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는 15세기 영국 스코틀랜드의 양치는 목동들의 놀이에서 비롯됐다는 게 정설이다. 스코틀랜드는 빙하가 덮였던 지역으로 평지에 가까운 지형이다. 또한 여름은 서늘하고 겨울은 따뜻하여 사계절 푸른 잔디인 벤트그라스가 목초지에서 잘 자라 조금만 손보면 골프장이 거의 자생적으로 만들어진다. 골프가 대중화된 나라는 이처럼 대부분 지형적, 기후적 조건을 갖추고 있다.

하지만 좁은 국토와 산악 지형, 그리고 우기와 건기가 뚜렷한 한반도는 애초에 골프장과 맞지 않다. 국토 면적의 65%인 산림에 효용이 맞지 않는 골프장을 만들고자 한다면 건설과 유지에 따르는 생태계의 파괴는 불을 보듯 뻔하고 서민들의 삶의 터전을 침범하는 것도 피할 수 없다.

잔디를 잘 자라게 하기 위해 뿌리는 비료와 살충체, 제조제의 과다 사용으로 골프장 주변 생태계는 서서히 무너지기 마련이며 비료와 토사, 농약이 빗물에 씻겨 하천으로 흘러 들어가 하천에 토사가 쌓이고 수질을 오염시킨다. 골프장에 사용하는 농약은 같은 면적의 논에 비해 6~8배 분량이라 한다. 또한 18홀 기준 골프장 한 개의 물 사용량은 하루 600~800톤에 이른다. 이를 지하수를 파서 이용함으로써 인근지역의 농업용수와 식수를 고갈시킬 수 있다. 또한 골프장 건설로 인한 산림 파괴는 산림이 가지고 있는 저수지 기능을 없애버려 홍수의 피해를 가중시킨다.

군은 이같은 골프장을 변산반도의 노른자위 땅인 변산면 도청리 일원에 들이겠다고 나서고 있다. 명분은 지역경제 활성화이다. 그러나 골프장이 들어서면 그 지역 경제가 좋아진다는 것은 골프장 건설측의 과대포장된 홍보일 뿐이다. 한 예로 전남대 지충남 박사와 최길수 영산대 행정학과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전남에 소재한 골프장 8곳을 조사한 결과, 2005년 기준으로 년 5억 원의 지방세가 납부됐고 30~50여명 정도의 지역민이 비정규직으로 고용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방정부는 1개 골프장이 운영될 때 7~20억 원의 세수 증대를 명분으로 내세워 주민설득 작업에 나섰지만 36홀, 63만평 규모의 승주컨트리클럽이 10억1천9백만 원의 지방세를 납부하는 한편 36홀, 38만평 규모의 무안컨트리클럽은 최저치인 3억6백만 원을 납부했다. 전남 도내 8개 골프장 납부액 평균은 6억1천9백만 원이며 이를 18홀 규모로 환산하면 약 5억 원 정도에 그쳐 이를 같은 면적의 종합토지세와 비교하면 골프장에서 실제로 추가되는 세수는 2~3억 원에 불과하다는 게 두 교수의 주장이다. 이제라도 골프장을 추진하려는 군과 군의원들은 전국 각지의 골프장 운영 실태를 직접 견학해보기를 권한다.

변산반도는 냉대성 식물의 남방한계선이자 난대성 식물의 북방한계선으로 식물자원의 보고이다. 골프장 대신 식물원이 들어선다면 변산반도를 찾는 많은 관광객들이 변산을 다시 찾고 싶은 아름다운 고장으로 기억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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