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안군의회는 191회 임시회가 열린 지난 24일 추경예산안을 확정지었다. 그런데 한 가지 눈에 띄는 것이 있다. 김호수 군수의 공약이었던 ‘군민화합포럼’ 추진과 관련한 예산을 완전히 들어낸 것이다. 군민화합포럼과 관련한 세부 예산 항목은 군민화합포럼 추진위원회 수당 3백50만원, 군민화합포럼 홍보 현수막 제작 1백80만원, 연구개발비로 설정된 군민화합포럼 용역비 1천9백만원 등이다.

두 가지를 생각하게 된다. 우선 군이 제출한 예산 내역을 보면 어딘가 허술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공약이었기에 어쩔 수 없이 형식적인 시늉을 하는 것은 아닌지 의심이 들 정도다. 막상 추진하려고 보니 ‘이젠 분위기가 좀 아닌 것 같다’고 판단한 것은 아닌지, 지금의 민심을 ‘밝히고 풀고 가자’가 아니라 ‘그냥 묻고 가자’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묻고 싶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군의원들의 결정이 놀랍다. “시기가 부적절하다”는 것이 무슨 말인가. ‘정말 긴요하고 우선돼야 하지만 적절한 때에 제대로 하자’는 것인가. 군이 좀 더 내실있는 준비를 하라는 질책으로 받아들어야 하는 것인가. 그렇게라도 생각한다면 다행이겠지만 혹시 ‘앞으로도 쭉 부적절하다’는 의미를 담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 든다.

군민화합포럼은 ‘그냥 좀 더 화합하자’는 목적으로 구상된 것이 아니라 크나큰 상처와 후유증을 남겼던 거대한 사태, 결코 묻어버릴 수 없는 그 일을 확실하게 짚고 난 후 그 토대 위에서 제대로 된 화합을 만들자는 취지로 계획된 것이다. ‘이제는 반목과 대립이 지겹다’는 구실로 화합포럼이 유야무야 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군도 그저 의회의 결정이니 어쩔 수 없다고 안일하게 있을 일이 아니다.

군민화합포럼 추진비가 공중분해된 사이 이벤트 채워진 군민화합의 날이 성대하게 치러지고 있다. 어떻게든 화합을 위해 노력하는 것은 필요하겠으나 ‘근본’이 없는 형식적인 화합이 진정 화합일 수는 없다. 무엇 때문에 화합을 하자고 한 것인지 되새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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