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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칼럼] 카길, 이경해 열사 그리고 미국산 쇠고기
  • 허정균(풀꽃세상을위한모임 대표) 
  • 승인 2008.05.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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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과천의 아파트 단지 베란다에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깃발’이 내걸린 것을 보고 5년 전 부안의 ‘반핵 깃발’을 떠올렸다. 노무현 정권 초기에 부안에서 있었던 반핵 투쟁과 너무나 닮았다는 생각도 하였다. 부안 사람이라면 그 해 부안군 가가호호에 나부끼던 ‘반핵 깃발’을 잊지 못할 것이다.

거짓말 하는 것도 쏙 빼닮았다. 어느 국회의원은 ‘광우병 쇠고기 먹어도 괜찮다’고 하였는데 부안 반핵투쟁 때에는 ‘플루토늄은 먹어도 괜찮다’고 하였다.

일단의 서울대 교수들이 핵폐기장을 관악산에 짓자고 기자회견을 하면서 ‘핵폐기장은 우리가 관악산에 짓자고 주장할 정도로 안전한 것인데 왜 부안 사람들은 반대만 하는 것인가’라는 메시지를 공중파 방송을 통해 전국민에게 보냈다.

그러더니 이번에는 텔레비전 토론회에서 어느 교수가 나와 ‘미국산 쇠고기 먹고 광우병 걸릴 확률은 로또복권에 당첨되어 돈 찾으러 가다가 벼락 맞아 죽을 확률’이라고 하였다.

노무현 정권은 전투경찰로 하여금 부안사람들을 두들겨 패고 방패로 코를 가격하였으며 결국 촛불집회를 원천봉쇄했다. 전국으로 번진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문화제’가 전투경찰과 충돌 조짐을 보이며 사태가 어디까지 치달을 지 예측하기 어렵게 됐다.

취임 직후 미국에 가서 이라크 파병을 헌상하고 돌아온 노무현 정권으로부터 부안 사람들이 코뼈가 주저앉을 무렵 WTO협상이 벌어지던 멕시코 칸쿤에서 한국의 농민운동가 이경해씨가 할복 자살했다는 소식이 날아들었다. 이경해씨의 자살소식을 접한 전세계 농민들은 한결같이 “카길이 이씨를 죽음으로 내몰았다”고 말했다.

세계 곡물시장을 쥐락펴락하는 카길은 세계 주요국에 1백여 개의 자회사와 1천여 개 공장, 9만7천 명의 직원을 고용하고 있으며 밀, 쌀, 옥수수, 콩, 식용유, 오렌지 농축액, 커피, 육류, 맥도널드 햄버거용 쇠고기, 통닭, 통조림 등 거의 모든 종류의 농산품을 생산하고 있다.

이러한 카길사에서 우리는 수입 식량의 60%를 들여오고 있다. 우리 식량 자급률이 25% 정도이니 우리의 식탁은 이미 미국의 일개 기업에 맡겨진 셈이며 카길사는 우리의 명줄을 쥐고 있는 것이다.

카길은 미국 2위의 육가공업체인 엑셀사를 자회사로 거느리고 있다. 2006년 미국 쇠고기 수입이 재개되며 카길은 이 엑셀사를 통해 한국에 30개월령 미만 뼈없는 살코기를 한국에 수출하였다. 그러나 뼛조각이 발견되며 수입이 중단됐다. 이에 카길은 뼈까지 수입할 것을 한국 정부에 요구하였다.

이러한 요구를 받아들여 이명박 정권은 미국에 가서 30개월령 이상 뼈까지 수입하겠다고 약속하고 돌아왔다. 광우병으로 인해 위기에 처한 미국 축산업계를 기사회생 시켜준 것이다. 대신 우리는 우리 민족의 앞날이 위협을 받게 되었다. 이경해 열사의 정신을 되살릴 때이다. 카길사에서 들여온 밀과 콩으로 만든 된장으로 된장찌개를 끓여먹고 촛불집회에 나가야 하는 현실을 어찌해야 하는가.

허정균(풀꽃세상을위한모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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