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들 힘 합세한 ‘난장 투쟁’에서 단결력 절정

주산 대책위에 씨앗을 뿌리고 물을 대며 현재까지 일궈 온 사람들을 거론할 때 입에 오르는 이름이 바로 ‘주산을 사랑하는 사람들’(주사사)이다. 대책위 일이라면 양보를 모르는 이미연(미용업)-김옥락씨(아파트 관리업) 부부를 제외하면 대부분 농업에 종사하는 친환경 농민활동가 모임이 바로 주사사다. 이 단체는 1999년 말 지역 환경 문제를 고민하던 몇몇 활동가들이 결성해 5년간의 활동을 거치며 현재는 회원이 30여명으로 불어난 상태다.
지역 문제에 대한 주사사의 관심 범위는 넓다. 문화재 지표 조사와 마을 제 이름 찾기 등을 통한 지역 역사와 문화 바로 알기, 보존의 가치가 있는 생태지역 탐방 등 환경보호에서 출발해 현재는 ‘환경적으로 먹고 사는 방식’에 대해서도 일정한 성과를 올리고 있다. 최근 4년간 유기농법을 통해‘베멧쌀’과 ‘우렁각시 오리낭군’을 쌀 상표로 만드는 데 성공했다. 현재는 평균가보다 15% 높게 시장에 출하되며 인터넷 판매(www.jusasa.com)까지 자리를 잡고 있다.
회원 김영표씨는 “핵폐기장 문제가 완전히 종료되면 다시 농업에 복귀할 예정”이라며 “벼와 감정을 주고 받으며 소통하는 감성(感性) 농법을 시도해 볼 계획”이라며 계획을 가다듬고 있다. 하지만 그는 “아직은 때가 이르다”며 ‘12·1 승리대회’ 이후에도“정부의 백지화 선언과 김종규 퇴진이 없다면 생업 복귀 역시 있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대책위 초대 위원장을 지낸 이재근씨는 온건 성향의 농민단체인 한국농업경영인연합 주산 회장 출신이다. 위원장 시절 본래‘회의 체질’이 아니어서 ‘직함 적응’에 다소 애를 먹기도 했다고 한다. 하지만 1년 넘는 기간 동안 무난히 역할을 수행했다는 평이다. 그는 현재까지도 행사가 있으면 물심 양면으로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위원장 바통은 올해 9월초 기세만씨에게 넘겨졌다. 기 위원장은 60대 동연배 가운데에서 신망이 높고 꾸준한 활동력을 보여 왔기 때문에 선출됐다.
대책위 발족부터 현재까지 사무국장을 맡고 있는 최규석씨(주산면 바르게살기운동협의회 회장)는 특히 지난해 8월말부터 시작했던 43일간의 ‘등교거부투쟁’을 앞장서 맡아 대책위 활동가들과 주민들의 신뢰가 높다. 등교 거부를 둘러싸고 불거진 내부 이견에도 불구하고 인내와 끈기로 어려운 상황을 극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최국장은 올해 9월초부터 대책위에 돈계리 소재 사무실(15평)까지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최국장과 함께 활동 현장의 진두 지휘는 이종일씨(중장비업)와 김인택씨(농업)가 주도한다. 김종규 군수의 사조직으로 알려진 부안사랑나눔회 회원이었던 이씨의 왕성한 활동력에는 김군수에 대한 ‘배신감’도 작용한다. 이들과 함께 호흡을 맞추는 젊은 열성파들로는 김백철씨와 박형순씨 부부가 있다. 40~50대 중년층에서도 김형호, 조순일, 김현수씨가 젊은 활동가들을 든든히 뒷받침해주고 있다.
이들 모두와 할머니, 아주머니들 100여명이 만들어 낸 작품이 바로 8월말에 발생한 ‘김종률 의원 항복 사건’이다. 사흘간에 걸친 신흥리 김의원 자택 앞에서 벌어진 ‘항의와 설득 전술’이 김의원의 조례안 통과 불법 선언과 사과 성명을 이끌어 냈던 것이다. 당시 주민들은 ‘놀면서 싸우는’전법을 구사했다. 일명 ‘난장(亂場) 투쟁’. 주민들은 더운 여름 밤 옹기종기 모여 시끌벅적한 토론과 영화 상영으로 ‘재미’를 잃지 않았고 각자 장만한 음식을 나눠 먹으며 자그만 잔치까지 벌였다. 주산 주민들 특유의 자존심과 인내가 있기에 가능한 쾌거였다는 평이 뒤따른다.
서복원기자 bwsuh@ibu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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