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6일 총선 후보 등록이 완료되며 본격적인 선거 체제에 들어갔다. 그러나 ‘본격적’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선거 바람’은 미지근한 봄바람 마냥 잠잠하다.

지난 해 군수 재선거를 떠올리면 이번 국회의원 선거의 열기는 초등학교 반장 선거에도 못미치는 듯하다. 최대 6명까지 후보가 난립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결국 정당 후보 3명으로 정리됐고 어쩌면 이들만의 ‘조용한 격전’이 될 조짐마저 보인다.

원인은 여러 가지다. 우선 관전 입장에서 보면 ‘경기’가 재미없을 가능성이 크다. 박빙의 승부가 쉽게 점쳐지지 않기 때문이다. 굳이 선거가 재미를 위해 박빙이어야 할 필요는 없으나 유권자로서는 그만큼 관심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냥 ‘당연히 누군가 되겠지’, 또는 ‘누가 돼도 그만’ 이라는 정서가 만연해 있는 것으로 보인다.

군수 선거와 대등하게 논할 것은 못되지만, 지난 군수 선거에 비하면 ‘어떤 사람이 당선돼야 한다’, 또는 ‘후보자 중 바로 이 사람이 돼야 한다’는 마음들이 보이질 않는다. 그만큼 국회의원 선거는 지자체 선거보다 체감 거리가 먼 것인가. 어차피 누가 되든 ‘동진강을 건너면 나몰라라 할 사람’이라는 생각이 강해서인가.

남의 탓을 해보자면, 이러한 분위기의 배경에는 ‘출마자들이 유권자가 만들어낸 후보가 아니라 정당이 정해준 후보라는 점’이 크게 자리잡고 있다. 정당이 골라준 사람을 두고 유권자는 그저 수동적으로 선택할 수밖에 없다. 그나마 적극적인 반응은 ‘무선택’이다.

국회의원은 지역의 이익을 대변하기보다 국민의 이익을 대변해야 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그들을 만들어내는 과정은 부득이하게 ‘지역’을 경유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체가 아닌 대상으로 전락한 유권자들로서는 ‘국회로 보낼 사람이 바로 여기에 있소’라고 말할 수 없게 돼 버렸다.

이러한 정당공천은 의회정치와 유권자와의 괴리감을 낳을 뿐만 아니라 그나마 정해진 후보자들의 정책과 공약 심판도 불가능하게 하는 문제도 낳고 있다. 유권자는 정당의 후보공천 결정에 끌려가며 정작 누가 국회의원이 돼야 하는가, 국회의원은 어떤 사람이어야 하는가를 판단할 겨를을 놓치게 된 것이다. 그들만을 위한 공천전쟁은 후보자 스스로 국민을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 고민할 시간마저 빼앗았다.

남은 것은 정치공학과 선거전략이다. 후보자들은 메니페스토 서약을 한다지만 요식행위에 그치고 말 것이란 것을 유권자들은 직감적으로, 관습적으로 이미 안다.

한편 이러한 정치적 무기력 풍조에는 지역 유권자들의 정치의식의 부족도 한몫 거든다. 지난 군수 재선거 이후 바람빠진 정치열기는 투철한 정치 이념과 철학의 부족과 맞물려 있다. 단지 남의 탓만을 할 것이 아니란 것이다.

현실 정치가 선거로만 집약되는 것도 바람직하진 않지만 주어진 계기라면 특정한 후보자 선택이 아니더라도 정치적으로 무엇이 옳은 것인지에 대한 목소리가 나와야 한다. 단지 ‘그들만의 경주’가 아닌 유권자의 정치의식의 각축전을 기대하는 것은 난망한 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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