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선언문 되돌아 봐야일상에서도 작은 폭력 상존

#장면 1. 경남 밀양에서 여중생 자매가 그 지역 고교생 40여명으로부터 집단 성폭행을 당해왔다는 충격적인 사실이 언론을 통해 새어 나왔다. 피해를 당한 아이들은 수면제를 먹고 자살을 기도할 정도로 상처를 입었다. 지금도 성폭행 후유증으로 산부인과 치료를 받고 있다고 한다.
이 아이들이 이제는 새로운 폭행자와 싸우고 있다. 미숙하고 고압적인 경찰과 앞뒤 안 가리고 피해자 보호 장치 없이 까발리는 언론, 협박을 일삼는 가해자의 부모까지 아이들을 억누르고 있다.
심지어 경찰은 조사를 받으러 온 피해자에게 “밀양물 다 흐려놨다”는 폭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수사의 성격상 여경에게 조사를 받고 싶다는 피해자의 요구를 묵살하는가 하면 공개된 장소에서 조사를 벌여 성적 수치심을 유발했다고 한다.
시민들이 이런 황당한 상황에 분노하는 것은 당연하다. 경찰청과 청와대 홈페이지에는 경찰과 가해자들을 비난하는 글이 수천 건씩 올라왔다. 부산과 서울에서 촛불시위를 열자고 주장하고 행동에 나서는 사람들도 있다.
#장면 2.
지난 8일 한나라당 의원 3명이 열린우리당 이철우 의원을 놓고 지금도 암약하고 있는 ‘간첩’으로 지목했다. 한나라당 초선 3인방이 제시한 근거는 지난 92년 대통령 선거를 한 달 앞두고 안기부(현 국정원)가 발표했던 ‘남한 조선노동당 중부지역당 사건’이다.
이른바 ‘거물 여간첩 이선실’ 사건으로 알려진 이 발표로 당시 민중당 공동대표였던 김낙중 씨, 같은 당 정책위의장 장기표 씨 등 62명이 국가보안법 위반혐의로 구속됐고 300여명이 수배됐다.
이철우 의원은 조선노동당 중부지역당 강원도당에 연루된 것으로 발표됐었다. ‘간첩 논란’을 두고 당사자로 지목된 이철우 의원은 ‘고문 조작’ 사건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실제로 이 사건은 과거사법에 의해 진상규명 대상에 포함됐다.
10일은 세계 인권의 날, 대한민국은 1948년 발표된 세계인권선언문으로 보면 인권의 사각지대이다. 국가보안법 폐지를 막으려는 야당의원들이 사면복권된 사람을 놓고 ‘간첩’이라고 주장하며 색깔공세를 퍼붓기도 하고 같은 당 대표는 “사상전환을 했는지 밝혀야 한다”고 거리낌 없이 말한다. 그것도 인권의 날에 기자들 앞에서 말이다.
국가보안법 같이 전 국가적인 곳에서만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 아니다. 현실에서 제2의 밀양 아이들은 수없이 나온다. 경찰력은 평화시위에서도 곤봉을 휘두루고 대중매체에 노출된 남자 아이들이 여자 아이를 성 노리개로 사고한다.
언론은 보도의 자유만 있을 뿐 보도된 사람의 권리는 모르쇠로 일관한다.
‘모든 사람은 인종, 피부색, 성, 언어, 종교, 정치적 또는 그 밖의 견해, 민족적 또는 사회적 출신, 재산, 출생 기타의 지위 등에 따른 어떠한 차별도 없다’는 인권선언문이 다시 각인돼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한계희 기자 ghhan@ibu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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