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현재 상황만 놓고 보면 마치 국내적으로든 국제적으로든 사회가 ‘대파국’을 맞은 듯하다. 최근 미얀마, 중국에서의 대홍수, 지진 등 상상을 초월한 자연재해(가 아니라 인재일 수도 있다)가 빈번하고, 인류 최대의 ‘필요악’이라고 할 수 있는 ‘석유’를 둘러 싼 세계 경제 불안이 지속되고 있다.

이에 연동돼 국내 경제 상황도 요동치고 정권 교체를 기점으로 정치 혼란도 심해지고 있다. FTA, 광우병 쇠고기 수입 문제, 공기업 민영화, 학교 자율화 등 각종 시장주의 정책의 압박 속에 기름값, 생필품값 등의 상승으로 서민 경제의 허리는 휘어질 대로 휘어지고 있다. 기름은 특히 모든 문제의 진원지이기도 하다.

최근 ‘비료값 사태’도 그로부터 비롯된다. 최근 그 어느 품목보다 급격한 상승폭을 보이고 있다. 비료값 인상은 모든 품목들의 가격 인상 경향의 반영이기도 하지만 경제 지표 간의 상호작용 속에 한편으로는 다른 품목들의 가격 상승을 유도하기도 할 것이다. 안그래도 정부의 농업 구조조정 정책으로 농민이 설 자리가 점점 좁아지고 있는 상황인데, 엎친데 덮친 격으로 비료값마저 상승함으로써 영세농은 사실상 농업을 유지하기 힘든 시기가 임박한 듯하다.

친환경·고품질 농산물 생산으로의 전환을 꾀하는 정부의 정책이 아직 충분히 자리잡지 못한 가운데, 그래도 일찌감치 친환경 쪽으로 돌아선 농민들은 그나마 비료값 인상에 덜 충격을 받고 있다. 오히려 정부의 정책이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기대를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증산에 목을 맨 관행농에 오랫동안 길들여진 일부 농민들은 화학비료의 사용을 줄이는 선에서 생존을 모색하기도 한다. 그러나 땅을 빌려 농사를 짓는 영세농민들로서는 땅에 대한 장기적인 안목과 애정을 갖기 힘든 터라, 과도한 시비량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그럼으로써 싸게 만들어 비싸게 파는 화학비료 ‘자본’, 그리고 장사치들과 결합돼 땅과 농업을 죽이는 악순환 고리를 만들어 낸다.

하루 아침에 이상적인 경작 방식, 이상적인 농업 구조를 만들어내긴 힘들다. 친환경을 찾는 사람들의 의지와 노력을 ‘자본’은 늘 앞서가기 때문이다. 단기적으로는 당장의 생존을 위한 임시방편으로서의 처방이 필요하겠으나, 어디까지나 한시적이어야 할 것이다. 농사를 지어 생계를 유지하려는 사람으로서는 비싼 화학비료보다야 싼 화학비료가 낫겠지만, ‘화학비료’는 결코 인류의 궁극적인 답은 아니다.

저작권자 © 부안독립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