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짐진 행정 문제 키워음식점 경매에...생계 위협

상서면 청림리 박성수 씨의 식당 앞 넓은 마당에 잡초가 자라기 시작한 것은 불과 몇 년새다. 수천만원을 들여 조경을 했다는 마당에는 의자가 겹겹이 쌓여 먼지만 뒤집어쓰고 있다. 바둑판을 만들려고 샀다는 번듯한 바위 덩어리를 입구로 고풍스럽게 만든 연못은 상수원보호구역이 지정되기 전만해도 매운탕 꺼리인 피리(피래미)가 넣기 바쁘게 건져 올려졌다.
박씨가 공사비로만 10억원을 들였다는 식당과 모텔 세 동 가운데 현재 영업을 하는 곳은 모텔 하나 뿐이다. 그곳도 마찬가지로 천막이 찢기고 말린 채 을씨년스럽게 서 있다.
“휴가철에는 하루에 100만원 가까이 벌었지. 휴가철이 끝나도 70~80%는 방이 나갔으니까. 그렇게만 했으면 괜찮았는디. 상수원보호구역 지정되고서는 한 1년 그럭저럭 하더니 손님이 뚝 끊겨버렸어. 생각혀 봐. 물에 발만 담가도 징역을 사는데 누가 올라고 하겄어.”
김동윤 씨가 운영하는 식당은 아예 경매에 붙여졌다. IMF 때에도 20만원을 넘던 하루 매상이 완전히 ‘영’으로 바뀐 때문이다. 이렇다보니 1억원 가량 들어간 투자비가 온통 빚으로 돌아와 결국 부도를 맞았다. 다른 가게들도 마찬가지다. 장사를 하지 않는 음식점이 늘어나고 대부분 하루하루를 겨우 연명하는 수준이다.
청림리 상인들이 열 받았다. 생계를 위협받는 상황에 화나고, 공무원들의 “감언이설에 속은 것”에 분노했다. 개점휴업 상태에 내 몰린 19명의 상인들이 내변산 상인협의회를 구성해 전라북도를 상대로 진정을 내기도 했고 급기야 행정소송을 제기할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상인들은 상수원보호구역 지정 협약이 이뤄지기 바로 전인 99년10월 께 유성엽 당시 전북도 환경정책국장(현 정읍시장)과 김영록 군 환경과장(현 경제산림과장)이 참석한 주민공청회를 뚜렷이 기억했다.
당시 청림리 주민들은 상수원보호구역 지정에 대책위까지 꾸려 반대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상인들의 증언에 따르면, 유성엽 전 국장은 주민의 청원경찰 채용을 포함한 대책을 설명하면서 “법테두리 안에서 직접보상이 가능하면 하겠다”고 밝혔다. 김영록 전 과장은 상인 관련 대책을 묻는 질문에 한 술 더 떠 “도로포장하면 관광객이 늘 것”이라며 “장사 잘되면 잘됐지 안될 리 없다”고 단정적으로 말했다. 또 “김과장이 ‘피서철에 물에 들어가는 것 등 편의를 봐주고 영업자에 한해 고기를 잡아 장사하는 것도 규제하지 않겠다’고 설명했다”고 기억했다.
상인들은 그 때 당시를 회상하며 “무식해도 너무 무식했다”며 “감언이설에 속았다”고 한탄했다. 상황을 넘기려고 좋은 얘기만 했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이에 대해 김과장은 “공청회 자리에 참석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장사가 잘된다, 안된다 미래를 예측해서 얘기할 수 없는 일”이라고 상인들의 주장을 반박했다.
이어 그는 “몇 년이 지났는데 (그 사람들)기억력도 좋네”라고 비꼬며 “답변할 가치도 없으니까 얘기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특히 주민들은 최근 다른 댐의 상황을 보고나서는 ‘속았다’는 것을 확신했다고 주장했다. 전라남도의 주암댐 상수원보호구역의 경우 직접지원은 물론 주민들의 이주를 적극적으로 실행하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음식점을 운영하고 있는 손병대 씨는 “그 지역은 간접사업비와 직접보상비가 함께 나오고 있는 것을 확인했다”며 “축산농가와 상가는 순차적으로 이주를 할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김동윤 상인협의회장은 “국민고충처리위원회에 민원을 제기하고 있는 상태라 답변이 곧 나올 것”이라며 “답변 내용에 따라 행정소송을 곧바로 제기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청림리에는 “부안댐 상류 사람들은 대한민국 사람이 아니냐”는 성토부터 “부안댐을 폭파시켜 버리겠다”는 분노까지 울분이 위험스럽게 쌓이고 있다. /한계희 기자 ghhan@ibu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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