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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 그리고 쉼표] 따뜻한 봄날같은 어린시절이 되길…
첫째 아이가 드디어 초등학교에 입학하였다. 4년 동안 열명 남짓한 소규모의 놀이방에서 자유로이 뛰어놀며 헐거운 조직생활을 해온터라 규칙을 강조하는 집단생활을 시작한 아이는 학교에서 돌아오면 안자던 낮잠까지 자야한다. 아이가 알림장을 들춰보이면 오늘은 또 뭐가 써있을까 내심 걱정도 되고 방학동안 적당히 느슨하게 지내던 우리가족 모두 덩달아 부지런해졌다.

아이는 매일 새로운 반친구들의 이름을 들먹이며 학교생활을 재잘재잘 늘어놓는다. 숫자팔강이나 비석치기를 통해 친구들과 함께 노는법도 배우고 급식 후에는 양치질도 한다니 매일 이를 닦네 안닦네 씨름하던 개구쟁이 모습은 어디로 사라지고 쑥 큰아이가 되어버린것 같다. 다행인 것은 담임선생님께서 경험이 많고 아이들을 자식처럼 맘편히 대해주셔서 아이는 막연한 두려움에 입학식 전날까지도 학교에 가지않겠다며 버티어 적잖이 우리를 당황케 만들었는데, 이젠 그런 걱정은 건너뛰어도 될 것 같다.

4월부터 방과후 수업을 시작한다고 해서 컴퓨터수업을 신청했다. 학교버스를 같이 타는 단짝친구들이 보육교실까지 하고 오니까 혼자서 먼저 집에 와야한다. 보육교실은 작년까지는 다양한 놀이를 진행했는데 올해부터는 교육방침이 바뀌어서 문제집 풀이를 한단다. 1학년 아이가 늦은 오후까지 학교에 남아 문제집 풀이를 한다니 이건 참 아니다 싶다. 아이도 원하지 않아서 컴퓨터 수업만 하고 집에 오기로 결정했는데, 집에 와서 혼자 심심해 한다는 것이다. 농사일에 묻혀 아이와 놀아줄 시간을 내기가 쉽지가 않다.

텔레비전이나 컴퓨터, 장난감 혹은 체험학습등 외부에서 주어지는 환경에 길들어온 아이들은 다양한 놀잇감이 주어져도 틈만나면 심심하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산다. 제 나이에 맞는 내면을 가꿀만한 삶의 여백이 너무 없다고나 할까? 종일 혼자 떠드는 텔레비전을 들여다보면서도 심심하다고 하는걸 보면 역시 놀이란 친구들과 말을 주고받으며 온몸으로 부딪혀가며 자연속에서 이루어질때 몸도 마음도 올바로 성장할 수 있는 것 같다.

나 어릴적에는 학교에서든 집에서든 심심할 겨를이 없었는데….

선생님과 개울로 몰려가 물장구치고 때목욕도 하며 흉허물 없이 지내고, 학교 텃밭에서 키운 고구마를 캐내어 난로에 구워먹기도 하고, 꽃동산을 만들어 온갖 꽃들을 가꾸고, 겨울나기 준비를 위해 새끼줄 꼬아 뒷산에 몰려가 잔가지와 솔방울을 주워와 따뜻하게 난로를 피우고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던 일들이 기억난다. 아~ 생각만해도 가슴이 따뜻해진다.
친구들과 삼삼오오 짝지어 학교 가는길 오는길 도우며 10여리길을 걷는 동안 산과들이 철마다 어찌 변해가는지 익히며 커갔다. 저절로 아름다운 시절이었다.

집에 돌아와서는 부모님 잔심부름도 하고 농사일도 힘에 맞게 거들고, 간단한 빨래감을 들고 개울로 나가 방망이질 시원하게 하고, 산딸기 따먹고 찔레순 꺾어 먹고, 나무와 잎으로 초막을 짓기도 하고, 개울에서 가재를 잡아 넓적한 돌판위에 올려 불피워 구워먹기도 하며 어찌 시간이 가는줄 모르고 놀다보면 저녁연기가 한집두집 모락모락 피어오르고 그제사 제각각 집으로 돌아갔다. 일과 놀이가 따로 없이 그렇게 자연속에서 저절로 몸도 마음도 커갔다.

2008년에 초등학교 1학년이 된 아이가 맞는 하루하루는 어떨까? 우리 아이들에게 화창한 봄날처럼 따사롭고 맘편하고 행복한 어린시절이 되었으면 좋겠다. 그랬으면 좋겠다.

김영자(농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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