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사료용 청보리 수확 한창, "그런대로 잘 됐다"

청보리 수확합니다 ~ 행안면 23번 도로 근처에 드넓게 펼쳐진 보리밭. 익을 듯 말듯 한 보리의 푸른 물결이 넘실댄다. 지난 10일 경부터 25일까지 부안군 일대 청보리 밭에선 조사료용으로 쓸 보리수확이 한창이다.

청보리라고 고창에만 있을쏘냐. 지난 5월 초 고창에서 청보리축제가 한창일 때 부안에서도 청보리들이 묵묵히 수확을 기다리고 있었다. 다만 고창 청보리가 경관농업의 성격을 갖고 있는데 반해 부안을 비롯한 대부분의 청보리는 조사료농업으로 수확이 목적이다. 물론 고창의 눈요깃거리용 청보리도 구경이 끝나면 ‘본연의 임무’로 돌아가긴 하지만.

트랙터를 몰다 잠시 쉬고 있는 박영은 씨. 올해 작황은 괜찮지만 물가 폭등으로 ‘큰 재미’는 못봤다고 했다. 다음 날 비가 온다는 소식에 밤새 세워서라도 수확을 할 계획이라고. 박씨는 이날도 새벽부터 강행군을 하고 있다. 6~7일 이내에 모든 작업을 마쳐야 하기에.

60% 여물었을 때 베어내는 ‘파란’ 보리

청보리는 지지난 해까지 총체보리로 불렸다. 청보리는 보리의 종류를 일컫는 말이 아니라 보리가 완전히 익기 전, 즉 ‘파랄’ 때 수확한다고 해서 ‘청’보리다. 정부 시책에 따른 사료작물사업 명칭으로 보는 게 맞다. 우리가 먹는 쌀보리나 겉보리를 알곡이 60%가량 여물었을 때 미리 베어 소 먹이로 쓴다.

부안의 청보리 ‘봄걷이’가 한창이다. 지난 17일 부안읍에서 상서면으로 들어가는 23번도로 근처, 한솔영농조합법인 대표 박영은(위 사진 속 인물·행안면 대초리) 씨가 굉음을 내며 트렉터를 몰고 있었다. 굉음의 진원지는 베일러. 전날 미리 베어놓은 보리밭을 누비며 보리를 흡입, 압축, 배출하는 과정을 반복하고 있었다(아래 사진).

트렉터가 밭을 반 바퀴 돌 때마다 600㎏에 달하는 원통형 베일(곤포)을 토해낸다. 마치 알을 낳는 듯하다.

군지원사업 11개 업체 참여
경종농가 20만원, 연결체 100만원 보조


박씨는 동진, 행안 등에 73㏊를 수확하고 있다. 4년전 청보리사업에 참여해 매년 경작 면적을 늘려왔다. 현재 부안에는 박씨와 같은 11개의 영농조합법인이 경종농가와 축산농가를 잇는 ‘연결체’로 청보리재배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현재 부안에는 총 440㏊ 면적에 225개의 농가가 청보리를 재배하고 있다. 군은 총 4억4천여만원을 들여 연결체와 경종농가에 지원을 하고 있는데 1㏊당 20톤 이상 생산했을 경우 연결체에는 100만원을 작업비 보조 명목으로, 경종농가에는 일반 보리 대비 수익이 적은 것을 감안해 소득보전 차원에서 20만원을 지급하고 있다. 현재 연결체와 축산농가들의 협의에 따른 1롤(베일) 가격은 ㎏에 110원선. 농가 수익은 1필지당 8톤(14롤)을 생산한다면 80만원 정도 된다. 거기에 보조금까지 더하면 100만원이 농가 손에 떨어지는 셈이다. 박씨는 “작년 농가수익이 90만원 선이었다”며 “올해는 한 필지에 16롤 이상 나올 경우 농가에 110만원 정도가 돌아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최근 비료값 파동을 보듯 생산비 상승이 수익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연결체로서는 무엇보다도 연료값이 발목을 잡는 실정이다.

축산 농가, 경종 농가 모두 살려야

연결체는 수확한 보리를 축산농가에 직접 또는 박씨처럼 동진낙협(김제) 등을 통해 유통하고 있다. 동진낙협과 같은 TMR(Total Mixed Ration, 완전배합사료)공장은 보리를 부숴 섞은 배합사료를 필요한 곳에 공급하게 된다. 현재 부안에는 TMR업체가 없는데 군은 올해 TMR공장을 지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군 친환경농업과 김강민 계장은 지난 21일 “사료값 폭등과 쇠고기 시장 개방으로 한우농가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청보리 등 조사료 재배 생산을 늘려 극복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청보리사업이 축산농가와 경종농가 모두에게 활로를 열어줄지 주목된다.

반대편 밭에서는 래핑기가 거미가 거미줄에 걸린 먹이를 재빠르게 둘둘 말듯 하얀 랩으로 감싸 던져놓고 있었다. 박씨는 제품의 안정성과 고객과의 신용을 위해 서른 한 바퀴를 감는다고 했다. 밀봉된 보릿짚은 박씨가 베일러를 굴리며 미리 투입해 놓은 발효제와 함께 잘 삭아들어갈 것이다.




박씨가 작업하고 있는 밭에서 2~3백미터 떨어진 곳에서 박씨 동생 박영주 씨가 예취기로 영양보리를 베어내고 있다.

박씨가 걷어들이고 있는 보리 종자는 쌀보리다. 올해는 영양보리를 심을 계획이라고 했다. 영양보리는 대도 굵고 알곡도 많을 뿐만 아니라 까락도 부드러워 사료용으로 적합하다.





참죽순 "잘 나갑니다", 남부안농협 중심으로 보안면 일대 재배

김연자 씨의 참죽나무밭. 2천여평에 300그루의 참죽나무가 자라고 있다.

참죽나무를 아는지? 이름에서 연상되는 대나무와는 아무 관련없지만 닮은 점이라면 ‘순’을 따먹는다는 것. 오히려 그 점에서는 두릅과 비슷하지 않을까 싶다. 가지 끝에 난 새순을 따 초장에 찍어 먹거나 전, 튀김, 절임으로 해먹기도 하는 참죽나무. ‘참’죽나무인 것은 모양은 비슷하나 먹지 못하는 ‘가’죽나무와 구분하기 위함이라고도 한다.

갓 딴 참죽순을 들고 환하게 웃고 있는 김연자 씨

5년 전 시작한 군 지원사업, 남부안농협은 유통 전담

최근 참죽나무가 고부가가치 상품으로 각광을 받으면서 부안에서도 군지원사업으로 참죽나무 재배가 활성화되고 있다. 지난 4월 중순 첫 순 수확이 시작된 이래 지금도 매일 참죽순을 따고 있고 이는 6월말까지 이어진다. 남부안농협이 중심이 돼 보안면 일대에서 15개 농가가 참죽나무 재배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올해 신규 사업 참여자까지 합하면 100여명이 넘는다. 김연자(위 사진·49·보안면 유촌리)씨도 그 중 하나.

지난 17일 보안면 유촌리 산 아랫자락에 조성된 참죽나무밭에선 김씨와 김씨 어머니 김귀례 씨가 상품 시기를 놓칠 새라 새로 난 순을 걷어들이고 있었다. 오늘 제때 안 따면 내일이면 3㎝나 자라있을 것이다.

김씨가 참죽나무 재배에 눈을 돌린 것은 5년 전. 2004년 군에서 시작한 특화사업에 11명의 지역 주민들과 함께 뛰어들었다. 묘목 등 70%의 군 지원금을 받는다쳐도 처음 키워보는 생소한 나무가 뜻대로 될 리는 없는 법. 김씨는 시행착오도 많았다고 설명했다. 첫해는 나무를 키우는 데 주력했고 이듬해부터 조금씩 수확을 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어떻게 키웠을 때 가장 최고의 상품을 만들어낼 수 있는지는 4년이 지난 이제야 눈에 보인다고. 김씨는 “처음보다는 익숙해졌다. 그러나 아직도 하다보면 연구할 것도 많다”고 했다.

지나가던 이웃 주민이 참죽나무에 관심을 보이자 김연자 씨가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병충해 없이 쑥쑥 잘 자라는 참죽나무, 크기와 색깔이 상품성 좌우

참죽나무는 늦가을이나 초봄에 심는다. 늦가을이면 더 좋다. 워낙 건강하고 잘 자라는 나무라 1년여를 키우면 쑥 자라 이듬해부터 순을 딸 수 있다. “가끔 벌레가 줄기를 파먹기도 하지만 병충해는 전혀 없다. 그래서 약도 전혀 안쓴다. 또 농협에서 제공된 퇴비 외에는 비료도 사용하지 않는다”는 김씨 말에 ‘절로 크니 거저 얻기만 하면 되는 나무인가’하는 생각도 든다. 그러나 수익을 남기기 위해선 최상의 상품을 많이 얻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선 가지 수를 늘리기, 적정한 높이로 유지하기, 새순이 18~20㎝ 자랐을 때 따주기 등 신경쓸 일이 많다. 김씨는 6월 20일까지 순을 딸 거라고 했다. 본인의 또 다른 주업인 누에 치는 시기와 겹치기도 하지만 가격도 떨어지고 또 다음 해를 위해 눈도 살려 키워놓아야 하기 때문이다.

가장 최상품으로 치는 참죽순 모습. 18~20㎝ 길이에 붉은 색깔이 좋다.

김씨는 지난 4월 16일 가장 빨리 첫순을 땄다. 가지 끝 첫순을 따면 그 아래 눈이 새로 나온다. 그게 20일 걸린다. 그 이후로는 계속 딸 수가 있다. 김씨가 심어놓은 참죽나무 중엔 뿌리에서 여러 줄기가 올라온 것들도 눈에 띄었다. 원대가 죽으면 그 옆으로 새로운 가지들이 올라오는 것이다. 줄기가 많으면 그만큼 더 많이 수확할 수 있지 않겠냐는 생각도 들겠지만 장단점이 있다. 가늘게 여럿을 키우면 양은 늘지 몰라도 실하지 않고, 대신 하나를 굵게 튼튼히 키우면 눈도 실해서 좋은 순이 나온다. 김씨는 후자를 선택했다.

참죽순은 처음에 발갛게 올라와 시간이 지나면 푸르게 변한다. 그게 날이 더울수록 급하다. 맛은 별로 차이날 게 없는데 상품가치가 떨어진다고 한다. 그렇다고 미리 따면 작아서 소용없다. 결국 크기와 색깔의 조합이 완벽해야 하는 셈이다(위 사진).

줄기 끝에 붙은 참죽순을 따는 것이 만만치 않다. 김씨 어머니 김귀례 씨가 힘들게 줄기 끝을 휘어 잡아 순을 따고 있다. 김씨는 줄기를 더 잘라 따기 쉬운 높이를 만들 계획이다.
남은 과제는 가공상품 개발로 경쟁력 높이기

참죽순은 열이 많은 성질을 갖고 있다. 순을 ‘성글성글’하게 해서 냉장보관해야 한다. 김씨는 “처음엔 김치냉장고를 싹 비우고 저장했다. 가장 자리 쪽은 어는 등 문제가 많았다”고 했다. 수확 못지않게 저장 방법도 중요하다. 그래서 지금은 지원금을 받아 지은 저온저장고를 이용하고 있다. 김씨가 2천평에 300주 정도 키워 얻은 참죽순은 남부안농협을 거쳐 경동시장이나 양재동 농협물류센터로 간다. 지금은 수확량이 줄긴 했는데 평균 하루 3관(10㎏남짓) 정도 딴다. 남부안농협 관계자는 “지난 2주간 170관 정도 나갔다. 지금은 가격이 줄어 5만원 정도 한다”고 했다. 김씨는 앞으로 부가가치를 높이는 가공사업에 주력할 계획이라고 했다. 군도 “2009년부터 2011년까지 비닐하우스, 집하장, 포장시설, 가공시설을 연차적으로 지원해 경쟁력 있는 상품으로 육성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입맛에 따라 다르겠지만 처음 맛보면 조금은 이상한 맛 나는, 하지만 한번 맛들이면 그 맛에 푹 빠진다는 참죽순. 부안의 특화작물로 자리잡을 수 있을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글·사진=황형준 기자
저작권자 © 부안독립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