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한 라디오 방송 토론프로그램에서 청취자 의견을 듣게 되었다. 이날의 주제는 ‘중고등학생의 촛불집회 참여, 어떻게 볼것인가’였다.

청취자의 의견을 듣는 순서에서 목포의 고등학교 3학년 000이라고 소개한 여학생의 의견이 너무도 또렷하게 남는다. 토론주제에 당사자이기에 진행자는 길게 여러 가지 질문을 던졌고 이 여고생은 물음에 차분하면서도 자신의 생각을 분명하고도 또렷하게 밝혔다. 정치이슈와 관련하여 여학생들은 또래가 모여 많은 이야기를 한다는 것과 이번 광우병 소의 수입에 대해 분명히 반대하고 안전성에 대해서 영국에서 밝혀졌던 사실과 다양한 사실들은 제시하며 불완전하다고 말하고 정부의 입장에 대해 믿을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특히, 자신들이 선택하지 않은 대통령이 추진하는 정책으로 자신들이 안전하지 않은 미국소를 먹어야 하는 것은 잘못되었고 이를 정당히 주장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주장해야 한다는 것을 강조했다. 그리고 목포에서는 촛불문화제가 열리지 않아 서울에 참여할 생각이었다고 덧붙였다.

나는 ‘자신들의 선택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숨을 멈추어야 했다. 어른들이 선택한 정부가 정책을 잘못 추진한다면 어른들이 나서서 잘못되었다고 주장하고 바로 잡아야 하는데 10대가 나서는 것을 배후세력, 광우병괴담, 감수성 등을 운운하며 비난하는 어른들을 질타하고 있다는 생각에 부끄러움과 죄스러움이 밀려왔기 때문이다. 미래의 주역이 될 10대들 앞에 이들에게 어른이 되는 사람들은 어떠했는가를 반문하지 않을 수 없었다.

분명 이번 광우병위험물질이 있는 미국소 수입반대의 주역은 10대 중고등학교 학생들이다. 이들로 시작된 미국소(미친소수입)수입반대 집단행동은 20대로, 30대로, 40대로 최근 전국민의 80%이상이 반대하고 10대들의 행동에 찬성하는 입장에 동의하는 지지가 70%가 넘었다. 이들의 문제의식과 여론확산과 공론형성으로 힘을 모았고 오프라인에서 촛불을 든 행동을 통해 이들의 정당한 주장을 전했다. 그리고 어른들은 이들과 조심스레 함께하기 시작했고 그 형식이 문화제이든 집회이든 서울을 비롯해 전국에서 진행되고 있다. 지난 5월 6일 10대들의 자발적 촛불문화제를 주도했던 인터넷모임대표와 1,500여개 시민사회단체, 제 정당이 참여하는 ‘광우병위험 미국산쇠고기 수입반대 국민대책회의’결성하였고 국민반대운동으로 확대되고 있다.

제 몸을 불살라 세상을 밝히는 촛불을 보면서 2004년 탄핵반대촛불집회가 생각나고 2003년 부안에서 일었던 부안주민들의 방폐장반대 촛불집회가 생생히 되살아난다. 민주주의의 위기와 역사가 거꾸로 가는 현장 어느 곳이든 촛불은 2000년대 대한민국을 밝히고 있다. 우리는 합리적 의사소통이 이루어지지 못하는 우리사회 곳곳에서 민주주의의 촛불이 일어나고 있음에 주목해야 한다. 정치와 정당, 정권은 다소 멀리 있는 듯 하였지만 우리 일상에서 일어나는 문제는 바로 우리 주변, 피부와 가슴에 와 닿는 의제이며 이 의제에서 일상의 정치, 생활의 정치가 일어나고 있음이다.

‘이제! 민생이다’는 정치권의 선언적 구호가 얼마나 무의미 했던가를 이번 미친소 수입반대가 여실히 검증해 주고 있다. 앞으로 등록금, 입시를 비롯한 교육제도, 주택의 문제, 물가 등 국민의 삶과 직결된 사안이 바로 정치의제이며 대한민국 민주주의를 다시 만드는 촛불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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