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운천 장관은 왜 그런 말을 했는가

지난 1일 서울대 특강에서 “부안에 방폐장이 들어설 수 없었던 것은 사람들이 잘 모르고 선동됐기 때문”이라고 말한 정운천 농식품부 장관의 발언으로 부안이 시끄럽다.

광우병 쇠고기에 과민반응 보이지 말라는 주장도 모자라 ‘무지’와 ‘선동’의 예로 부안 사태를 들었다. 잘못된 주장을 위해 잘못된 비유를 든 이중오류를 범했다. 정장관 측과 농림부는 “그게 그렇게까지 문제가 되냐”는 분위기다. “중요한 것은 이성적으로 사실을 보자는 취지”라고 강조하고 있다.

정장관은 아마도 별 생각없이 말했을 것이다. 별 생각없다는 것은 가볍게 말했다는 것이 아니라 정말로 ‘생각없이’ 말했다는 것이다. 오히려 정장관이야말로 ‘무지’로 ‘선동’하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

정장관 측과 농식품부는 “어디까지나 진실을 이성적으로 바로 보자는 것에 강조점이 실려있다”고 말하지만 그들이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그 비유 때문에 부안군민의 상처와 분노는 결코 대수롭지 않다.

어찌 보면 정장관으로서는 당연한 말을 한 셈이다. 그가 고창 출신이거나 말거나 그(들)의 보수적인 가치관과 정권에 대한 충심은 지역을 초월해 있기 때문이다. 이명박 정부의 하수인들이 이대통령과 달라서야 쓰겠는가.

일련의 발언과 정책에서 보여지듯 일반 서민의 삶과 상상을 초월하는 이대통령의 물질과 정신세계는 광우병 쇠고기 파동으로 나타났고 ‘이명박 식’ 권위주의에 종속된 정책 책임자들은 좋건 싫건 실행에 옮기게 마련이다.

이명박 대통령에게서 기대할 수 있는 것? 한반도 대운하, ‘두바이 신화’ 재현을 부르짖는 새만금개발 등을 주창할 사람이면 핵폐기장 건설 쯤은 당연하고, ‘소(小) 이명박’인 농식품부 장관 역시 그러한 생각을 가질 것이다. 결국 정장관의 발언은 실언이 아니라 진심의 발로라고 봐야 한다.

이번 일을 계기로 이명박 정부를 제대로 볼 일이다. 지금 이 나라를 좌지우지하는 그들이 누구인지, 사회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

핵폐기장 사태로 옳은 길이 무엇인가를 체험한 부안 군민이라면 핵폐기장 거부 성공에 안주할 것이 아니라 더욱 안목을 넓혀 ‘옳은 길’을 위한 힘을 길러나가야 할 것이다. 그 힘을 보여줘야 한다.

군민화합은 이제 시작이다

지난 1일 대통령 취임식을 방불케한(?) 군민화합의 날 행사가 막을 내렸다. 행사 규모만 놓고 보면 부안군 역대, 그리고 그 어떤 지자체의 군민의날 행사보다도 큰 ‘블록버스터’ 행사였다.

실제로 군은 행사를 위해 3억여원의 경비를 들였다고 밝혔다. 군은 마치 이 날에 사활을 건듯 모든 물량과 인력을 투입했고 주민들은 모처럼 ‘주어진 큰 잔치’를 즐겼다.

그러나 뭔가 허탈하다. 어쨌든 큰 운동장에 많은 군민들이 다 모였으니 외양상 화합이긴 하나, 사실 화합이라기보다는 ‘회합’이라고 보인다. 함께 모여 먹고 마시고 놀면 어찌 즐겁지 아니하겠는가. 함께 힘쓰며 땀흘리면 어찌 관계가 돈독해지지 않겠는가.

그러나 다시 한번 묻자. 왜 ‘화합’의 군민의 날 행사를 치렀는지를. 군이 그토록 강조해마지않으며 군민‘화합’의 날이라고 했는지를.

결론적으로 화합을 위한 방법에 깊이가 없다는 생각이 든다. 내용보다는 형식을 중요시했다는 점을 부인할 수 있겠는가. 오월의 푸른 하늘로 둥실둥실 떠나간 오색 풍선에 앙금과 갈등을 담아 보낼 수 있는가.

일부에서 소비성 행사에 그쳤다는 비판이 괜히 나오는 것이 아니다. 그냥 한바탕 놀고 끝낼 일이 아니다. 그것으로 화합이 완성됐다고 볼 수 없다.

최근 이명박 정부의 행보를 보자. ‘발전’이라는 미명 하에 반드시 짚어야 할 사회문제와 과거사를 덮고 가려는 시도를 목격할 수 있다. 통상을 둘러싼 미국에 대한 저자세와 일제 청산에 관한 태도가 그렇다. 행여나 그러한 방식을 답습하게 되는 것은 아니길 바란다.

군민의날 행사는 화합을 위한 여정의 출발에 불과하다. 훗날 이번 행사가 의미있는 역사적 사실로 남도록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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