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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 시위와 감정 이입 / 전형원 군산대 사회과학대학장
  • 전형원(군산대 사회과학대학장) 
  • 승인 2008.06.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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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바탕 휘몰아 금방이라도 천지를 뒤바꾸어 놓을 듯한 기세를 보이다 잠시 거친 숨을 고르는 듯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대한 촛불이 화로에 담긴 잿불처럼 타고 있다.

거센 불길에 놀란 듯 잠시 뒤로 빠져있던 ‘유명한’ 사람들 몇몇은 약해진 불길을 보고 슬슬 말을 하기 시작한다. “사탄의 부추김이요”, “불장난 오래 하면 데인다” “촛불시위는 천민 민주주의요”라는 등의 그야말로 앞으로 유명 어록에 싣기에 너무도 충분한 자격을 가진 말들을 촛불을 들고 모인 시민들을 향해 한마디씩 던지고 있다.

서울 광장에 한 달 이상 넘게 모여 정부에 대해 자신들의 주장을 펼친 ‘촛불 시위’는 사회과학을 전공하는 사람들의 눈에는 분명히 흥미로운 연구 대상이 되는 사회 현상이 아닐 수 없다.

사람들은 집단생활을 통해 사회적 상호작용이란 것을 하고 또 주변 환경과 교차반응을 보이면서 삶을 영위할 수밖에 없다. 또한 이러한 과정 속에서 나타난 결과는 사회현상이라 말하는 것으로써 우리들 삶의 질은 언제나 그것에 의해 예속되어 오고 있다.

어느 날부터 우리들은 무엇인가에 대해 알고자 하는 욕구 즉 호기심을 갖게 되었고, 그 호기심에 대한 대답을 지식이라고 불러왔다. 그리고 사회현상에 대한 탐구 결과를 사회적 지식이라고 하였다.

우리는 사회현상에 대한 이해는 물론 미래를 예측하여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처방책을 마련하기 위해 끈임 없는 지식축적 방법을 개발하고 있다. 이것이 과학의 목적이다.

사회적 지식을 축적하는 방법에 관한 논의를 통칭하여 학자들은 사회과학방법론이라고 하며, 그러한 논의 가운데 자주 쓰이는 용어 중의 하나로 ‘감정 이입’이라는 말이 있다. 간단히 풀어 쓰면 ‘너와 내가 하나가 되다’라는 의미다. 알기가 어려우면 어느 인기 대중음악의 노랫말 한 소절을 떠올려보면 쉽게 이해를 가져올 수 있다.

“내가 나를 모르는데 네가 나를 알겠느냐?” 극작가 김수현 님이 쓴 말로 알고 있는데, 참으로 감정이입이라는 용어를 가장 쉽게 표현한 노랫말인 것 같다.

오늘날 촛불 시위를 바라보며 나름대로 원인을 분석하고 해법을 찾으려 노력하는 사람들 특히 대통령을 비롯한 정부여당의 정치지도자들은 우선적으로 ‘감정이입’이라는 용어를 가슴에 품고 또 곱씹어야 할 것이다.

왜냐면 촛불을 들고 거리로 쏟아져 나온 시민들에 대한 당신들의 ‘감정이입’이 선행되지 않는다면, 미국산 쇠고기 수입 협상을 합리화시키려고 과학이라는 낱말을 들먹여댄 사람들이 오히려 강조하는 진짜 ‘사실’에 가까워질 수 있는 방법을 결코 찾을 수 없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전형원(군산대 사회과학대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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