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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 그리고 쉼표] 차라리 아이를 굶겨야 하나
첫째 아이가 초등학교에 다니기 시작한지 세 달째 접어들었다. 운동회날 먹을 도시락에 햄을 꼭 넣어달라는 아이의 요구에 나는 딱 잘라 거절했다. “햄에는 붉은 색깔을 내는 발색제와 합성보존료가 들어있어서 안되겠는걸.”하니, “알아. 알았어. 알았다구. 아~ 진짜 짜증나네.”한다.

학교에서 돌아오면 발걸음이 마당에 닿자마자 마주치는 엄마에게 “엄마, 나 아이스크림 먹고 싶어.” 뭐 그런 식이다. 학교 점방에 뭐뭐 있는지 줄줄이 읊어대며 마치 점방에 대해 면밀히 관찰하는 게 자신이 학교에 다니는 큰 이유라도 되는 것처럼 여러 가지 듣도 보도 못한 과자 이름들을 들먹거린다.

“아이스크림은 철에도 이르고 지나치게 색소랑 향이 많이 들어가서 안돼. 엄마는 네가 건강하길 바래.”하니, 아이는 버럭 화를 내면서 “엄마, 도대체 뭘 먹으란 말야!! 그럼, 굶어죽으란 말야?”하고는 드디어 울음을 터뜨린다. 시간이 지날수록 아이의 바람은 분노로 바뀌는 것 같아 차라리 돈 몇 푼을 쥐어주고 아이 성격이라도 무난하게 지키는게 낫지 않을까하는 갈등이 생긴다. 전쟁 아닌 전쟁이다.

어느 세월에 손수 만들어 먹던 새참거리는 번거롭고 맛이 없다는 이유로 외면당하고 그 자리를 이름도 재료도 잘 모르는 불량식품들이 가득 메우고 있다. 돈만 있으면 언제나 살 수가 있는 세상이다. 값싸고 조미가 강한 그런 과자들이 학교 앞 문구점이나 구멍가게를 점령한지 이미 오래다.

학교 다니기 전에는 집에서 만든 음식이 최고 맛있다며 나물 반찬을 젓가락 가득 집어 올려 먹던 아이가 이제는 매일 고기나 생선, 육가공품과 단 음료수가 나오는 학교급식이 최고 맛있다며 집에서 먹는 음식을 소홀히 여기고 점방을 기웃거린다.

하루는 아이가 제 고모네 집에 갔는데 입술과 혓바닥이 온통 시퍼렇길래 시누이가 아이 손에 있는 젤리를 빼앗아 물에 담가놓았다며 보여주는데 정말 너무 기가 막혀 말이 안 나왔다. 물에는 완전히 녹지 않은 색소찌꺼기가 가라앉아 있었고 초록색 물감을 풀어놓은듯 심상치 않았다. 게다가 알맹이는 새하얗게 표백이 되어있는 고무타이어 조각같이 뻣뻣하고 질기다. 원산지를 보니 중국산이다. 이러한 강한 색소와 향과 방부제와 각종 조미료가 아이들의 입맛을 앗아가고 혀의 감각을 마비시키는 원흉이다.

이처럼 우리 아이들의 목숨이 값싸게 수입해와 파는 불량식품에 무방비 상태로 노출돼 있다. 그런 식품첨가물들은 완전하게 배설되지 않고 체내에 쌓여서 중추신경을 마비시키거나 구토, 설사, 발진 등 다양하게 몸에 이상을 일으킨다. 자주 먹으면 면역체계가 무너지고 아주 치명적일 수도 있다.

매일 실랑이를 하다가 결국 큰아이와 책을 사다가 함께 읽어보자고 했다. ‘다음을 지키는 엄마 모임’에서 지은 「차라리 아이를 굶겨라1, 2」, ‘환경엄마’ 김순영씨가 지은 「잘 먹이고 잘 키우기」, 안병수씨가 쓴 「과자, 내 아이를 해치는 달콤한 유혹」같은 책들을 구해 아이들과 함께 읽어보고 이야기하고 지속적인 교육을 함으로써 우리 아이들의 목숨을 지켜나가야겠다. 오죽하면 자식을 굶기라고 했을까!

김영자(농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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