회색빛 하늘같은 외로움으로 누군가가 살며시 “뭐하니? 밥은 먹었니? 밥 잘 챙겨 먹지? 보고 싶다. 잘 지내.” 하는 조그마한 관심의 표현만 한마디 해 주어도 언제 피곤했냐는 듯 전신의 뼈마디가 다 녹아내리는 행복감에 젖어 드는 나이가 아닌가 싶습니다. 둘러보면 감사가 세상천지에 가득히 깔려 있는데 그걸 보지 못하는 우리, 마음의 눈을 크게 뜨고 주위를 둘러보아야겠습니다. 지금부터라도….

송선자(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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