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장관 해임 반대’ 서명은 “장관을 희생양 삼는 정부에 대한 불만 때문”이명박 정부의 시장주의 정책은 “사안별로”…“지역살림 위해 정치놀음은 거부”



-취임한 지 6개월이 되어갑니다. 특별한 시기에 군정을 맡아 책임과 부담이 클 것으로 생각합니다. 지금까지의 군정을 총평한다면

현 정부를 보면 집권 뒤 급하게 조각하고 운영 체제도 자신들에게 맞추려고 할 뿐만 아니라 급격한 정책 변화와 인적 쇄신을 단행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국정이 개인의 호불호에 의해 좌우되면 현재와 같은 상황이 벌어집니다. 기존 체제가 나의 마인드와 맞지 않아도 존중하고 그 안에서 문제점을 찾아 해결해나가야 합니다. 대신 그렇게 하면 개선 방안을 찾기까지 시간이 많이 걸립니다. 그런 부분에서 나는 노력은 했지만 만족할만한 수준은 아직 아닙니다.

-군민화합과 지역발전이라는 양대 과제를 내세웠었는데 어느 정도 성과가 있습니까

군민화합과 관련한 일차 시험대가 지난 군민의날 행사였습니다. 걱정을 많이 했지만 결과적으로 잘 됐습니다. 일부로부터 예산 낭비 비판도 받았지만 실제로는 다양한 경로를 통해서 매우 저렴한 비용으로 치렀고 공무원들이 대부분의 프로그램을 담당했습니다. 체육대회나 문화행사도 흩어져 있던 것을 한 자리에 모아 집약한 것이 맞아 떨어졌습니다. 결과적으로 주민들이 많이 참여했다는 사실이 가장 큰 성과고 둘째로는 공무원들의 저력을 확인할 수 있었던 계기였습니다. 또한 도민체전을 앞두고 군민의 결집력을 시험하는 과정이기도 했습니다. 그것으로서 화합의 초석은 놨다고 봅니다. 이것을 흐트러뜨리지 않고 계속 가는 것을 고심하는 단계입니다.

지역발전 전략으로는 우선 부안의 농업상품의 품질을 높이고 고부가가치 정책을 유도하기 위해 RPC 통합 브랜드, 감자단지 등을 더 육성해 소득을 높이려고 합니다. 그 외에도 뽕을 활용한 다양한 가공 사업, 참죽나무, 화훼 등도 주변 농가에 확산시키려고 합니다. 어족자원 고갈도 문제인데 인위적으로 치어 방류 하는 것도 하나의 방안이지만 그것보다는 다른 형태의 수산자원을 개발할 수 있는 방안도 고민해야 합니다. 또 뉴질랜드 후드밸리를 시찰하고 느낀 것이지만 농업도 종합적인 체험 관광 상품으로 개발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우리도 메주 만들어서 판매하는 것과 같은 ‘생활중의 일부’를 상품화시킬 필요가 있습니다.


-농촌의 삶 자체를 상품화한다는 말씀이죠?

그렇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주민의 입장이 아니라 관광객의 입장에서 필요한 관광시스템을 구축해야 합니다. 숙소와 레저 시설이 절실합니다.

-구체적으로 어떠한 사업이 진행되고 있습니까?

잘 알듯이, 대명콘도가 곧 완공됨으로써 단체 관광이 가능해집니다. 최근 양해각서를 체결한 모항호텔도 건립 추진 중이고 농협중앙회에서 궁항에 연수원 계획을 갖고 있으며 산림원에서도 모항에 연수원을 곧 완공하게 됩니다. 골프장 건립 문제는 저도 어려움을 감수하고 있습니다. 새만금시대의 천만 관광객 몰리면 갈곳은 부안밖에 없습니다. 우리가 모두 끌어들인 관광객을 위해 가능한 관광 자원을 최대한 활용해야 합니다. 골프장도 특별히 개인적인 애증 문제를 떠나서 단지 그러한 자원의 하나로 봅니다.

-얼마 전 정운천 농식품부 장관에 대한 45개 지자체장들의 지지 서명서에 이름이 올라 간 것을 놓고 논란이 많습니다. 그 과정과 현재의 입장은 무엇입니까?

5월 21일 경인가 완주에서 열린 시장·군수 회의에서 정장관 건이 화두가 됐습니다. 전체적으로 정장관은 일개 하수인이고 토사구팽당하는 것이라는 동정적인 여론이 있었습니다. 개인에 대한 동정이 아니라, 전북 출신 장관 하나인데 게다가 ‘맨 아래’인 농식품부 장관인데 전라도 사람은 이렇게 희생당해야 하냐는 솔직한 얘기들이 오갔습니다. 직접 만나본 정장관은 중앙 정치인이 아니라 농업인으로서 긍정적인 면도 있었습니다. 그런 점에서 쇠고기 문제는 대통령이 풀어야지 정장관이 풀 문제는 아니라고 봅니다. 핑계같아 죄송하지만 그런 와중에 건의문이 왔는데 어떻게 처리할 지 매듭짓지 않은 채 시장·군수 회의 차 서울로 갔고 그 사이 직원들이 처리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솔직히 이런 생각이 잘못된 것이라면 사과도 할 수 있고 내가 앞장서서 했다면 철회도 할 수 있는 상황입니다. 그러나 정장관 하나 희생시키고 덮으려는 정부의 행위에 불만이 있었습니다.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것은 무슨 정책에 대한 지지라던가, 쇠고기 수입에 대한 찬동, 그런 것과는 전혀 거리가 멉니다.

-결과적으로 건의문 내용을 보면 그런 의도와는 거리가 있습니다

나는 내용을 안 봤습니다. 지금도 보지 않고 있습니다. 화순 군수가 발의해서 ‘사발통문’ 도는데 내용이 무엇이냐 하니 ‘정장관 개인 희생시키는 것은 해결책이 아니다’라고 해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경위가 그러하다고 해도 여전히 군민으로서는 오해와 불만이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얼마 전 농민단체 대표들과 간담회를 하면서 위와 같은 사실을 말하기도 했는데, 진정성이 있다면 군민에게 통하지 않을까 합니다. 안통하면 다시 부닥뜨리고, 어렵지만 그렇게 가고자 합니다.

-결과적으로 건의문이 군수님의 진정성을 왜곡한 것인가요?

정장관을 살리자는 것보다는 그러한 사실(토사구팽) 자체에 대한 거부반응이었죠. 역대 정권들이 늘 그런 수법을 썼었구요. 전라도 장관 하나 희생시킨 것에 대한 불만의 발로였습니다.

-쇠고기 수입 문제, FTA, 대운하 등 이명박 대통령의 시장주의 정책들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합니까

사안별로 조금씩 달라집니다. 부안에 신경쓰다보니까 대운하가 어떻게 추진되는지, 새만금이 실제로 어떻게 추진되는지 잘 몰라서 이렇다 저렇다 말하기 어렵습니다. 실제로 청사진도 나와 있지 않구요. 그러나 정권이 호남 정서에 맞지 않다고 해서 무조건 반대하는 정치적인 놀음은 거부합니다. 정부의 흐름에 순응을 하면서 지역발전을 시키는 것이 지자체장의 역할입니다. 정치투쟁을 하는 국회의원과는 다릅니다. 그래서 정치적인 논리는 조금 비껴나가고 싶습니다. 우리 부안은 당리당략과 절대적인 극단론 속에서 군민이 많이 불행해졌던 과거가 있습니다.


-지자체의 발전을 위해서라면 정권의 성격은 개의치 않나요

솔직히 진짜 그러고 싶은 심정입니다. 지역 살림을 놓고 정치투쟁 같은 것은 안하려고 합니다.

-정장관의 사퇴 문제로 정책의 지속성이 불분명해졌지만 군유통회사나 뉴타운건설 등이 시장주의에 치우치고 지역사회에 맞지도 않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뉴타운은 특히 전주를 배경도시로 하는 완주 같은 곳, 도시 근교에서는 가능하리라고 봅니다. 따라서 전체적으로 부정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봅니다. 유통회사와 관련해서는, 농민을 조직하는 것이 사실 어렵습니다. 하지만 취지는 좋다고 생각합니다. 군에서도 TF팀을 구성해서 계속 연구 중에 있습니다. 장관의 거취에 따라 정책이 불안정해질 가능성, 정책의 신뢰성도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부안의 여러 농업관련 단체장들을 만나보니 일부는 긍정하기도 일부는 부정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것에 있어서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습니다.

-정부의 군의 지원사업이 모든 농민들에게 골고루 혜택이 돌아가지 못해 형평성, 공정성 시비가 일기도 합니다

구체적인 사안으로 파악하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관행 속에서 잘못된 점이 발견되기도 합니다. 고의성이 없도록 지시했습니다. 기존의 수혜자가 사업을 이미 잘 알고 있기에 기술적으로 자신에게 맞도록 사업을 이용하기도 합니다. 그러한 점을 철저히 차단하도록 강조하고 있습니다. 몇 사람이 혜택을 독점하는 일은 없어야겠습니다.

-민관협력과 관련한 구체적인 방안이 있습니까?

우선 행사같은 것을 관이 주도하는 것에서 벗어나 전문성을 갖고 있는 단체, 유관단체를 활용하고 관은 지원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그럼으로써 그들이 지역사회에 봉사할 수 있는 기회도 제공하려고 합니다. 특히 도민체전 때 각 단체들이 역할을 분담하는 구상을 하고 있다.

-한편으로는 기존의 사회단체를 활용하면 추진은 수월할지 모르지만 그 단체들만의 성과로 돌아갈 우려도 있지 않을까요? 기존 단체를 넘어서 거기에 포함되지 않은 일반 군민들이 함께 나눌 수 있는 경로가 필요할 것 같은데요

그것도 우려가 되네요. 좋은 지적입니다. 모든 것에는 빛과 그늘이 있는 것 같습니다. 연구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부안군을 위한 많은 과제에 우선 순위가 있을까마는 이것만큼은 꼭 실현하고자 하는 것이 있다면?

역시 가장 중요한 것은 부안군의 화합입니다. 인간의 감정을 다스릴 수 있는 능력에 한계가 있겠지만 최선의 노력을 하려고 합니다. 또 다수의 행복지수를 높이는 방안에 초점을 맞추려고 합니다. 바벨탑과 같은 기념비적인 것이 아니라 꼭 필요한 것을 하려고 합니다.

인터뷰·글=황형준 기자
사진=김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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