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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 그리고 쉼표] 부지깽이도 거들어야 할 숨가쁜 6월
천둥이 우르릉 쾅쾅 치고 번개가 번쩍번쩍 날라다니는, 조금은 무서운 비가 오는 밤. 그러나 아이들 셋이 옆에서 쌔근쌔근 잠들어 있는 평화로운 시간이다. 밤에 잠시 찾아온 평화로운 시간과 달리 요즈음의 낮은 그다지 평화롭지(?) 않다.

6월초는 감자, 양파, 밀, 마늘 같은 겨울작물을 수확하고 모내기도 하고 콩도 심고 깨밭에 김도 매주어야 하는 숨가쁜 날들의 연속이다. 하지를 얼마 앞두고 있지 않은 이맘때, 새벽5시면 동이 터온다. 막내 젖먹이고 기저귀 갈고 뒤척이다 6시에는 일어나야 일상이 순조롭게 진행된다.

부리나케 밥을 해서 7시30분에 먹고 큰아이 학교 보내고 둘째는 도시락 반찬 싸서 다시 8시30분에 학교를 보낸다. 집안 좀 치우고 설거지도 하고 음식찌꺼기 들고 닭장으로 향한다. 밥 달라는 또 다른 ‘식구’ 닭들에게 모이와 물과 신선한 풀을 한움큼 뜯어 던져두고 내려온다. 이렇게 하루를 시작한다.

이 바쁜 6월초에 오늘부터 우리집은 오디를 십여일 동안 따게 된다. 총 비상이다. 아침 일찍 어머니와 시누이가 건너 오셔서 오디 따는 걸 도와준단다. 이렇게 일 바쁜 철에는 누구라도 와서 거들어주면 눈물나도록 고맙다.

젖먹이 아가를 등에 거의 매달고 동동거리며 사는 며느리가 안쓰러워서 다리도 불편하신 어머니가 먼 길을 내려오셨다. 비를 부르는 심상치 않은 바람 때문에 어서 오디 작업 정리하고 점심밥을 먹고 밀을 베러 건너간다. 넉넉하니 알곡이 달려 있으면 더 좋겠지만 들쭉날쭉한 날씨에 그렇게나마 여물어준 것이 고맙기만 하다. 밀을 다 베어 묶고 나니 양파가 뽑을 때가 되어보여 고것들도 뽑아 놓았다.

아이들이 학교와 놀이방에서 돌아오고 할머니 등에 업힌 막내는 엄마 품이 그리운지 ‘엄마 엄마’ 하며 가끔 밭에 와 내 얼굴을 보고 간다. 날은 저물어가고 저녁 8시가 거의 다 되어 밀단을 차에 싣는데 그 때서야 한 두 방울 토도독 토도독 비가 떨어진다.

어지간히 기다려주었다. 부랴부랴 밥을 하고 졸음에 겨워 짜증을 부리는 아이들 달래 겨우 밥 먹여 재우고 어제 하다만 딸기 쥬스를 다시 졸여 병에 담고 나니 11시가 넘었다. 이제 나의 하루가 마무리 되었다.

정신없이 성큼성큼 달려가는 시간들과 뒤처지는 일거리들…. 그리고 부모 정이 그리워 몸살을 하는 아이들. 6월에는 남편과 무슨 일로라도 한판 크게 싸우고 아이들은 짜증이 몇 배로 늘어난다.

농부로 사는 즐거움을 시샘하듯 부지깽이도 일손을 거들어야 하는 숨가쁜 6월은 우리가족들의 사이를 한껏 벌려놓는다. 손에 잡히지 않아 더욱 불안해지는 아이들 때문에 더욱 잔인한 6월이다. 어서 어서 6월이 지나가소서.

김영자(농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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