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안은 왜 침묵하는가

광우병 쇠고기 수입 문제로 온 나라가 요동치고 있다. 그러나 지금 부안은 의아스러울 정도로 잠잠하다. 당장이라도 들고 일어나야 한다는 무조건식 선동을 하는 것이 아니다. 전국적인 상황에 비춰볼 때 이상하리만치 ‘고요’에 묻힌 부안의 현재에 물음표를 던져보자는 것이다. 부안 사람이라고 해서 광우병쇠고기를 좋아할 리 없고, 그 사태를 만들어낸 농식품부 장관, 더 나아가 이명박 대통령의 반국민적 행위를 달가와하지는 않을게다.

그러나 그 누구하나 나서서 외치지 않고 있다. 농번기라서 경황이 없다는 것만으로는 설명이 되지 않는다. 표현을 하고 행동으로 옮길 ‘주체’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그것도 동시에 주체를 세워줄 ‘조건’도 사라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많은 사람들이 부안항쟁의 ‘부정적 유산’을 언급한다. 당시 활화산처럼 타오르고 난 이후 ‘긍정적 유산’을 이어갈 주체와 관계의 파산이다. 경위야 어찌됐건 김호수 군수가 45개 지자체장들에 끼여 정운천 장관 구명에 나섰음에도 각자 속으로 문제라고 생각할 뿐이다. 괜히 나서서 나만 손해보지 말자는 심리도 엿보이고 그 결과 암묵적인 ‘침묵의 카르텔’이 형성되는 것은 아닌가 우려되기도 한다.

무리한 요구일지 모르지만 지금 우리는 더 많은 것을 생각하고 그에 맞는 실천을 해야 한다. 광우병쇠고기 수입은 분명 문제다. 그러나 그것이 전부는 아니다. 한미FTA, 불평등한 국가 통상 관계, 발전이라는 미명 하에 파탄나는 서민 생존권, 빈부의 양극화, 사회적 약자를 위한 안전망과 복지제도의 증발 등까지 봐야한다. 주체와 정치의식의 부활을 기대한다.

예산은 여행다니라고 있는 게 아니다

군이 퇴직을 앞둔 공무원들에게 ‘큰 선물’을 해줬다. 6명의 공무원을 부부동반으로 그리스, 터키로 여행을 보내준 것이다. 그것도 8박9일 일정으로. 30년 가까이 공직에서 애썼기에 수고했다는 위로와 격려를 하기 위해서라고 했다. 일인당 ‘2백’만원씩 지급됐다. 그런데 그것이 공금이라고 하니 의아스럽지 않을 수 없다. 함께 일한 공무원들이 십시일반 돈을 모아 여행을 보내준 것도 아니고 버젓이 군 예산으로 놀러보냈다는 것이다. 다른 지자체와 마찬가지로 관행이라고 했다.

공무원 상식과 시민 상식이 다른 것일까. 군이 사적인 회사도 아니고 사설 단체도 아닐진대 세금으로 직원을 여행보낸다는 것이 어떻게 가능한 것일까. 세금의 주인인 주민이 퇴직 공무원들의 노고에 대한 감사로 ‘약소하지만’ 여행이라도 보내주자는 합의를 본 것도 아니다. 그들이 공무원 생활 동안 고생만 하고 퇴직금도 못받거나 더 힘든 처지에 빠진 것도 아니다. 특별히 국민과 주민을 위해 희생했거나 공헌이 크다는 증거도 발견하기 어렵다. 퇴직을 앞둔 ‘말년 병장’들 위문 잔치하겠다는 것이 아니라면 상식에 어긋나는 악습을 반복하지 말아야 한다.

한 가지 더. 함평 나비축제에 공무원들이 대거 견학을 다녀오고 있다. 공교롭게도 그 수치도 ‘2백’명이 넘는다. 군을 대표하는 축제 개발의 절실함을 부인하지 않는다. 그것을 위해 필요한 것은 군과 주민, 전문가 등이 머리를 맞대고 체계적인 연구와 기획을 하는 것이다. 함평 나비축제가 참고할만한 모범이라면 앞서 말한 그런 준비를 갖춰 알차게 다녀올 일이다. 다들 관심갖고 배워오라는 군수의 말 한마디에 각 과마다 수십명 씩 몰려갔다오는 것이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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