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돌아오는 계절이라도 똑같은 계절은 없다더니, 올해의 봄이 나에게 그런가 보다.

별 기억이 없는 작년과는 달리, 올해는 봄이 피부로 느껴지고 마음에 와 닿는다.

학교에 출근하면 우리 제헌이와 산책을 한다. 따뜻한 손을 잡고 함께 운동장을 산책하며 냉이가 자라는 모습도 보고, 할미꽃이 피는 것도 본다. 수선화를 보며 꽃이 예쁘다는 이야기도 하고, 새 소리에 화답하며 노래를 부르기도 한다. 하루하루 따뜻해지는 날씨가 온 몸에 느껴진다. 때론 늘볕이도 함께하고, 경희, 수미, 한빈이도 같이 손을 잡고 산책을 한다. 내 손 안의 작은 손에서 전해져 오는 온기가 나의 마음을 따뜻하게 하는지도 모르겠다. 아이들과 함께 나뭇가지 사이로 비치는 아침 햇살을 즐기는 그 시간이 나에게 계절의 아름다움을 일깨워주는 듯 하다.

흐드러지게 피었던 벚꽃잎이 하나 둘 떨어지기 시작한다. 햇살 사이로 반짝이며 떨어지는 벚꽃을 보고 싶어, 우리 학교 벚나무 밑을 몇 번이고 오가기도 한다. 일기예보와 달리 비를 피한 우리 학교 벚나무는 살랑거리는 바람에 온 몸을 맞기고 꽃잎을 뿌려주고 있었다.

아이들은 행사가 있어 강당에 가 있고, 나는 업무를 처리하다가 아주 우연히 창문을 바라보게 되었다. 세상에!! 마치 눈처럼 날리는 벚꽃잎이란~!! 유행가 가사에 나오는 “꽃비가 내리던~ 날~”이 바로 오늘을 말하는 것이었던가?!! 창문을 열고 바깥을 바라보자, 온 천지가 꽃잎이었다. 춤을 추듯 흩날리는 꽃잎은 동화의 세계를 보여주는 듯 했다.

점심시간에 아이들을 데리고 벚나무 밑으로 사진을 찍으러 나갔다. 두 손 가득 꽃잎을 모아 하늘로 날리는 아이들의 표정은 신비로움과 순수함이 가득했고, 서로에게 꽃잎을 던져주며 봄을 만끽하였다. 우리 한빈이는 동생들과 함께 서로 꽃잎을 날려주며 사진 연출을 하고, 짓궂은 수미와 경희는 사진 찍는 포즈를 취하는 척 내게 꽃잎을 던져 옷 속까지 벚꽃 범벅을 만들기도 하였다. 늘볕이는 수줍게 자기 머리 위에서 꽃잎을 날리다가 이내 머리를 흔들어 털어내지만, 물론 잘 안 털어져 머리카락에 연분홍 벚꽃이 피었다. 제헌이는 다른 친구들이 날리는 꽃잎을 잡으러 다니다가 내게도 한 움큼 모아 꽃비를 내려준다. 아이들이 카메라를 향해 던지는 꽃잎들이 사진을 돋보이게 만들어 주었고, 흩뿌려지는 꽃잎들 속에서는 아이들의 천진난만함이 넘쳐흘렀다.

작년 봄도 올해 같았던가?

길가 나무의 연한 연둣빛 새순을 보며 경탄하고, 맑은 햇살 한 줌에 감사하고, 붉게 저물어가는 해를 보며 황홀해하는 요즘의 나를 보며 스스로 놀라곤 한다. 나이 먹음을 슬퍼하고 괴로워(?)했었는데, 요즘 나의 모습이 한 살 더 먹음으로서 생기는 연륜(?)이 아닌가 싶다.

아, 이 봄이 너무 사랑스럽다.
저작권자 © 부안독립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