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부터 7일까지 ‘여성주간’이다. 생소할 수도 있겠지만, 1995년 12월 제정된 ‘여성발전기본법’, 1996년 7월 1일부터 여성발전기본법 시행령을 기념해 매년 7월 초 이레를 여성주간으로 정하고 관, 여성단체 등에서 기념행사를 가져왔다. 올해로 13회째를 맞았다.

한국의 오랜 가부장적 유습은 그 어느 나라보다도 강하고 끈질긴 남녀 차별을 낳았고 뼈 속 깊게 배긴 구시대적 의식은 아직도 사회 곳곳에 만연해 있다. 대표적인 것이 호주제다. ‘인간은 누구나 평등하다, 남녀 간이라고 예외는 있을 수 없다’는 어쩌면 지극히 상식적인 사실을 무안하게 만들기라도 하듯 성차별은 당연한 것처럼 인식돼 왔고 정말로 당연한 양성평등의 가치를 부르짓는 일군의 ‘투사’들의 악전고투와 차별을 눈물로 삼키며 말없이 참고 살아온 많은 이 땅의 여성들의 희생 속에 그나마 이만큼이라도 진전을 이뤘다.

여성주간을 맞아 대부분의 지자체들이 다채로운 행사를 벌였다. 자세히 보면 대부분 도시 중심이다. 그럴만도 하다. 양성평등의 가치는 소위 경제적 안정과 교육수준이 높은 계층에서부터 나오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전통이라는 긍정적인 표현의 뒷모습인 전근대성이 서울에서 멀어지면 멀어질수록, 농·어촌, 시골로 내려오면 올수록 강한 것도 주지의 사실이다. 안타깝지만 시골에서는 아직 양성평등이란 사치스러운 주장일 수밖에 없는 것일까.

많은 지자체들에서 열린 여성주간 행사가 일부는 관의 생색내기일 수도 있고, 요식적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최소한 다양한 각종 기념일에 열리는 행사들과의 형평성 차원에서만 놓고 보더라도 부안에서 여성주간 동안 변변한 행사 하나 없는 것은 아쉽지 않을 수 없다. 물론 상업적이고 천박한 유행 코드에 맞춰진 것이 아니라 짧은 시간일지언정 양성 평등의 가치를 고취시키고 모두의 소양으로 삼을 수 있는 교육의 장이어야 하겠지만 말이다.

관이 ‘한번 베풀어준다’는 ‘시혜’의 차원에서건, 주도적으로 자신의 사안으로 삼아야 할 여성들 나서서 하는 것이건 부안에서는 아무런 관련 행사 없이 지나가고 있다. 일부 단체에서 내부적인 프로그램을 운영하기도 하지만 군민과 나눌 수 있는 자리는 없다. 양성평등의 가치를 군청은 정녕 쫓아가지 못하는가. 이처럼 무심한, 아니 무시하는 듯한 군청의 행보를 보면 그 수준이 보이기 마련이다.

솔직히 큰 기대는 아예 하지도 않았지만 평소 양성평등을 실현할 사소한 실천이라도 하면 좋겠다.

예를 들면 각종 군 행사에 등장하는 ‘꽃순이’다. 군수 등 기관장을 보조할 목적으로 ‘예쁘장하고 말끔하게’ 차려입은(차려입힌) ‘젊은’ 여직원이 옆에서 ‘행사 시중’을 드는 민망한 장면 연출은 이젠 좀 자제하자. 설마 이 대목에서 또 ‘좋은 게 좋은 거 아니냐’는 답변이 돌아오지 않기를 바란다.

확정된 것은 아닌 것으로 알지만 8월 초 해수욕장에서 한 언론사가 주최하는 ‘미스변산선발대회’가 계획 중이라고 한다. 미스코리아 선발대회의 문제는 이미 수도 없이 지적됐다. 조금만 의식이 깨어있다면 그런 몰지각한 행사를 감히 열지는 못할 것으로 기대한다. 더 나아진 무언가를 만들어내지는 못할 지언정 지금보다 더 못한 것을 만들어내는 우를 범하지 않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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