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 어느새 연초록에서 짙은 초록으로 물들어가고 들은 고양이 손도 빌린다는 모내기철, 마냥 바쁘다. 트랙터 농심과 이앙기는 어린 모들과 함께.

진달래 개나리 철쭉 산수유 영산홍 산벚꽃 복사꽃 살구꽃 앞 다투어 피더니 금세 이팝나무 층층나무 아카시아 함박꽃 오동꽃 해당화 찔레꽃에게 자리를 내준다. 봄날은 그렇게 갔다.

학교엔 아이들꽃이 핀다. 5월엔 모처럼 학교답다. 체육대회와 축제준비로 아이들은 바쁘다. 시험과 경쟁에서 벗어난 아이들의 모습은 제각기 아름답다. 링에 꽂히는 농구공에 기뻐서 손을 하늘로 내뻗는 아이, 결정적인 기회를 놓치고 축구 골대를 뒤로 하며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고 아쉬워 하는 아이, 목이 터져라 자기 반 응원하는 아이, 스윙 댄스 텔미춤 연습이 모자라 복도를 걸으면서 연습하는 아이, 인터넷에서 멋지고 싼 단체복 고르는 아이, 담장 넘기는 밴드반 아이들의 음악소리

이 모든 것, 살아 있는 학교의 모습. 교실 안에서 매일 주입식 공부시키며, 야간자율학습 감독하며 공부, 공부하라던 나, 솔직히 체육대회와 축제가 기다려진다. 교실 밖의 아이들의 모습 보고 싶다.

요즘 아이들은 걱정이다. AI때 학교 급식에 닭고기 자주 나오던데요. 미국 쇠고기 수입되면 학교 급식에 젤 먼저 올리지 않나요?

의문이 많다. 미국은 우리나라에 광우병 위험한 쇠고기 수입하라 하면서 끓이면 안전한 우리 닭은 AI 때문에 수입 안 한다면서요? 이건 아니잖아요.

조중동과 싸우던 노대통령 고향으로 가고요. 초중고와 싸우는 이대통령 어디로 갈까요? 미친 소 미친 교육 반대하는 촛불 배후 세력 청와대 아닌가요? 대통령도 리콜 되나요?

대답을 미룬 채 서둘러 학교를 빠져나왔다. 부안을 동서로 가르는 이팝나무가 흐드러지게 피어 있었다. 마음은 내변산을 달렸다. 쇠무르팍고개(우슬재) 넘어 청림마을의 숲 속은 산소방이었다. 시끌사끌(시끌시끌이나 시끌벅적한과 같은 부안표준말)한 일 다 내팽개칠 수 있었다. 가마소 봉래구곡 직소폭포 실상사터 백천내 중계 원광선원 월명암 그리면서(물론 부안댐 건설 이전의 추억) 변산초등학교 담자락을 타고 변산소재지로 나왔다. 언제봐도 내변산은 명품이었다.

못내 아쉬웠다. 발 한 번쯤은 담갔어야 하는데. 내변산 댐 개발은 물의 고장 부안을 손 씻을 낭만조차도 댐 속에 넣어버렸다.

외변산으로 나온 셈이다. 마포쪽을 버리고 바다쪽을 향했다. 고사포 해수욕장 소나무 숲을 기대고 솔섬을 바라다보며 적벽강에 차를 세웠다. 사이다를 안 먹어도 가슴이 트였다. 가슴이 답답하면 소화제 안 먹고 이곳에 와야겠다고 생각했다. 수없이 눈셔터를 눌러댔다. 눈에 잡힌 외변산의 아름다움을 머릿 속에 현상하기 위해.

격포엔 대규모 숙박시설을 건축하고 있었다. 시원스레 뚫린 도로가 숙박시설하고 어울릴듯 하면서 잘 될까 하는 걱정이 앞섰다. 빨리 들어와 잠 안 자고 그냥 얼른 나갈 것 같아. 내변산 여행 코스 개발이 우선 되어야 하지 않을까. 그리하여 솔섬에서 해지는, 노을이 아름다운 부안의 감동을 간직한 채 바다 가까운 곳으로 숙박을 정하지 않을까요.

아이들이 던진 물음은 내내 내 숙제로 남을 것 같다. 생뚱맞게도 하루라도 부안땅 밟지 않고는 못살 것 같다는 생각만 들었다.

하고픈 말, 이 곳 저 곳 성형한 부안 결코 아름답지 않거든요. ‘생얼’ 부안이 훨 이쁘지 않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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