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장 공화국’에 부안군도 일조하게 되는가. 지난 4일 군은 행정공제회와 부안새만금골프장 조성 양해각서 협약식을 갖고 골프장 조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변산면 도청리와 격포리, 마포리 일대, 영상테마파크 인근에 들어설 18홀 짜리 이 골프장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김종규 전 군수 시절 강력히 추진된 골프장 건설은 이후 방폐장 사태와 시기가 겹치며 ‘반 김종규’의 열기에 밟혀 숨을 죽이고 있다가 이번에 다시 고개를 들었다. 그런데 이번 재추진을 둘러싼 분위기는 예전과 다르다.

가장 큰 특징은 언제 그런 갈등과 반대여론이 있었냐는 듯 ‘스스럼없고 거리낌없이’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다. 일단 군의회의 동의를 가볍게 얻어냈다. 지난 달 20일 군의회 임시회에 보고를 통해 사실상 일차 ‘양해각서’를 받아낸 셈이다.

의회가 반대할 정도의 사안이었으면 쉽게 시도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자연스럽게 물 흐르듯 의회의 동의를 거친 것은 그만큼 사전 준비와 분위기 파악이 충분했다는 것을 방증한다.

의회가 별로 반대할 일도 없었겠지만 군으로서는 사실 의회의 반대 쯤은 걱정도 안했을 것이다. 더 중요한 것은 결국 ‘민심’일 텐데 그것을 이제 만만하게 보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즉 이제 민의가 내 편으로 돌아섰다는 계산이 섰기 때문에 ‘당당하게’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것이 아니겠는가.

‘쪽수’로서의 민의를 기준으로 본다면 군의 판단이 틀린 것은 아닌 듯하다. 겉으로만 놓고 보면 예전과 같은 반대여론이 들끓지도 않고 그저 잠잠하니 대부분의 사람이 별 일 없는 것으로 오해할 만하다. 그저 군이 추진하는 많은 사업들 중의 하나려니 생각할 것도 같다.

그러나 오랜 싸움으로 지치고 지친 민초의 저항력이 약해진 틈을 타 개발에 목말라하는 주민들을 등에 업고 추진하는 이번 골프장 건설 사업을 그저 넋놓고 바라볼 수만은 없다. 골프장 자체의 반환경적, 반생태적 해악에 대해서는 더 이상 말할 것도 없다.

지자체마다 경쟁적으로 개발에 뛰어들어 별 이익도 남기지 못하고 있는 현실에서 무작정 뒤늦게 따라가 보겠다는 ‘골프장 환상’에 사로잡혀 있는 것은 아닌지 묻고 싶다.

연간 145억원의 직간접 경제효과라는 것 자체도 근거가 빈약하지만 설사 일말의 이익을 남길 수 있다고 치더라도 그것이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지 되짚어봐야 한다.

그리고 그것이 비록 소수나마 오랜 세월 자연과 더불어 생을 가꿔온 주민들의 삶을 송두리째 뽑아버릴만한 가치가 있는 것인지도 생각해야 한다.

또 다시 오직 경제적 이익이라는 대의(?)를 위해서 소수의 희생을 요구할 것인가. 자연을 파괴하고 엄연히 살아있는 인간의 삶을 부정하는 개발을 통해서 당장 한줌의 이익을 남겨본들 그것이 제 살 깍아먹는 일밖에 더 되겠나.

개발업자, 토목사업자, 땅장사꾼 등의 배만 불리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불식시키기 위해서라도 ‘군민을 위한 사업’이라는 허울좋은 명분을 버리고 곰곰이 다시 생각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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