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안항쟁 초창기에 주민들이 반핵 깃발 아래 모일 수 있게 한 가장 큰 계기는 “영광지역의 현장을 둘러보면서”라는 말을 많이 듣는다. 영광견학이 부안사람들에게 폭발력을 지닐 수 있었던 것은 무엇보다 산자부를 비롯한 핵산업계가 공언한 ‘핵의 안전성’과 ‘지역발전론’이 모두 허구라는 것을 영광 핵발전소 주변지역을 둘러보며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지난 1일 부안군민들의 승리를 자축하는 자리에 바로 지척에 핵발전소를 두고 있는 영광주민들이 함께 하고 있었다. 영광반핵대책위 사무처장을 맡고 있는 노병남씨를 만나 현재 영광이 안고 있는 문제들과 반핵운동의 전망에 대해 들어봤다.

△ 부안항쟁이 승리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이라 보는가.
= 부안군민들이 잘 싸웠고 주민들의 결집된 힘에 의한 당연한 결과라고 생각한다. 이 동력으로 앞으로 어떤 활동을 벌일 것인가는 부안사람들의 몫으로 남았다. 이번 승리대회에서 아쉬웠던 점은, 언론에 대한 각성이나 책임이 더 강력히 제기됐어야 하지만 전혀 그런 문제제기가 없었다는 것이다. 그런 바램에서 부안독립신문이 새로 나온 것으로 안다. 부안독립신문이 전북에서 그런 역할을 해줬으면 한다. 부안군민들의 1년 5개월 동안의 싸움은 노무현이 정권을 지키기 위한 수단과 핵산업을 지키려는 자본가들을 뒷받침하는 폭압적인 기구로 굴림했다. 부안군민들의 피눈물을 쏟게 했던 정부를 부안군민들은 보상적 차원에서 이 문제를 끝맺어서는 절대 안될 것이다.

△ 부안 핵폐기장 반대운동에 어떻게 지원했나.
= 영광이 핵발전소 문제로 투쟁을 벌이기 시작한 것은 89년도부터다. 93년도부터 정부가 핵폐기장 후보지로 11곳을 지정하게 되는데, 영광은 핵발전소 투쟁을 하면서 핵발전소 문제나 핵폐기장 문제는 같은 선상에서 해결해야 한다고 봤기 때문에 핵폐기장 후보지 지역을 지원하는 활동을 해왔다. 그래서 영광에서 부안을 어떻게 지원할 것인지 논의를 거쳐 교육을 하기로 합의했다. 그래서 김성근 대표와 김용국 대외협력국장이 각각 종교단체를 중심으로 지원하기로 하고 부안으로 갔다. 실제로 부안에 와서 보니 활동가들이 부안으로 오는 것보다는 부안주민들이 영광을 방문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아서 영광견학을 추진키로 했다. 우리는 주로 핵발전소가 들어오면 지원되는 3천억원의 허구성과 핵산업이 지역에 들어왔을 때 피폐화되고, 지역경제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설명했다.

△ 영광 핵발전소로 인해 지역에 변화된 상은.
= 영광발전소는 80년도에 공사를 시작, 86년부터 가동됐다. 초창기에 토목공사를 하면서 일시적으로 고용효과가 나타났지만 그 이후에는 지역경제에 별 보탬이 없었다. 그 이후에는 영광은 거의 ‘폐광촌’처럼 되다시피 했다. 특히 핵발전소가 있는 홍롱지역은 공사가 끝난 이후 어떤 희망이나 전망도 없어졌다. 핵발전소로 인한 왜곡된 이미지 때문에 지역에서 생산되는 농산물이 판매되지 않고 해양환경 파괴 등을 야기시켰다. 또한 핵발전소가 지역의 문화도 왜곡시키고, 핵발전소에서 나오는 일정 정도의 이익금을 지역민들에게 나눠주면서 영광이 갖고 있던 고유문화나 공동체적인 특성들을 상실해 버렸다.

△ 핵발전소가 건설된 후 지역에 지원되기로 한 돈은 어떻게 쓰여졌나.
= 지방세법에 의해 1년에 45억원이 지원되는데, 이 금액이 지역에 사용되는 게 아니라 중앙정부에서 지원되는 교부세를 삭감해 버리는 식이다. 핵발전소가 건설되고 나서 국책사업으로 12조원이라는 막대한 자금이 투입됐음에도 불구하고 부안과 객관적으로 비교해봤을 때도 영광이 낙후되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 현재 영광 군민들은 핵에 대한 인식을 어떻게 생각하나?
= 영광은 주로 농민들 중심으로 핵폐기장 싸움을 진행했다. 그동안 회유정책을 펼쳐온 지역임에도 불구하고 군민들은 ‘핵발전소나 핵폐기장은 안된다’는 의식을 갖고 있다. 왜냐하면 올해만 해도 방사성 누출 사고, 설비 결함에 의한 원자로 내의 사고 등 심각한 사고들이 1년에 한 두 차례는 꼭 있어왔기 때문이다.

△ 부안이 정부의 공식발표는 없었지만 승리를 선언했다. 이후 부안군민들에게 바라는 점은.
부안군민들이 영광에 왔을 때 이구동성으로 했던 것이 핵이 이렇게 무섭고 힘든 것인줄 몰랐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번 싸움을 통해 핵발전소를 인근에 놓고 살고 있는 부안군민들이 핵에 대한 인식들이 상당한 수준에 이르렀다. 부안 군민들이 그동안 투쟁한 것도 중요하지만 이후에 군민들이 전력정책이나 핵정책에 있어서 좀더 관심을 갖고 실질적 행동이 나와줬으면 하지만 간접적인 지원 형태로도 끊임없이 이뤄졌으면 좋겠다.

이향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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