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생산 등 비현실적 사업 강제청림주민들 반목 심화...환경부 “문제는 문제”

상서면 청림리 노희천 씨는 최근 ‘마른 하늘에 날벼락’ 같은 소식을 들었다. 자신의 집이 농협에 저당을 잡히고 이어 고발까지 당했다는 것이다. “평생 경찰서 구경도 못해봤다”는 노인은 “밤잠을 못 이룬다”며 괴로워했다.
상수원보호구역 주민지원사업 가운데 표고작목반에 속한 노씨는 표고하우스를 짓는 과정에서 작목반이 농협으로부터 돈을 빌리는 데 보증을 섰다가 이런 피해를 당했다. 당연히 계획에 따라 지원금을 받았지만 서류에 기재되지 않은 돈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는 작목반과 농협, 시공업자, 자재 납품업자 사이에 거래를 하는 도중, 공중에 뜬 것이다. 대신 노씨는 지원금을 받아도 시원치 않은 판에 재판부의 판결에 따라서는 집까지 빼앗길 위기에 처했다.
주민지원사업, 주민을 상처 내다
청림리는 규모가 34억원에 달하는 주민지원사업을 실행하는 과정에서 곳곳에 생채기가 났다. 제 몫을 받지 못했다는 사람들이 하나 둘 나오기 시작했고 주민들 사이에는 불신과 반목이 팽배해졌다.
실제로 법규를 어긴 내용이 밝혀지기도 했다. 대부분 상수원보호구역 주민지원사업에서 금지하는 지분 분할과 매매가 주요 내용이다. 전라북도가 부안군 감사에서 지적한 내용도 이와 맥을 같이 한다. 일부 작목반에서는 인건비가 실제보다 많이 책정되는 현상도 나타났다. “계획보다 돈이 많이 들어갔다”는 변명이 뒤따랐다.
그 뿐이 아니다. 불신과 반목은 법정으로 향했다. 고소와 고발이 이어지고 진정서가 넘쳐났다. 문제를 처음 제기했던 고영백 씨는 물론 ㅇ씨 역시 주민지원사업이 온통 비리로 얽혀 있다며 검찰에 고발장을 접수했다. 당사자로 오르내리는 김춘식 내변산발전위원장도 결백을 주장하며 앞으로 법적 대응을 불사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개인적인 문제와 주민지원사업이 얽힌 경우도 있다. 모은 돈을 사기 당했다는 ㅂ씨는 움막에서 잠자리와 먹을거리를 해결하면서 그 돈을 되찾기 위해 공동소유지에 담보를 설정했다. 등기부 등본에 두세 명의 이름만 올리는 불법행위가 오히려 빌미가 됐다. ㅂ씨는 주민지원사업 대상자이지만 선정과정에서 제외됐다는 의혹도 제기하고 있다.
탁상행정이 빚은 비극
사실 이같은 분란은 이미 예고된 일이었다. 재산권을 제한할 수밖에 없는 상수원보호구역이라는 특성과 재산권을 행사하려는 주민이 맞부딪히는 것은 오히려 당연하다.
문제는 국가가 이런 갈등을 조정하기보다 비현실적인 방법을 강제하면서 악화시킨 데 있다. 그중 하나가 이른바 ‘선작업 후지불’이다. 계획서에 따라 돈이 지불되는 것이 아니라 실행을 완료해야 자금을 대는 것이다. 토지의 경우 구입을 완료하고 비닐하우스는 지어 놓아야 결제가 이뤄진다.
노희천 씨처럼 돈이 없는 농민들이 사재를 털어 시설을 짓다보니 위험에 항상 노출된다. 군 관계자는 “선지급할 경우 농민들이 시설을 갖추지 않고 다른 용도로 사용할 수 있다”며 “도주했을 경우에는 더 큰 문제가 생긴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는 행정편의주의적 관점일 뿐이다. 관리?감독을 철저히 하고 모든 계약과 재료 도입 등 공정을 군에서 관리한다면 풀릴 수 있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특히 공동생산, 공동분배라는 협동농장 개념도 비현실적이다. 자신의 몫이 분명하지 않은 협동농장에, 관리감독 없이 투입되는 노동시간에, 거기에 일정한 대가 없는 노동의 질까지 현실과는 동떨어져 있다. 사정이 이렇고 보니 분배도 기준이 있을 리 없다. 더 숙련되고 일을 더 많이 한 사람일수록 불만이 쌓이는 것은 당연하다. 첨단의 자본주의 사회에서 사회주의적 실험을 강제했던 셈이다.
상수원보호구역의 실질적인 소득증대사업을 한다고는 하지만 현실에서는 몇몇 젊은 층이 일을 주도하고 개인적인 소유형태로 전이되고 있다. 소득사업이라는 명목으로 구성된 작목반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것도 이와 관련돼 있다. 상서면 청림리의 경우 주민의 70% 가량이 60대 이상이다. 50대가 ‘젊은 층’으로 분류될 정도이다. 결국 활동적으로 일을 할 수 있는 인력이 그만큼 적은데 공동작업을 해서 산출을 내라고 요구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게다가 억지로 ‘끼워 넣기’를 하다보니 관련된 작업공정을 전혀 모르는 일에 포함되는 사람들이 태반이다. 상인들까지 작목반에 나가 일하지 않으면 지원을 받을 수 없는 ‘억지’도 발생한다.
이쯤되면 주민지원사업이 아니라 주민분란 혹은 주민파탄을 예고한 사업이 아니냐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한계희 기자 ghhan@ibu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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